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K기업은행이 조선업 구조조정의 여파로 상당한 충당금 부담을 짊어질 가능성이 있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기업은행은 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현대중공업·현대미포조선·현대삼호중공업 등 조선사 5곳의 중소형 협력회사 848곳에 전체 1조9750억 원을 빌려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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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선주 IBK기업은행장. |
기업은행은 조선사 협력회사들의 평균적인 여신 건전성 등급을 밝히지 않았지만 대부분 ‘정상’으로 분류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기업은행은 1분기 기준으로 조선·해운·건설업 관련 기업대출의 95.3%를 ‘정상’으로 분류했다.
은행들은 빌려준 돈을 돌려받지 못할 위험성에 따라 여신 건전성 등급을 ‘정상’·‘요주의’·‘고정이하’·‘회수의문’·‘추정손실’ 등 5단계로 분류한다. ‘정상’ 등급인 대출에 대해서는 충당금을 전체의 0.85%만 쌓지만 ‘요주의’로 내려가면 7~19%로 적립율을 높여야 한다.
기업은행이 5월 말에 대우조선해양의 여신 건전성 등급을 ‘요주의’로 내린 사실을 최근 밝히면서 조선사 협력회사들의 여신 등급도 하향 조정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 경우 기업은행은 최대 3700억 원 규모의 충당금을 추가로 쌓아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조선사 협력회사들이 구조조정 과정에서 도산하거나 법정관리를 받게 될 경우 기업은행의 충당금 부담도 더욱 커질 수 있다.
김수복 조선5사 사내협력회사 연합회장은 최근 한 인터뷰에서 “조선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정부는 대기업만 챙기고 협력회사가 살 길은 안 열어준다”며 “돈을 빌려주면 회수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금융권에 퍼져 있다”고 말했다.
은행은 기업 여신을 법정관리 등의 이유로 ‘고정이하’ 아래 등급으로 분류하면 전체의 20~100%을 충당금으로 추가로 적립해야 한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개별 기업의 여신 건전성 등급은 신용평가에서 매출과 영업이익 등을 살펴본 뒤 매겨진다”며 “조선사 협력회사의 경우 조선업 구조조정의 영향을 어느 정도 받기는 하겠지만 일괄적으로 판단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은행이 조선업 구조조정에 대한 잠재위험성(리스크)을 선제적으로 관리하고 있어 예상보다 큰 타격을 입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기업은행은 충당금 4조 원을 미리 쌓아둬 적립율 173.7%를 보이고 있다. 이 적립율은 국책은행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다.
유승창 KB투자증권 연구원은 “기업은행은 자본건전성이 높고 전체 중소기업 여신도 조선업 등 위험업종의 비중이 낮은 수도권 지역 중심”이라며 “시장의 우려보다 충당금 부담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