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미국 협력사의 '아동 노동'에 총력 대응, 미국 전기차 보조금 악재 우려

▲ 현대자동차가 미국 협력사에서 발생한 노동법 위반 문제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현대차 미국 앨라배마 생산공장.

[비즈니스포스트] 현대자동차가 미국 자동차부품 협력사에서 발생한 아동 노동 문제와 관련한 리스크를 털어내고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강도 높은 조사와 후속조치에 집중하고 있다.

미국 정부가 인플레이션 감축법 시행에 따른 전기차 보조금 지원 정책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을 우려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25일 USA투데이 보도에 따르면 현대차는 현지 관계당국과 공동으로 미국 부품 협력사의 노동법 준수 문제와 관련해 조사를 계속 진행하고 있다.

현대차 북미법인 대변인은 USA투데이를 통해 “현대차의 엄격한 기준에 어긋나는 협력사가 발견되면 망설임 없이 관계를 끊을 수 있다”며 강경한 대응 조치를 예고했다.

최근 미국 앨라배마주에 위치한 현대차 부품 공급사에서 12세 미만 근로자를 고용해 아동 노동과 관련한 노동법을 위반한 정황이 발견된 데 따른 것이다.

현대차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미국 협력사를 대상으로 한 노동법 위반 여부 전수조사에 들어갔고 앨라배마주 당국도 해당 부품업체를 대상으로 조사를 시작했다.

노동법 위반은 현대차 본사가 아닌 부품 공급사에서 발생한 문제인 만큼 일반적으로 현대차에 큰 문제로 이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

그럼에도 현대차가 총력을 다해 이번 사건에 대응하는 이유는 현재 미국 정부가 인플레이션 감축법 시행에 따른 전기차 보조금 지급 정책을 구체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민감한 시점이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는 인플레이션 감축법 시행안에 북미 내 공장에서 최종적으로 생산된 전기차에만 지원금을 제공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현대차와 계열사인 기아는 아직 미국에 전기차 생산라인을 운영하지 않고 있어 보조금을 받기 어려워졌고 미국 내 다른 경쟁사에 시장 지배력을 빼앗길 위기에 놓이게 됐다.

한국 정부는 미국 당국에 정식으로 현대차의 미국 전기차공장 완공 시점까지 시행을 미루는 등 보조금 지원 정책을 재검토해달라는 요청을 보내며 협상을 시도하고 있다.

현대차도 바이든 정부에 보조금 정책과 관련한 로비를 강화하면서 유리한 방향으로 협상을 이어가기 위해 힘쓰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정부가 민감하게 반응하는 노동법 관련 문제가 부정적 여론을 조성할 가능성에 대응해 철저한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로이터에 따르면 미국 자동차산업에서 큰 영향력을 갖춘 전미자동차노조(UAW)도 현대차가 노동법 문제를 해소할 때까지 보조금 지급을 중단해야 한다는 요청을 내놓았다.

전미자동차노조는 현대차 협력사에서 일어난 사건이 구조적 문제에 해당한다며 현대차가 단순히 협력사와 관계를 끊어 이번 문제를 해결하려 하는 데 반대한다는 뜻을 보이고 있다.

현대차가 노동법 위반 문제에 대응하는 데 최선의 방안을 찾기 위해 골머리를 앓게 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인 셈이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전미자동차노조를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는 만큼 이번 문제가 순조롭게 해결되는 일이 앞으로 정부 보조금 지급 정책에 핵심이 될 수 있다.

다만 현대차가 단기간에 이번 문제에 완전한 해답을 찾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 정부와 의회도 인플레이션 감축법 시행이 중장기적 관점에서 현대차를 비롯한 한국 기업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정책 재검토에 다소 소극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USA투데이에 따르면 아동 노동 문제가 발견된 협력사는 이런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며 앞으로 비슷한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앨라배마 당국이 해당 기업의 이런 주장에 어떤 판단을 내리는지도 현대차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충분하다.

현대차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협력사를 포함한 공급망에서 채용을 직접 관리하는 체계를 구축하는 데 속도를 내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본사가 직접 대부분의 인력을 고용하고 관리하게 된다면 협력사에서 노동법을 포함한 법률 위반 가능성을 낮추는 안정적 체계를 구축할 수 있다.

다만 현대차는 구체적으로 언제까지 이런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계획은 밝히지 않았다.

현대차 북미법인 대변인은 USA투데이를 통해 “외부 업체를 통해 인력을 확충하는 일을 중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협력사 관리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