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이르면 올해 안에 회장에 취임할 것이란 관측이 쏟아지고 있다.

이 부회장은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위원들과 만나 기업 지배구조 개선과 컨트롤타워 복원 등과 관련해 의견을 나눴는데 이를 두고 회장 취임을 위한 사전작업이 진행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오늘Who] 이재용 올해 삼성 회장 오르나, 최근 행보 보면 가능성 높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올해 안에 계열사 사장단의 요청을 받는 형식으로 회장에 취임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13일 재계 안팎에 따르면 이재용 부회장이 이르면 올해 안에 ‘뉴삼성’에 맞춘 대대적인 조직개편과 함께 부회장이 된지 10년 만에 회장에 취임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다.

애초 2023년 주주총회에서 이 부회장의 삼성전자 사내이사 선임과 함께 회장에 오를 것이란 관측이 많았는데 회장 취임 시기가 좀 더 앞당겨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재용 부회장은 9월21일 해외출장을 마치고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를 통해 입국하면서 만난 기자들에게 회장 취임과 관련해 “회사가 잘되는 것이 더 중요한 것 같다”며 말을 아꼈다.

하지만 미국과 중국의 반도체 전쟁, 삼성전자의 대형 인수합병(M&A) 검토 등 삼성그룹을 둘러싼 대내외적 환경이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는 만큼 삼성그룹의 컨트롤타워 부활과 이 부회장의 회장 승진을 서둘러 진행할 필요성이 커진 상황이다.

삼성그룹은 2017년 2월28일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던 삼성 미래전략실을 해체했다. 고위 경영진 인사 등 미래전략실이 담당하던 일부 기능은 삼성전자 사업지원TF(태스크포스)가 넘겨받았다. 현재 삼성전자 사업지원TF장은 이 부회장의 ‘오른팔’로 불리는 정현호 부회장이다.

삼성전자가 이재용 부회장의 ‘뉴삼성’ 시대를 맞아 대규모 투자와 인수합병, 신사업 진출 등 중장기 사업전략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사업지원TF를 대신할 새로운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는 점도 회장 승진 추진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새 컨트롤타워를 만들어 그룹을 총괄하려면 그룹 총수가 전문경영인과 같은 부회장이 아니라 회장 직급이 돼야 모양새가 더 살 것이기 때문이다. 

삼성을 제외한 현대자동차, SK, LG 등 4대그룹은 모두 총수가 회장 직함을 달고 있다.  

회장은 법률(상법)상의 직함이 아니기 때문에 이사회에 보고, 의결하는 방식을 통해 취임할 수 있다. 따라서 2023년 주주총회까지 기다리지 않더라도 올해 안에 이 부회장의 회장 취임이 가능하다.

재계에서는 고 이건희 회장의 2주기인 10월25일, 삼성전자 창립기념일인 11월1일, 삼성 사장단 정기인사 기간인 12월 등이 이 부회장의 회장 취임 예상일로 거론되고 있다. 

이 부회장의 최근 행보는 2010년 이건희 회장이 경영에 복귀할 때와 비슷한 모습이다.

이건희 회장은 삼성 특검 사태로 퇴진한 뒤 23개월 만인 2010년 3월 경영 일선에 복귀했는데 2010년 5월 화성캠퍼스 16라인 기공식에 참석하며 대외 행보를 재개했다.

이는 이 부회장이 올해 8월 ‘8·15 광복절 특별사면’을 통해 복권된 뒤 2개월 동안 삼성전자, 삼성엔지어링, 삼성생명 등 그룹 계열사의 국내외 사업장을 잇달아 방문하고 있는 것과 겹쳐 보인다. 이 부회장은 11일 삼성바이오로직스 4공장 준공식에도 참석해 그룹의 새 성장동력인 바이오 사업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이건희 회장은 2010년 3월 삼성 사장단의 복귀 요청에 따라 회장에 복귀했는데 이 부회장의 회장 취임도 비슷한 형식으로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은 2010년 11월 이건희 회장이 경영에 복귀한지 8개월 만에 만들어졌다. 이를 고려하면 삼성그룹의 새 컨트롤타워와 이 부회장의 승진도 비슷한 시기에 차례대로 이뤄질 공산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그룹은 지난 9월 사장단 회의를 열었다. 

삼성전자, 삼성SDI, 삼성전기, 삼성SDS, 삼성디스플레이 등 전자계열사 사장단뿐 아니라 삼성생명, 삼성증권, 삼성카드 등 금융계열사 사장 등 40여 명이 참석했는데 이재용 부회장의 회장 취임을 추진하기 위한 사전 준비 차원에서 사장단 회의를 연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삼성그룹의 전자계열사 사장단 회의는 가끔씩 열렸지만 금융 계열사 사장단까지 참여한 것은 이례적이었기 때문이다. 그 뒤 이 부회장이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을 검토하는 준법감시위원회와 만나면서 이런 관측에 더욱 힘이 실렸다.

다만 이 부회장이 아직 사법리스크에서 자유롭지 않은 만큼 회장 취임에 더 신중할 것이란 의견도 있다.

이 부회장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관련 재판으로 매주 법원에 출석하고 있어 운신의 폭이 여전히 제한된 측면이 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12일 MBN 방송과 인터뷰에서 “(이 부회장이) 어떤 (회장 취임의) 모멘텀을 찾는 게 중요할 것 같고 인수합병에 대한 성과가 실적으로 나타난다면 그것과 연계해서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