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0년 중국과 유럽 등에서 글로벌 판매를 먼저 시작한 준중형 전기SUV(스포츠유틸리티 차량) 'UX300e'가 올 6월 한국 땅을 처음 밟았다. 사진은 UX300e 정측면.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일본 토요타의 첫 전기차 'UX300e'는 고급 브랜드 렉서스를 단 준중형 SUV(스포츠유틸리티 차량)다.
2020년 중국과 유럽 등에서 글로벌 판매를 먼저 시작한 뒤 올 6월에야 한국 땅을 처음 밟았다.
올 상반기 한국에서 판매된 3107대의 렉서스 차량 가운데 하이브리드차 비중은 97.9%에 달한다. 이렇듯 지금껏 하이브리드 전략에 치중해온 렉서스는 2030년 모든 모델을 전기차로 전환하고 2035년에는 100% 전기차만 팔겠다는 계획을 지난해 말 발표했다.
첫 전기차 UX300e가 한국 소비자들에게도 좋은 반응을 얻어 렉서스 전기차 전략에 이정표가 될 수 있을까? UX300e를 직접 타봤다.
◆ 내연기관차 유산이 그대로 녹아든 외모, 첨단과 거리가 먼 인테리어
서울 성수동 토요타 트레이닝 센터에서 9월29일 UX300e 시승을 진행했다.
UX300e는 국내에 판매되는 하이브리드차 UX250h의 파생 모델인 만큼 그 외관을 그대로 물려받았다.
앞에서 보면 렉서스의 패밀리룩인 스핀들(실타래) 그릴과 양 옆에 자리잡은 L자 주간주행등(DRL)이 날렵하면서도 강인한 인상을 풍긴다.
일반적 전기차와 달리 그릴도 막혀 있지 않아 측면 뒷바퀴 앞에 붙은 '일렉트릭(ELECTRIC)' 배지와 전기차 전용 18인치 다이아몬드 커팅 휠 만이 UX300e가 전기차 임을 알 수 있게 만든다.
또 전면의 큼지막한 그릴은 차체를 실제 제원보다 크게 보이는 효과도 냈다.
UX300e의 전장은 4495mm, 전폭은 1840mm로 기아 스포티지보다는 작고 니로EV보다는 크다. 다만 전고는 1525mm, 축거(앞바퀴와 뒷바퀴 사이 거리)는 2640mm로 니로보다 각각 조금 낮고 짧다.
UX300e의 실내는 최근 판매되는 첨단의 전기차와 달리 아날로그 감성을 물씬 풍긴다. 운전석의 7인치 클러스터는 전기차의 다양한 기능을 표시하기에는 다소 작게 느껴졌다. 주유를 하지 않는 전기차 임에도 기존 내연기관차와 같은 방식의 바늘로 배터리 잔량을 표시하는 점도 특이했다.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 센터페시아에 자리잡은 7인치 인포테인먼트 디스플레이는 12.3인치 패널의 절반 가량의 공간만을 사용하고 그 왼쪽에 자리한 원형의 아날로그 시계에 자리를 내줬다. 디스플레이 조작은 터치스크린이 적용되지 않아 센터 콘솔의 터치 패드를 이용해야 한다.
오랜 만에 보는 기어노브와 공조기 조작 버튼도 아날로그 감성을 더한다.
무엇보다 내비게이션이 적용되지 않은 점은 의문으로 남았다.
한국토요타 관계자는 "전기차 보조금을 최대한 받을 수 있는 구성을 위해 필수적 요소가 아닌 사양들을 덜어냈다"며 "운전을 하면서 직관적으로 사용하기 편리해야 한다는 생각이 기어노브 등에 반영됐다"고 말했다.
◆ 고급 브랜드 다운 승차감과 뛰어난 주행성능
시승은 서울 성수동에 위치한 토요타 트레이닝센터에서 출발해 경기 용인시 처인구의 한 식당을 들렀다 돌아오는 왕복 약 120km 구간에서 이뤄졌다.
UX300e를 직접 운전하면서 인테리어에서 먼저 느꼈던 짙은 아쉬움은 대부분은 잊혀졌다.
출발지를 벗어나 가속페달에 힘을 주자 미끄러지듯 부드럽게 치고나갔다. 부드럽게 움직이면서도 액셀을 밟는 만큼 성큼성큼 나아가는 힘이 느껴졌다.
전륜구동(FF) 방식으로 움직이는 UX300e의 모터는 최고출력 204마력(PS), 최대토크 30.6kg.m의 성능을 낸다. 최고출력은 니로EV와 비슷한 수준이나 최대토크는 니로EV(26.0kg.m)보다 한 단계 높다.
UX300e는 일반주행의 노말 모드와 가속 성능을 위한 스포츠 모드, 연비 위주의 에코 모드 등 3가지 주행모드를 제공한다.
고속도로에 들어서 노말 모드에서 스포츠 모드로 바꾸자 시승차량은 전혀 다른 차처럼 느껴졌다.
힘있고 점잖게 움직이던 모습은 사라지고 고성능 스포츠카와 같이 가속과 동시에 튕겨나가듯 치고나갔다.
정숙성도 준수했다. 고속 주행에서도 노면의 소음을 잘 막아줬다. 풍절음은 다소 들리는 편이었으나 거슬릴 정도는 아니었다.
반환점인 식당이 가까워지면서 이어진 가파르고 구불구불한 길에서 운전의 즐거움을 한껏 느낄 수 있었다.
속도가 붙은 급격한 곡선길에서도 스터이링 휠을 움직이는 대로 낮은 무게중심의 컴팩트한 차체는 안정적이면서도 경쾌하게 움직였다.
UX300e의 가장 돋보이는 장점은 승차감이었다. 시승을 진행하는 내내 전기차 특유의 울렁거림이 없는 뛰어난 승차감을 보였다.
특히 시승차량은 스티어링 휠 양 옆에 붙은 패들시프트로 회생제동 기능을 4단계로 조절할 수 있는데 최고 단계로 높여도 이질감이 크지 않았다.
회생제동은 차량을 제동할 때 발생하는 운동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변환해 배터리를 충전하는 전기차의 기능을 말한다. 이 기능을 사용하면 주행거리를 늘릴 수 있으나 엑셀에 발을 떼는 것 만으로 제동이 걸려 승차감을 저해할 수 있다.
UX300e는 54.35kWh(킬로와트시) 배터리를 장착해 1회 충전에 233km를 간다. 최근 1회 충전에 400km 이상을 가는 전기차 신차들이 속속 나오는 것을 고려하면 부족해 보인다.
또 최대 50kWh의 DC차데모 타입 급속충전 방식이 적용돼 0~75%까지 충전하는데 최소 50분, 100%까지는 80분이 걸린다.
국내에서 확대되고 있는 DC 콤보 방식이 아닌 일본 규격이 적용된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렉서스 첫 전기차의 부족함 없는 주행성능과 빈약한 편의사양은 기술은 뛰어나지만 친절하지는 않은 장인의 모습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돌아오는 60km 구간에서 회생제동을 적절히 활용하며 주행한 UX300e의 1kWh당 전비는 7.4km를 보였다. 1kWh당 공인 복합전비 4.7km보다 훨씬 높았다.
UX300e의 판매가격은 개별소비세 3.5% 기준 5490만 원이다. 인증 기본가격이 5500만 원을 넘지 않아 구매할 때 국고 보조금 605만 원과 지자체 보조금(서울시 기준) 172만 원을 합쳐 모두 777만 원을 지원받을 수 있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