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김승모 한화 건설부문 대표이사 사장이 짧은 시간에 지주회사 격인 한화와 한화건설의 통합작업을 마무리했다.

한화 건설부문은 이번 합병을 계기로 친환경 신재생에너지와 관련된 그린디벨로퍼 사업을 키우겠다는 포부를 내놨다. 한화의 세계적 네트워크와 재무안정성을 바탕으로 본격적으로 수주활동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오늘Who] 한화 건설부문 '그린 디벨로퍼'로, 김승모 건설 친환경 다 안다

▲ 김승모 한화 건설부문 대표이사 사장(사진)이 한화와 통합작업을 마무리하고 그린디벨로퍼 사업 키우기에 나서고 있다.


1일 한화에 따르면 이날을 합병기일로 한화건설은 한화에 합병돼 한화 건설부문으로 새롭게 출발한다. 

김승모 사장은 지난 9월 한화건설 대표이사로 취임해 2달이 채 안되는 시간 동안 한화와 통합작업에 총력을 기울였다. 

통합작업의 대표 사례로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사업 철수 결정이 꼽힌다. 시장에서는 한화와 합병을 앞두고 재무부담을 최대한 낮추기 위해 이번 결정을 내린 것으로 풀이한다. 

한화건설은 지난 10월30일 이라크 국가투자위원회(NIC)와 이라크 비스마야 프로젝트 계약을 최종 해지했다. 앞서 한화건설은 10월7일 이라크 국가투자위원회에 계약 해지를 통보했고, 3주 동안 이라크 국가 투자위원회에서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아 해지 효력이 발생했다.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사업은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동남쪽으로 10km 떨어진 비스마야 지역에 신도시를 건설하는 사업이다. 

10만 세대의 주택을 포함해 교육시설과 병원, 경찰서, 도로 등 기반시설을 조성하는데 총 사업비 101억 달러(11조3400억 원)가 투입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김승모 사장은 그동안 공사를 한 만큼 제대로 돈을 받지 못하는 등 여러 문제가 발생하자 계약해지라는 특단의 결정을 내렸다. 상대적으로 손실이 크지 않을 때 사업을 정리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한화건설은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공사비와 선수금으로 총 사업비의 42.5%가량에 해당하는 43억2200만 달러(6조2천억 원)를 받았고 공사미수금은 8136억 원을 설정해 뒀다.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사업 관련 선수금 규모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한화건설의 올해 2분기 재무제표에서 해외도급공사 관련 선수금은 8078억 원 수준이다. 대부분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사업과 관련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상황을 종합하면 실제 한화건설의 손실은 생각만큼 크지 않아 보인다. 한화건설은 계약 상의 권리와 분쟁절차를 통해 미수금도 최대한 회수한다는 계획도 세워뒀다.

김승모 사장은 그동안 방산부문도 함께 맡았지만 이제 방산부문에서 손을 떼고 건설부문을 한 단계 더 올리는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한화그룹 방산과 제조부문을 두루 경험했고 한화그룹의 내부 사정에 밝은 전략가로 평가받고 있다. 더욱이 태양광사업을 맡아 성과를 보이기도 해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

김 사장은 한화큐셀코리아 대표이사로 일했던 2015년 충북 음성과 진천에 태양광 공장을 지어 태양광사업 다각화 및 신재생산업 일자리 창출의 공로로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산업포상을 받기도 했다. 

한화건설은 그동안 그린디벨로퍼로의 도약을 목표로 풍력발전과 수처리 분야에 힘을 써왔다. 한화건설은 지난 2020년 풍력사업을 확대하기 위해 대표이사 직속의 풍력사업실을 신설하고 전문인력을 충원하기도 했다. 

한화건설은 2020년 76㎿(메가와트)급 영양풍력발전단지(3.45㎿급 22기)와 25㎿급 제주수망풍력발전단지(3.6급 7기)를 준공했다. 2021년부터는 90㎿급 양양수리풍력발전단지 조성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또한 해상풍력발전 분야에서도 총사업비 2조 원 이상이 투입될 예정인 400㎿급 신안우이해상풍력 사업을 필두로 다수의 해상풍력사업 개발을 주관하고 있다.

한화건설이 이런 성과는 한화 건설부문 체제에서 본격적으로 꽃을 피울 가능성이 있다. 

현재 한화그룹은 김동관 한화솔루션 전략부문 대표이사 부회장이 친환경사업을 이끌고 있다. 태양광사업 전도사로 불리는 김 회장이 그룹에서 영향력이 커지고 있어 그룹 차원에서 친환경사업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한화 건설부문에 대한 그룹 차원의 지원과 투자가 커질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 밖에 한화그룹이 추진 중인 대우조선해양 인수도 한화 건설부문의 친환경사업 전개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대우조선해양은 해상풍력설치선(WTIV)에 경쟁력을 지니고 있다.

한화건설은 새사업 확장을 위해 필요한 견실한 '기초체력'을 갖고 있다. 

한화건설은 올해 2분기에 이어 3분기에도 호실적을 기록했다. 한화건설은 매출 9970억 원, 영업이익 750억 원을 거뒀다. 지난해 3분기와 비교해 매출은 63.1%, 영업이익은 99.1% 증가한 것이다.

올해 3분기 영업이익률도 7.5%를 보여 대우건설(8.15%)에 이어 업계 최고 수준의 이익률을 기록했다. 한화건설은 국내 대규모 프로젝트 수주잔고가 매출로 전환되기 시작해 실적이 크게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2분기부터 인스파이어 엔터테인먼트 리조트 건설공사(1조8천억 원)의 매출이 본격적으로 반영되기 시작했다. 통영 액화천연가스(LNG) 플랜트사업과 인천공항 제2터미널 확장공사 등에서도 지속적 매출이 발생하고 있다. 

인스파이어 리조트사업은 인천공항 제2터미널 서편 제3 국제업무지구 430만㎡ 부지에 4단계에 걸쳐 동북아시아 최대 규모의 복합 리조트를 조성하는 사업이다.

수주잔고도 15조3700억 원을 보유하고 있어 수주잔고도 튼실하다. 이는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사업 관련 수주잔고가 제외된 수치다. 

한화건설은 올해 연결기준으로 매출 4조5천억 원, 영업이익 2천억 원 이상을 낸다는 목표를 세웠다. 지난해보다 매출은 50%, 영업이익은 10% 이상 늘리겠다는 것이다.

한화건설은 별도기준으로 3분기까지 누적으로 매출 2조6815억 원, 영업이익 1808억 원을 올렸다. 연결기준 실적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영업이익 목표 달성 가능성이 높다.

2023년 실적은 더욱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역 북부 역세권 개발(2조 원), 대전역 역세권 개발(1조 원), 수서역 역세권 개발(1조2천억 원), 잠실 스포츠 마이스 복합개발(2조1600억 원) 등 7조3천억 원 규모의 대형 복합개발사업이 실적에 본격적으로 반영되기 때문이다. 

김승모 사장은 1991년 한화그룹에 입사한 정통 한화맨이다. 한화그룹의 태양광사업을 맡은 한화큐셀 대표이사, 한화테크윈 경영전략담당, 한화지상방산 경영전략담당 등 방산 계열사를 거친 후 한화 사업지원실장과 한화 방산부문 경영총괄을 역임했다.

한화 건설부문 관계자는 “국내 대형 프로젝트 위주로 수익성 확보에 집중하고 내실위주의 경영활동을 전개하겠다”고 말했다. 류수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