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김승모 한화건설 대표이사 사장이 한화건설의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사업을 정리했다.

이번 결정은 지주회사 격인 한화에 부실이 전이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앞으로 한화와 한화건설의 합병 시너지를 끌어올리기 위해 힘을 쏟을 것이라는 시선이 나온다. 
 
'회장님 최대 관심' 이라크 신도시 사업, 한화건설 과감히 접었다

▲ 김승모 한화건설 대표이사 사장 겸 한화 방산부문 대표이사 사장이 이라크 신도시사업을 과감히 정리했다. 


11일 한화건설에 따르면 지난 6일 이라크 국가투자위원회(NIC)에 비스마야 신도시 관련 계약해지를 통지했다. 계약해지 효력은 통지 21일 이후인 오는 27일부터 발생한다.

이 사업은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동남쪽으로 10km 떨어진 비스마야 지역에 신도시를 건설하는 사업이다. 2027년까지 10만 세대의 주택을 포함해 교육시설과 병원, 경찰서, 도로 등 기반시설을 조성하는 데 총 사업비 101억 달러(14조 원가량)이 투입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한화건설은 지난 2012년 비스마야 신도시 주택사업에 이어 2015년 사회기반시설사업까지 추가로 따냈다. 

특히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비스마야 신도시사업에 애정을 깊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 회장은 이라크전쟁이 끝나기 2년 전부터 종전 이후 전후 복구사업이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당시 김현중 한화건설 부회장에게 철저한 준비를 당부했다.

김 회장은 2014년 2월 배임 등으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받아 풀려났다. 선고받은 사회봉사 활동을 모두 마치고 건강을 되찾은 뒤 같은해 12월 비스마야 공사현장을 방문해 임직원들을 격려하기도 했다. 

하지만 사업은 순탄치 않았다. 이슬람국가(IS) 전쟁 등으로 2015~2017년 사업이 지연됐고 이어 코로나19 영향으로 필수인력 700명 규모만 남기고 현장에서 철수해야 했다. 

그래도 한화건설은 지난 8월10일 이라크 국가투자위원회와 바그다그 청사에서 프로젝트 지연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협상을 이어가며 사업에 의지를 보였다. 

하지만 공사를 한 만큼 돈을 받지 못했고 미지급 등 계약 위반 사례가 나타나자 결국 계약해지라는 특단의 결정을 내렸다.

김승모 사장은 사업중단에 따른 손실이 크지 않을 때 정리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한화건설의 비스마야 신도시사업은 올해 2분기 기준 공사진행률이 주택건설은 44.99%, 사회기반시설은 29.02% 수준이다. 

한화건설은 공사가 시작된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공사비와 선수금으로 총사업비의 42.5%가량에 해당하는 43억2200만 달러(6조2천억 원)를 받았고 공사미수금은 8136억 원을 설정해 뒀다.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사업 관련 선수금 규모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한화건설의 올해 2분기 재무제표에서 해외도급공사 관련 선수금은 8078억 원 수준이다. 대부분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사업과 관련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상황을 종합하면 실제 한화건설의 손실은 생각만큼 크지 않아 보인다.

한화건설 관계자는 “공사미수금과 선수금의 상계 회계처리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며 “계약상의 권리행사와 분쟁절차를 통해 미수금도 최대한 회수할 계획을 세워뒀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이번 결정을 통해 지주회사 격인 한화의 재무부담을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듯하다.

한화는 대우조선해양의 제3자 배정 2조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통해 49.3%의 지분과 경영권을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2조 원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1조 원를 부담한다. 여기에 한화시스템가 5천억 원, 한화임팩트파트너스가 4천억 원, 한화에너지 3개 자회사가 1천억 원을 낸다.

한화는 2008년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시도한 이후 14년 만에 다시 인수를 추진하는 만큼 인수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김 사장이 한화그룹에 재무적으로 짐이 되지 않기 위해 한화건설의 재무체력을 끌어올리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한화건설은 올해 실적 목표도 높이 제시했다. 한화건설은 올해 매출 4조5천억 원, 영업이익 2천억 원 이상을 낸다는 목표를 세웠다. 지난해보다 매출은 50%, 영업이익은 10% 이상 늘리겠다는 것이다.

김승모 사장은 한화그룹에서 제조 및 방산 계열사를 두루 거쳤고 2018년부터 한화 사업지원실장을 맡아 그룹 전체 사업을 파악해 내부 사정에 밝은 전략가로 평가받고 있다. 

김 사장은 한화건설의 실적 목표 달성과 함께 재무체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당분간 한화와 한화건설의 합병 시너지 효과를 높이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한화건설이 풍력발전, 수소, 수처리 등 분야에서 ‘그린디벨로퍼’로서 도약을 목표로 하고 있는 만큼 한화그룹에서 김 사장에게 기대하는 바도 큰 것으로 전해졌다. 

한화그룹은 지난 8월29일 김 사장을 한화건설 대표이사 사장으로 내정하며 “그린디벨로퍼로 준비하고 있는 한화건설의 중장기 전략사업 고도화, 풍력 등 친환경 에너지 인프라사업, 국내외 주요 개발사업 추진 등 미래 경쟁력 확보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김승모 사장은 1991년 한화그룹에 입사한 정통 한화맨이다. 한화그룹의 태양광사업을 맡은 한화큐셀 대표이사, 한화테크윈 경영전략담당, 한화지상방산 경영전략담당 등 방산 계열사를 거친 후 한화 사업지원실장과 한화 방산부문 경영총괄을 역임했다.

김 사장은 현재 한화 방산부문 대표이사 사장을 겸하고 있다. 올해 11월로 예정된 한화의 한화건설 흡수작업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로 방산사업 통합 작업 등이 끝나면 방산부문에서 완전히 손을 뗀다. 류수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