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회장은 삼성 특검 사태로 퇴진한 뒤 23개월 만인 2010년 3월 경영 일선에 복귀했는데 2010년 5월 화성캠퍼스 16라인 기공식에 참석하며 대외 행보를 재개했다.
이는 이 부회장이 올해 8월 ‘8·15 광복절 특별사면’을 통해 복권된 뒤 2개월 동안 삼성전자, 삼성엔지어링, 삼성생명 등 그룹 계열사의 국내외 사업장을 잇달아 방문하고 있는 것과 겹쳐 보인다. 이 부회장은 11일 삼성바이오로직스 4공장 준공식에도 참석해 그룹의 새 성장동력인 바이오 사업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이건희 회장은 2010년 3월 삼성 사장단의 복귀 요청에 따라 회장에 복귀했는데 이 부회장의 회장 취임도 비슷한 형식으로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은 2010년 11월 이건희 회장이 경영에 복귀한지 8개월 만에 만들어졌다. 이를 고려하면 삼성그룹의 새 컨트롤타워와 이 부회장의 승진도 비슷한 시기에 차례대로 이뤄질 공산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그룹은 지난 9월 사장단 회의를 열었다.
삼성전자, 삼성SDI, 삼성전기, 삼성SDS, 삼성디스플레이 등 전자계열사 사장단뿐 아니라 삼성생명, 삼성증권, 삼성카드 등 금융계열사 사장 등 40여 명이 참석했는데 이재용 부회장의 회장 취임을 추진하기 위한 사전 준비 차원에서 사장단 회의를 연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삼성그룹의 전자계열사 사장단 회의는 가끔씩 열렸지만 금융 계열사 사장단까지 참여한 것은 이례적이었기 때문이다. 그 뒤 이 부회장이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을 검토하는 준법감시위원회와 만나면서 이런 관측에 더욱 힘이 실렸다.
다만 이 부회장이 아직 사법리스크에서 자유롭지 않은 만큼 회장 취임에 더 신중할 것이란 의견도 있다.
이 부회장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관련 재판으로 매주 법원에 출석하고 있어 운신의 폭이 여전히 제한된 측면이 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12일 MBN 방송과 인터뷰에서 “(이 부회장이) 어떤 (회장 취임의) 모멘텀을 찾는 게 중요할 것 같고 인수합병에 대한 성과가 실적으로 나타난다면 그것과 연계해서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