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2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안경을 고쳐 쓰고 있다.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최종 금리가 3.5% 수준이냐는 질문에 다수의 금융통화위원들이 크게 다르지 않은 견해를 갖고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12일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하는 ‘빅스텝’을 결정한 뒤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날 빅스텝은 한국은행 역사상 두 번째 이뤄진 결정이다. 첫 번째 빅스텝은 이 총재가 한국은행 총재에 취임하고 나서 두 번째로 참석했던 7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단행됐다.
시장은 이 총재를 포함한 금융통화위원들 다수가 연말 기준금리를 최대 3.5%대로 예측한 만큼 올해 남은 마지막 11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세 번째 빅스텝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고 바라보고 있다.
이 총재는 물가안정을 통화정책의 최우선 과제로 꼽고 있다.
물가가 여전히 높은 오름세를 보이며 5%대에서 내려오지 않고 있는 상황은 이 총재가 세 번째 빅스텝 카드를 꺼내들게 만드는 요인이다.
이 총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도 내년 1분기까지 5%대를 웃도는 물가 오름세가 예상된다면서 “물가 상승률이 5%대라면 원인이 수요 측이든 공급 측이든 금리인상 기조를 가져가겠다”고 말했다.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격차가 벌어지고 있는 상황도 이 총재로 하여금 고민하게 만드는 대목이다.
이번 두 번째 빅스텝으로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격차는 0.25%포인트로 좁혀졌다.
하지만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올해 남은 11월과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각각 0.75%포인트, 0.5%포인트씩을 인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만약 이 총재가 11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0.25%포인트를 인상하는 결정을 내린다면 11월 한국과 미국 사이 기준금리 격차는 0.75%포인트로 벌어지고 금융통화위원회가 없는 12월에는 격차가 1.25%포인트까지 확대되게 된다.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가 크게 벌어지는 현상은 외국인 투자자들의 자금회수와 원화가치 하락에 따른 원/달러 환율 상승을 불러오기 때문에 이 총재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
일각에서는 연일 급등하는 원/달러 환율을 잡기 위해 정부가 외환시장에 직접 개입하는 것보다는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편이 대응 여력을 높이는 방법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안재균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현 시점에서 강달러 압력이 높아 외환 개입의 환율 안정 효과는 떨어진다"면서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격차를 줄여 대응하는 편이 대응 여력을 높이는 방법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다만 이 총재가 11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만 올릴 수 있다는 시선도 나오고 있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지금과 같이 빠른 속도로 올리게 되면 가계와 기업들의 원리금 상환 부담이 한층 가중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총재도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하게 되면 이자 부담은 가계와 기업 모두 12조2천억 원 정도 늘어날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앞서 한국은행은 9월 금융안정 보고서에서 “금리 상승으로 채무 상환 부담이 가중되면 저소득·영세 자영업자, 가계 취약차주, 과다 차입자, 한계기업 등 취약부문 중심으로 부실 위험이 커질 것이다”고 경고했다.
특히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상단이 이미 7%대를 넘어선 상태인데 기준금리가 더 오를 경우 연말에는 8%대가 될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김명실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중립금리 이상의 기준금리 수준과 2021년 8월부터 시차를 두고 반영되는 금리인상 효과를 고려하면 11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0.25%포인트가 인상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내다봤다. 조승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