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에코프로비엠과 셀트리온헬스케어가 코스닥 시가총액 1위를 놓고 연일 엎치락뒤치락하며 코스닥 대장주 싸움을 하고 있다.
에코프로비엠이 국내 증시에 불고 있는 2차전지주 훈풍을 타고 코스닥시장에서 10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바이오주 아성을 무너트릴 가능성도 적지 않아 보인다.
▲ 31일 에코프로비엠이 2거래일 연속 코스닥 시총 1위를 차지했다. |
31일 에코프로비엠 주가는 0.61%(700원) 오른 11만5100원에 장을 마치며 2거래일 연속 코스닥 시총 1위를 지켰다.
셀트리온헬스케어 주가는 2.96%(2천 원) 오른 6만9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셀트리온헬스케어 주가는 에코프로비엠보다 더 크게 올랐지만 에코프로비엠의 시총을 잡지 못했다.
이날 에코프로비엠과 셀트리온헬스케어 시총은 각각 11조2569억 원과 10조9978억 원으로 집계됐다. 차이는 직전 거래일 5071억 원에서 2591억 원으로 절반 가량 줄었다.
에코프로비엠과 셀트리온헬스케어는 10월 들어서만 5차례 순위가 뒤집히며 치열한 1위 경쟁을 하고 있다.
올해를 시작할 때만 해도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에코프로비엠보다 시총이 20% 가량 높았지만 1월18일 첫 역전을 허용한 뒤부터 불안한 1위를 지켜왔다.
다음날인 1월19일 곧바로 다시 1위를 탈환했지만 셀트리온헬스케어는 10월 이전에도 종종 1위를 에코프로비엠에 내줬다. 올해 들어 이날까지 203거래일 가운데 셀트리온헬스케어가 에코프로비엠에 시총 1위를 내준 날을 77일에 이른다.
에코프로비엠이 연말까지 단단한 주가 흐름을 이어가 시총 1위를 굳힐 수 있을지 주목된다.
나스닥의 애플, 코스피의 삼성전자 등 시총 1위 종목은 각 시장을 대표하는 대장주로 상징성을 지닌다.
코스닥은 기술주 중심의 미국 나스닥시장을 본떠 만든 주식시장으로 시총 1위 종목은 국내 성장산업 전반을 대표한다고도 볼 수 있다.
에코프로비엠이 시총 1위를 굳힌다면 코스닥에서 바이오주의 아성을 약 13년 만에 무너뜨린다는 점에서도 큰 의미를 지닌다.
코스닥시장은 2010년 셀트리온이 시총 1위를 굳힌 뒤 2014년 말부터 2015년 초 사이 잠시 다음과 합친 카카오에 1위를 내줬을뿐 매년 말 바이오주가 시총 1위를 지켰다.
2018년 2월 셀트리온이 코스피로 이전 상장한 뒤에는 셀트리온헬스케어가 시총 1위에 올라 코스닥 대장주 역할을 이어받았다.
현재 주가 흐름만 놓고 보면 에코프로비엠이 시총 1위를 굳힐 가능성이 더 커 보인다.
에코프로비엠 주가는 10월 들어 이날까지 30.65% 올랐다. 같은 기간 셀트리온헬스케어 주가는 2.51% 상승하는 데 그쳤다.
현재 에코프로비엠의 주가 약진이 개별 종목의 특징이 아니라 국내 증시 전반에 불고 있는 2차전지주 훈풍을 타고 있다는 점도 코스닥 대표주의 변경 가능성을 높인다.
올해 들어 국내 증시에서는 에코프로비엠뿐 아니라 2차전지주가 크게 약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코스피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이 2월 상장과 함께 SK하이닉스를 밀어내고 시총 2위에 올랐고 현재 삼성SDI도 시총 5위까지 주가가 상승했다.
지난해 말만 봐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네이버, 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전자우선주 등 코스피 시총 상위 5개 종목에는 2차전지주가 하나도 없었다.
현재 코스닥 시장을 보면 시총 5위 안에 에코프로비엠과 엘앤에프, 에코프로 등 3개의 2차전지주가 이름을 올리고 있다.
약 2년 전인 2020년 말만 해도 코스닥 시총 5위 종목은 셀트리온헬스케어와 셀트리온제약, 씨젠, 알테오젠, 에이치엘비 등 바이오주가 휩쓸었다.
2차전지는 현재 국내 증시에서 어떤 테마보다 성장 기대감이 큰 산업 분야로 꼽힌다.
지난 주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생중계된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도 2차전지주를 향한 장밋빛 기대가 쏟아졌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2차전지산업은 전 세계 자동차회사들이 우리 기업의 배터리를 받기 위해서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을 정도로 업황이 아주 좋다”며 “2차전지산업은 제2의 반도체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에코프로비엠은 자체 성장성도 큰 것으로 여겨진다.
에코프로비엠은 10월 삼성SDI와 합동공장 준공 소식, 3분기 호실적 발표 등에 힘입어 주가가 크게 오른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SDI와 에코프로비엠이 합작해 설립한 ‘에코프로이엠(EM)’은 21일 에코배터리 포항캠퍼스에서 ‘에코배터리 포항캠퍼스 CAM7 준공식’을 열었다. CAM7 공장은 배터리 양극소재를 생산하는 단일 공장으로 세계 최대 규모인 연 5만4천 톤을 생산한다.
전혜영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리포트에서 “에코프로비엠은 3분기 높아진 시장 전망치보다 더 양호한 실적을 냈다”며 에코프로비엠의 투자의견을 ‘매수(BUY)’에서 ‘강력매수(STRONG BUY)’로 한 단계 높여 잡았다.
에코프로비엠은 2016년 에코프로의 2차전지소재 사업부문이 분할해 출범한 2차전지 양극재업체로 2019년 3월 코스닥에 상장했다.
에코프로비엠은 올해 들어 3분기까지 연결기준으로 매출 3조4128천억 원, 영업이익 2849억 원을 냈다. 2021년 같은 기간보다 매출은 248%, 영업이익은 225% 증가했다.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