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삼성전자가 메모리반도체 가격의 폭락 상황에서도 인위적 감산을 하지 않는 '마이웨이' 방침을 내놔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경쟁사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삼성전자는 강력한 원가경쟁력을 바탕으로 ‘치킨게임(상대방이 망할 때까지 초저가로 제품을 공급하는 전략)’까지 치닫는 상황이 벌어져도 끝까지 버틸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이는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 반도체 업황 악화에도 '하던대로', 경계현 점유율 확대로 간다

▲ 삼성전자가 강력한 원가경쟁력을 바탕으로 반도체 업황를 점유율 확대의 기회로 삼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장 겸 대표이사 사장.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장 겸 대표이사 사장은 지금의 위기 상황을 오히려 시장점유율 확대의 기회로 삼으려는 것으로 분석된다.

1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이 반도체 업황 악화에 대응해 생산량을 줄이겠다고 발표한 것과 달리 메모리업계 1위인 삼성전자는 기존 생산량을 유지하겠다고 밝히면서 반도체 가격 하락폭이 더 커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올해 내내 메모리반도체 가격이 떨어졌는데 10월에는 가격 하락 폭이 더욱 커졌다.

시장조사업체 D램 익스체인지의 조사 결과를 보면 10월 PC용 D램 범용제품(DDR4 8Gb)의 고정거래 가격은 2.21달러로 9월보다 22.46%나 떨어졌다. 같은 기간 낸드플래시 가격도 3.73% 하락하며 5개월째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

반도체 공급 과잉으로 재고물량이 쌓이자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은 감산 계획을 내놨다. 반도체 공급량을 조절해 재고를 줄이고 추가적인 가격 하락을 막겠다는 목적으로 읽힌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인위적인 감산을 고려하지 않고 있으며 설비투자도 기존 계획대로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한진만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은 10월27일 2022년 3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일부 외부기관에서도 D램을 중심으로 하반기 시황이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전략적 운영까지 고려해 단기적으로 수급균형을 위한 인위적 감산은 고려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이처럼 경쟁사와 대조적인 행보를 보일 수 있는 것은 ‘규모의 경제’에서 나오는 압도덕 원가경쟁력 덕분으로 분석된다.

메모리반도체는 고정비가 높은 산업으로 생산량이 증가할수록 반도체 한 개를 생산할 때 들어가는 비용이 줄어들어 수익성이 높아지는 구조를 갖고 있다. 

따라서 가장 많은 설비를 갖추고 있고 D램과 낸드플래시에서 모두 시장점유율 1위를 확보하고 있는 삼성전자는 경쟁사 대비 훨씬 적은 비용으로 반도체를 생산할 수 있다.

SK하이닉스의 2021년 영업이익률이 28.86%였던 반면 같은 기간 삼성전자 DS부문 메모리반도체 영업이익률이 38%에 달한 것은 그만큼 삼성전자가 메모리반도체에서 원가경쟁력을 갖추고 있음을 방증한다. 2021년 미국 마이크론의 영업이익률은 24.35% 수준이었다.

이는 반도체 가격이 더 떨어진다고 해도 삼성전자가 끝까지 버틸 수 있는 동력이 될 것으로 보인다. 불황기를 버텨 최후의 승자로 살아남는 것은 과거 반도체 치킨게임을 주도했던 삼성전자가 가장 잘하고 자신있는 일이기도 하다.  

삼성전자 역시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도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하기 위해선 원가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보고 이에 주력하고 있다”며 “D램과 낸드플래시 업계에서 압도적 경쟁력을 가진 원가 구조를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자평하고 있다.
 
삼성전자 반도체 업황 악화에도 '하던대로', 경계현 점유율 확대로 간다

▲ 삼성전자는 규모의 경제를 통해 메모리반도체 사업에서 경쟁사를 압도하는 원가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사진은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사업장.

삼성전자가 보유하고 있는 약 124조 원의 현금성 자산도 다른 메모리반도체업체와 차별화된 강점이다.

삼성전자는 막대한 현금성 자산을 통해 반도체 불황기가 장기화되더라도 견딜 수 있지만 경쟁사들은 적자를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는 현금이 부족하다. SK하이닉스가 현재 보유한 현금성자산은 7조 원에 불과하고 마이크론은 11조7천억 원 정도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을 확보하고 있다.

김광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기존 수익성 우선 전략에서 점유율 확보 우선 전략으로 변화하였음을 확인했다”며 “삼성전자는 낸드 부문에서 큰 폭의 영업손실이 불가피한 SK하이닉스와 차별화되고 현금 보유 측면에서도 자금 조달의 필요성이 발생할 수 있는 SK하이닉스 대비 상대적으로 유리하다”고 분석했다.

경계현 사장은 지금의 반도체 업황 악화를 오히려 시장점유율을 확대할 수 있는 기회로 보고 있다.

경 사장은 9월 기자간담회에서 “항상 보면 위기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며 “구체적으로 말할 수는 없지만 마켓셰어(시장점유율)를 늘리거나 독점하는 등 안 좋은 구간이 지났을 때 삼성전자가 지금보다 더 나아지는 방향으로 갈 수 있는 기회로 삼겠다”고 말했다.

경 사장은 다른 경쟁사들이 감산하는 상황에서 오히려 적극적으로 시장점유율을 확보해 향후 반도체 수요 회복 구간에서 큰 수익을 얻는 전략을 준비하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다 반도체를 제외한 삼성전자 다른 사업부의 선전은 메모리반도체 업황 하락기를 극복하는데 버팀목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3분기 메모리반도체 사업 실적이 악화된 것과 달리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사업과 자회사 삼성디스플레이는 기대 이상의 실적을 거뒀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3분기 메모리반도체 수익성이 예상보다 더욱 악화된 반면 삼성디스플레이는 중소형 올레드 패널 출하량 증가에 힘입어 추정치를 상회하는 실적을 냈다”며 “거시환경에 좌면우고하지 않는 삼성전자의 기술 투자는 지속적인 실적 차별화를 만들고 있다”고 평가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