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병현 기자 naforce@businesspost.co.kr2022-10-09 16:0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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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미국이 중국을 대상으로 고강도의 반도체 수출 통제 조치를 발표하면서 중국에 공장을 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사업 불확실성도 커졌다.
다만 미국의 제재가 YMTC 등과 같은 중국 반도체기업을 정조준하고 있어 삼성전자 등 한국 기업에 오히려 유리한 환경이 조성될 것이란 기대감도 나오고 있다.
▲ 미국의 반도체 제재가 YMTC 등과 같은 중국 반도체기업을 무력화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기업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될 것이란 기대감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9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미국 정부가 중국의 반도체 생산기업에 미국산 첨단 반도체 장비 판매를 금지하는 조치를 취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중국 공장도 어느 정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반도체 수출 제재를 구체적으로 보면 기업들은 미국의 기술이 들어간 △18나노 이하 D램 △128단 이상 낸드플래시 △핀펫 기술 등을 사용한 로직칩(16나노 내지 14나노)의 반도체를 생산할 수 있는 장비·기술을 중국에 판매하려면 허가를 받아야 한다.
중국 기업은 ‘거부 추정 원칙’ 적용을 받아 사실상 반도체 장비 수입이 전면 금지되는 것과 달리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외국 기업의 중국 내 시설은 개별심사를 통해 장비를 반입할 수 있다.
하지만 별도 허가에 따른 사업 지연, 불확실성 증대 등으로 한국 기업이 피해를 입을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SK하이닉스는 8일 공식 입장문을 통해 “정부와 긴밀히 협력해 미국으로부터 개별허가(라이선스)를 확보하기 위해 필요한 절차와 서류 준비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는데 이는 절차적인 부담이 있음을 암시한다.
다만 산업통상자원부는 개별심사가 국내 기업에 끼칠 악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예외적 허가 절차를 통해 현재 국내 기업이 중국에서 운영 중인 공장의 생산에 차질이 없도록 필요한 장비의 안정적인 공급을 보장하기로 했다”며 “이번 조치 시행 과정에서 제기되는 이슈를 검토하기 위해 산업부와 미국 상무부 간 한미 공급망·산업대화(SCCD) 산하 수출통제 워킹그룹을 정례 협의 채널로 활용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미국의 이번 조치로 한국 기업들이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YMTC 등 중국 반도체기업들이 미국산 반도체 장비를 수입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해진 만큼 삼성전자 등 한국 기업과 기술격차가 더욱 벌어질 공산이 커졌다는 것이다.
▲ 미국산 기술과 장비 수입이 막히면서 중국 YMTC가 앞으로 시장점유율을 확대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사진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반도체 공장.
YMTC는 그동안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기업과 비교해 기술력에서 최소 1세대 이상 뒤처진 것으로 평가됐다.
하지만 올해 8월 232단 3D 낸드 기술을 확보했다고 밝히는 등 최근 들어 기술격차를 바짝 좁히면서 한국 기업들의 긴장감을 높여왔다. 200단 3D 낸드는 아직 삼성전자도 제품을 출시하지 않았을 만큼 높은 기술력을 요구하는 반도체다.
게다가 YMTC는 중국 정부의 보조금을 계속해서 지원받고 있어 저가공세로 국내 반도체기업을 위협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었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는 “중국기업은 후발주자로 수익성 확보 등이 어렵지만 중국 정부의 지속적 지원으로 장기적으로는 한국 기업에 위협이 된다”며 “YMTC는 시장점유율 확대를 위해 투자를 가속화할 것이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미국산 기술과 장비 수입이 막히면서 YMTC는 계획대로 시장점유율을 확대하기 어려워졌다.
18나노 이하 D램, 128단 이상 낸드플래시 등 첨단 반도체는 미국산 장비 없이는 사실상 양산이 불가능하다. 중국은 정부 차원에서 반도체 장비 자급화도 추진하고 있지만 오랜 시간이 걸리고 성공 여부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비제이 레이크스 미즈호증권 연구원은 “YMTC와 같은 신규 기업의 메모리반도체 생산량 확대는 반도체 가격 하락을 불러올 수 있다”며 “하지만 YMTC가 미국산 장비 수입에 제한을 받게 되면서 마이크론 등 기존 메모리반도체 기업들은 반사이익을 얻게 될 것이다”고 분석했다.
미국 언론도 미국과 중국의 반도체를 둘러싼 정치적 갈등이 삼성전자 등에 호재로 작용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미국 정부가 중국의 반도체 경쟁력을 약화시키려 하는 만큼 중국 기업의 경쟁자인 삼성전자는 이 같은 정치적 상황을 이용해 점유유을 높일 방안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미국에 반도체 시설을 투자함으로써 미국 정부로부터 보조금을 받는 등 미국의 반도체 육성 정책에도 일부 혜택을 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삼성전자의 야심찬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투자와 ‘반도체의 정치화’는 장기적으로 삼성전자에 순풍이 될 것이다”며 “미국 정부의 중국 반도체 수출 규제는 삼성전자의 중국 공장에도 영향을 미치겠으나 경쟁자인 중국 YMTC를 무력화시키는 효과가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