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상무부 현대차 공장 착공 환영, 보조금 언급 없이 바이든 성과 자찬

▲ 돈 그레이브스 미국 상무부 부장관(가운데)이 현지시각으로 10월25일 미국 조지아주에서 열린 현대자동차 전기차공장 착공식에 참석하고 있다. <돈 그레이브스 트위터>

[비즈니스포스트] 미국 상무부가 현대자동차의 조지아주 전기차 생산공장 착공식 개최를 두고 환영하는 입장을 내놓으며 이를 바이든 정부의 중요한 성과라고 앞세웠다.

현대차가 가장 촉각을 기울이고 있는 전기차 보조금 정책과 관련한 내용은 언급되지 않았다.

상무부는 현지시각으로 25일 공식 홈페이지에 돈 그레이브스 상무부 부장관이 현대차 조지아주 전기차공장 착공식에서 진행한 환영사 전문을 공개했다.

그레이브스 부장관은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초청을 받아 착공식에 참석하게 돼 영광이다”라며 “바이든 정부를 대표해 현대차의 역사적 투자를 환영한다”고 말했다.

그는 현대차 공장이 조지아주에 수천 명의 일자리를 창출할 뿐만 아니라 자동차 분야에서 한국과 미국 사이 협력 관계를 강화하는 데도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대차는 내년 초부터 공사를 본격적으로 시작해 2025년까지 공장을 완공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를 통해 미국을 비롯한 북미 지역에 전기차 판매 확대를 노리고 있다.

그레이브스 부장관은 현대차의 전기차공장 투자를 바이든 정부의 공으로 돌렸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과감한 친환경 정책이 현대차의 공장 설립을 이끌었다는 것이다.

그는 “미국 정부는 완전한 전기차 공급망 구축을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다”며 “인프라 지원 법안과 반도체 지원법이 모두 이런 목표 달성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정부는 최근 미국 의회 통과를 거쳐 인플레이션 감축 법안과 반도체 지원법을 시행했다.

두 법안 모두 미국에 전기차와 배터리, 반도체 등 핵심 산업 공급망을 구축해 완전한 자급체제를 구축하고 중국 등 경쟁국과 패권 싸움에서 승기를 잡겠다는 목표를 두고 있다.

그레이브스 부장관은 미국 상무부도 다양한 미국 내 생산단지를 지원해 경쟁력 있는 산업환경을 구축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며 현대차의 조지아주 공장도 중요한 사례라고 앞세웠다.

그는 현대차의 투자가 한국과 미국 정부의 강력한 협력 관계를 보여주는 근거라며 한국 기업들이 모두 710억 달러(약 101조 원)를 미국에 직접 투자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가 미국 텍사스주에 건설하는 반도체 파운드리공장과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 등 한국 배터리 3사가 미국에 투자하는 전기차 배터리공장 투자 규모를 합친 금액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그레이브스 부장관은 이날 환영사에서 현대차와 한국 정부가 현재 가장 촉각을 기울이고 있는 전기차 보조금 정책과 관련한 내용을 언급하지 않았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 시행안에 따르면 북미 지역에서 최종적으로 생산되는 전기차만 정부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현대차가 이르면 2025년 미국 전기차 생산공장 가동을 시작하기 전까지 승용차 기준 7500달러(약 1074만 원)에 이르는 보조금을 받지 못하게 된 셈이다.

이는 테슬라와 GM, 포드 등 미국에 공장을 보유한 자동차기업과 경쟁에서 앞으로 수 년 동안 현대차와 기아에 불리한 요소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한국 정부와 현대차는 미국 정부가 보조금 지급 제한 시점을 조지아주 공장 가동 이후로 늦춰달라고 요구하는 등 적극적으로 정책을 재검토해달라는 요구를 내놓고 있다.

그러나 보조금 지급과 관련한 정책을 주로 책임지는 미국 상무부에서 이와 관련한 내용을 언급하지 않은 것은 한국의 요구를 다소 소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상무부가 오히려 환영사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공을 전면에 앞세운 점을 고려하면 현대차의 투자가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미국 정부 및 여당인 민주당의 지지율 상승에 기여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되는 데 그칠 가능성도 거론된다.

그레이브스 부장관은 “상무부는 앞으로도 현대차와 같은 투자 사례를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며 “현대차와 한국 협력사들의 투자에 감사를 전하며 양국의 번영을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