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대통령(사진0의 미국 출장이 외교 및 무역 측면에서 한국에 성과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고 로이터가 보도했다. |
[비즈니스포스트] 한국이 반도체와 전기차 배터리 등 주요 산업에서 미국과 무역 관계를 강화하려 하고 있지만 점점 불리한 위치에 놓이고 있다는 외국언론의 평가가 나왔다.
윤석열 대통령이 미국 출장에서 외교적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4일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최근 이뤄진 윤 대통령의 첫 미국 방문을 두고 “‘젖은 폭죽’에 불과했다”는 의견이 다수의 사람들로부터 나오고 있다.
한국이 윤 대통령의 출장을 계기로 미국과 외교 측면에서 중요한 성과를 기대하고 있었지만 뜻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의미다.
로이터는 “윤 대통령의 창피한 ‘비속어 논란’과 다른 실수 이외에도 한국과 미국의 협력 강화는 커녕 오히려 정반대의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비판이 적잖게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한국과 미국이 반도체와 전기차 배터리산업에서 이해관계 충돌을 겪고 있어 외교 및 무역 관계가 개선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한국이 중국에 경제적 의존을 점차 낮추려 한다는 점에서 미국 정부와 일치한 시각을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미국은 중국을 첨단 산업 공급망에서 완전히 제외하려 하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의도대로 한국이 중국과 관계를 단절한다면 반도체 생산과 수출 및 전기차 배터리 원재료 수급 측면에서 큰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로이터는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 시행으로 현대자동차가 전기차 보조금을 받지 못하게 된 점과 반도체 지원법 시행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따르면 현대차와 기아 등 미국에 아직 전기차 생산설비를 보유하지 않은 기업의 차량은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된다.
반도체 지원법은 미국에 공장을 건설하는 전 세계 반도체기업에 지원금을 제공하지만 해당 기업들이 중국에 자유롭게 반도체 시설 투자를 벌이지 못 하도록 하는 제약을 담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모두 중국에 반도체 생산공장을 운영하고 있어 미국 정부 지원을 받으려면 중국 반도체사업 타격이나 중국 정부와 관계 악화를 감수해야만 한다.
로이터는 “한국이 세계 경제성장 둔화로 수출 실적에 타격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 정부 정책으로 약점을 찔리게 됐다”고 바라봤다.
한국이 국내총생산(GDP)의 상당 부분을 수출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수출 실적 약세가 이어진다면 막대한 타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로이터는 올해 들어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가치가 약 20% 하락하는 등 한국 경제에 리스크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점에도 주목했다.
미국 정부는 전기차 배터리와 반도체 등 첨단 산업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자급체제를 강화하겠다는 목표를 두고 있다. 이런 과정에서 한국을 비롯한 여러 아시아 기업의 도움을 받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 등 한국 주요 대기업이 지난해부터 미국에 생산공장 설립 계획을 내놓고 투자에 속도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제조업 활성화 정책이 한국과 같은 수출 중심 국가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도 이어졌다. 한국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반도체와 전기차, 배터리 수출 실적이 모두 불안한 상황에 놓이고 있기 때문이다.
로이터는 “한국은 미국과 무역 관계에서 ‘불리한 패’를 잡았다”고 평가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