[비즈니스포스트] 삼성디스플레이가 프리미엄 중소형 올레드 집중 전략으로 시장지배력을 더욱 강화하며 실적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최주선 삼성디스플레이 대표이사 사장이 선제적으로 LTPO(저온다결정산화물) 올레드 라인에 투자해 경쟁사와 기술격차를 벌린 전략이 주효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디스플레이 중소형 올레드 '올인' 통했다, 최주선 선제투자 결실

▲ 삼성디스플레이가 디스플레이업계의 불황에도 불구하고 나홀로 실적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최주선 대표이사 사장(사진)이 선제투자로 결실을 거두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2일 디스플레이업계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가 2022년 3분기 1조9800억 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분기 최대 실적을 거둔 것을 두고 최 사장의 선택과 집중 전략이 빛을 발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디스플레이 호실적의 1등 공신은 프리미엄 중소형 올레드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액정표시장치(LCD)와 TV 등 대형 올레드 패널 비중이 높은 LG디스플레이와 달리 중소형 올레드 매출 비중이 약 80%에 이른다. 이 때문에 최근의 LCD 가격 급락과 경기침체에 따른 TV 수요 둔화에 상대적으로 적은 영향을 받았다.

게다가 중소형 올레드에서도 LTPO(저온다결정산화물) 디스플레이와 같은 프리미엄 라인에 집중해 수익성을 더욱 끌어올렸다.

LTPO 올레드는 기존 소재인 LTPS(저온 폴리실리콘)와 달리 화면 주사율을 10Hz 이하에서 120Hz 수준까지 변환할 수 있어 전력효율이 20%가량 향상된 제품이다. 평균판매단가도 일반 올레드보다 20% 정도 높은 것으로 추정된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최근 출시된 애플 아이폰14프로/프로맥스 모델에 탑재된 LTPO 올레드의 80% 이상을 공급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올해부터는 LG디스플레이도 LTPO 올레드를 애플에 공급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수율(완성품 가운데 양품 비율) 등에서 큰 차이를 보여 원할할 공급이 불가능해지자 사실상 삼성디스플레이가 대부분의 아이폰 디스플레이 물량을 담당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최권영 삼성디스플레이 부사장은 3분기 호실적과 관련해 “모바일, 프리미엄 올레드 사업에 집중한 것이 안정적인 실적 결과를 가져오는데 기여했다”며 “고객들이 원하는 프리미엄 올레드 기술을 적기에 만들어서 공급할 수 있었던 기술력과 양산 경험이 있었고 특히 선제 투자했던 규모의 경제가 크게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삼성디스플레이 중소형 올레드 '올인' 통했다, 최주선 선제투자 결실

▲ 삼성디스플레이의 LTPO 올레드가 탑재된 아이폰14프로 모델. <애플>


LTPO 올레드는 애초 스마트시계 등 디스플레이 크기가 작은 제품에만 제한적으로 사용되던 기술이었다. 기존 올레드보다 공정이 더 늘어나는 만큼 화면이 커질수록 수율을 개선하기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삼성디스플레이는 업계에서 선제적으로 LTPO 올레드에 투자를 진행했고 결국 스마트폰에 가장 먼저 탑재하는 데 성공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2020년 삼성전자 갤럭시 스마트폰에 처음 LTPO 올레드를 적용한 뒤 2021년에는 아이폰13프로/프로맥스 디스플레이를 전량 수주하며 ‘규모의 경제’를 구축할 수 있었다.

최주선 사장은 대형 고객사를 확보한 이후에는 생산라인을 빠르게 확장하며 생산성을 높이는 작업을 진행했고 삼성디스플레이는 현재 만족할만한 수율에 도달한 것으로 추정된다.

최 사장은 설비투자도 중소형 올레드에 집중하고 있다.

최 사장은 8월24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국제정보디스플레이학술대회 ‘IMID 2022’ 기조연설자로 나서 “충남 아산캠퍼스 내 L8-2라인에 8세대 IT용 올레드 생산라인 투자를 확정했다”며 “연매출 500억 달러(67조 원) 달성을 위해 2024년 가동을 목표로 8세대 IT용 올레드 생산라인에 투자한다”고 알렸다.

중소형 올레드에 투자를 확대하는 것과는 달리 최 사장은 올해 7월 LCD 사업에서는 완전히 손을 뗐다. 중국 기업들이 LCD 생산량을 지속 확장하고 있어 더 이상 수익을 내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삼성디스플레이의 중소형 올레드 기술력은 당분간 경쟁자들이 따라오기 어려울 것으로 업계에서는 바라본다. 

장기간에 걸쳐 공정표준화가 이루어진 LCD와 달리 자발광 유기물을 주재료로 사용하는 올레드는 업체별, 사이즈별 생산 공정이 다르기 때문에 경쟁사가 삼성디스플레이의 중소형 올레드를 따라하는 것이 쉽지 않다. 또 증착과 봉지 공정을 위한 최적의 '레시피'를 구축하는 데도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삼성디스플레이의 모바일용 중소형 올레드는 LTPO 제품 비중 확대 및 양호한 수율에 힘입어 경쟁사 대비 시장지배력이 높아지고 있는 반면 경쟁사는 낮은 수율로 인해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선제적인 기술 투자가 차별화를 만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