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구영 한국항공우주산업 대표이사 사장이 중유럽과 동남아시아에 수출에 집중하면서 민영화 이슈로 어수선해진 내부 분위기를 다잡고 있다. 사진은 한국항공우주산업의 FA-50 경공격기 모습. <한국항공우주산업> |
[비즈니스포스트] 강구영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대표이사 사장이 폴란드 수출에 이어 중부유럽과 동남아시아 수출에 집중하고 있다.
강 사장은 최근 민영화 이슈로 뒤숭숭해진 내부 분위기를 다잡고 수출에 힘써 기업가치를 높이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2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중부유럽의 슬로바키아와 동남아시아에 위치한 말레이시아가 한국항공우주산업의 FA-50에 깊은 관심을 표시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슬로바키아는 북쪽으로는 폴란드, 동쪽으로는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맞대고 있어 러시아의 군사적 위협을 민감하게 느끼는 유럽국가 가운데 하나다.
특히 슬로바키아는 노후 고등훈련기(L-39)를 교체해야 하는 상황이라 관련 국책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한국항공우주산업과 2021년 11월 국영 방산업체 LOTN을 통해 ‘FA-50 도입에 관한 업무협약’을 맺기도 했다.
방산업계에서는 슬로바키아가 FA-50을 수입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슬로바키아 언론 프라브다(Pravda)는 야로슬라프 나드(Jaroslav Naď) 슬로바키아 국방부 장관이 DX코리아 2022를 방문해 한국항공우주산업과 FA-50 경전투기 구매를 놓고 협의를 했으며 10~15대 가량을 사들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FA-50은 최대 마하1.5의 속도로 비행할 수 있으며 냉전시대 미국이 우방국에 보급했던 F-5보다 우수한 전투성과를 낼 수 있는 최첨단 전투전자장비를 탑재했다.
FA-50은 적 레이더의 경보수신기, 적 미사일 회피용 방어체계 등을 장착해 조종사의 생존력을 높였고 야간 공격에 적합한 투시장치도 내장된 것으로 파악된다.
한국항공우주산업은 말레이시아에도 FA-50 경공격기를 수출하기 위해 FA-50에 탑재할 무기체계를 다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말레이시아에 수출할 것으로 알려진 FA-50 개량 전투기에는 록히드마틴이 개발한 공대지 정밀 타격과 정찰기능을 갖춘 장치(ATP 센서)도 탑재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영국 코밤사가 개발한 공중급유시스템(AAR Probe) 장치도 들어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중급유시설은 FA-50이 더 오래 공중에 머무르도록 함으로써 작전반경을 넓힐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말레이시아는 그동안 러시아제 노후 전투기 기종인 미그29를 교체하기로 하면서 한국항공우주산업의 FA-50 경전투기에 관심을 보여왔다.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가 제공권을 확보하지 못해 고전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글로벌 각 나라에서 전투기의 중요성이 떠오르고 있다. FA-50의 몸값도 치솟을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
▲ 강구영 한국항공우주산업 대표이사 사장. <한국항공우주산업> |
강구영 사장은 이처럼 청신호가 켜진 FA-50의 수출길을 넓히면서 최근 민영화 이슈로 어수선해진 내부 분위기를 다잡고 있다.
강 사장은 올해 9월30일 경상남도 사천에 위치한 한국항공우주산업의 본사에서 열린 ‘창립 기념식’에서 직원들에게 한화그룹 인수설을 직접 언급한 것으로 전해진다.
강 사장은 이 자리에서 “한화그룹이 한국항공우주산업을 인수한다는 이야기가 나와 임직원들이 혼란스러운 느낌을 받았을 것 같은데 사실이 아니다”며 “전혀 개의치 말고 각자의 업무에 최선을 다하자”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SBS는 한화그룹이 한국항공우주산업을 인수하기 위해 한국수출입은행 및 한국항공우주산업 관계자들을 접촉했다는 보도를 내놓은 바 있다. 수출입은행은 한국항공우주산업의 대주주로 지분 26.41%를 들고 있다.
한국항공우주산업과 수출입은행은 이 보도를 정면으로 반박하면서 한화그룹과 접촉한 사실이 없다는 점을 알렸다.
강 사장은 최근 불고 있는 FA-50 수출 바람을 이용해 내부 분위기를 쇄신하고 기업가치를 올리는데 온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항공우주산업 관계자는 “최근 성사된 폴란드 수출이 역대 최대 규모로 진행돼 이를 바탕으로 중부유럽과 동남아시아에서 추진하고 있던 계약들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다른 국가들로도 사업저변을 넓힐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