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미시건주 당국이 중국 고션하이테크의 전기차 배터리 부품공장 건설에 지원금 및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고션하이테크의 전기차 배터리팩 생산공장 내부. |
[비즈니스포스트] 중국 배터리업체가 미국에 전기차 배터리용 소재 생산공장을 설립하며 미시건주 정부 차원에서 제공하는 세제혜택 등 적극적 지원을 받는다.
미국 바이든 정부가 인플레이션 감축법을 시행하며 중국을 전기차 공급망에서 제외하려 하고 있지만 중국업체가 해당 법안의 허점을 노린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6일 지역언론 디트로이트뉴스 보도에 따르면 미시건주 정부에서 운영하는 전략펀드 이사회는 고션하이테크의 현지 공장 건설에 세금 감면과 보조금을 제공하는 방안을 승인했다.
고션하이테크는 미시건주에 초기 투자금 24억 달러(약 3조4천억 원)을 들이는 전기차 배터리 부품공장을 설립하는 계획을 제출하고 주 정부에 지원을 신청했다.
미시건주는 고션하이테크에 1억7500만 달러의 지원금과 5억4천만 달러의 세금 감면혜택 등 모두 7억1500만 달러(약 1조 원)에 이르는 인센티브를 제공하기로 확정했다.
고션하이테크가 미시건주에서 생산하는 양극재 및 음극재 전구체는 전기차 배터리에 핵심 부품으로 꼽힌다. 해당 공장에서 생산되는 목표 생산량은 연간 20만 톤 분량이다.
미국 내 전기차 및 배터리 생산시설에 공급을 목표로 공장 설립이 추진되는 것으로 보인다.
고션하이테크는 2006년 설립된 중국 기업으로 폴크스바겐 중국법인이 26% 지분을 보유한 대주주로 자리잡고 있다. 2014년 미국법인을 설립한 뒤 꾸준히 미국시장 진출 기회를 노려 왔다.
미국 전기차 배터리 부품공장 설립 결정은 고션하이테크가 독일 등 중국 이외 지역에 100GWh 규모의 대규모 배터리 생산공장 확충 계획을 내놓은 뒤 이어졌다.
고션하이테크가 향후 미국에도 전기차 배터리공장을 설립해 미국 내 고객사에 배터리 완제품을 공급하는 목표를 두고 우선 이와 관련된 부품공장 신설을 추진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디트로이트뉴스에 따르면 고션하이테크가 생산하는 배터리 소재는 특히 LFP(리튬인산철) 방식 전기차 배터리에 주로 활용되는 소재를 포함하고 있다.
현재 미국에 잇따라 전기차 배터리공장을 건설하고 있는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 삼성SDI 등 한국 배터리 3사는 모두 LFP 대신 삼원계 배터리를 중심으로 생산 투자를 진행중이다.
이를 고려하면 고션하이테크의 미국 배터리 부품공장 건설은 결국 미국 전기차 배터리시장 공략을 위한 사전작업에 해당한다는 관측에 더욱 힘이 실린다.
블룸버그 등 외국언론 보도에 따르면 세계 1위 배터리업체인 중국 CATL도 현재 미국 내 LFP 배터리공장 설립 가능성을 꾸준히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른 시일에 중국 주요 배터리업체들의 미국시장 진출이 현실화될 수 있는 셈이다.
테슬라와 포드 등 미국 주요 자동차기업은 가격 경쟁력 등을 고려해 중국 배터리업체가 생산하는 LFP 배터리 탑재 비중을 앞으로 더 확대하겠다는 계획도 세우고 있다.
미국 정부는 중국을 전 세계 전기차 공급망에서 고립시키겠다는 목표를 두고 인플레이션 감축법을 통해 중국에 의존을 낮추겠다는 목적을 앞세우고 있다.
이에 따라 2024년부터 중국 등 일부 국가에서 생산된 배터리 부품이나 소재를 일정 비중 이상 탑재한 전기차는 미국 정부의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된다.
그러나 고션하이테크와 같은 중국 기업이 미국에서 직접 배터리 부품을 생산해 고객사에 공급한다면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따른 규제를 피할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하다.
미국 정부의 중국 전기차 공급망 분리 시도에 ‘허점’을 노리고 있는 것이다.
결국 중국 배터리업체들이 미국시장에서 차지하는 영향력은 바이든 정부의 의도와 달리 갈수록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분석된다.
미시건주 당국이 고션하이테크의 공장 투자에 1조 원 규모 지원을 확정한 것도 미국 중앙정부가 규제를 통해 중국의 전기차 공급망 영향을 줄이기 쉽지 않다는 점을 보여주는 근거로 꼽힌다.
시장 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고션하이테크는 올해 1~8월 세계 전기차 배터리 사용량 순위에서 8위에 올랐다.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2.1%에서 올해 2.9%로 높아졌다.
해외 배터리시장 진출 전략이 본격화되면 유럽 등 지역에서 전기차 배터리 생산량을 크게 늘리면서 한국 배터리 3사의 고객사를 빼앗아 점유율을 늘릴 가능성도 충분하다.
디트로이트뉴스는 전문가 분석을 인용해 “고션하이테크가 미국에서 고객사를 찾는 일은 어렵지 않을 것”이라며 “현재 미국 내 전기차 배터리 생산 계획에도 집중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