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해운의 용선료 협상이 초반부터 삐끗하고 있다.
한진해운의 최대 선주인 시스팬이 한진해운의 용선료 협상에 대해 공개적으로 반대의사를 밝혔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게리 왕 시스팬 회장을 만나는 등 한진해운이 용선료 협상에서 속도를 내는 듯했지만 며칠 만에 상황이 반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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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
17일 영국의 해운전문지 로이드리스트에 따르면 게리 왕 회장은 로이드리스트와 인터뷰에서 용선료를 인하하느니 빌려준 배를 모두 거둬들일 것이라는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게리 왕 회장이 "한진해운의 일방적 용선료 인하 요청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조양호 회장을 만났지만 용선료 인하에 동의할 수 없다는 기존 입장을 다시 전달했다"고 말했다고 로이드리스트는 전했다.
이는 최근 조 회장이 왕 회장을 만나 용선료 협상에 긍정적 반응을 이끌어냈다고 한진해운이 발표한 내용과 대치된다.
한진해운은 14일 서울 대한항공 사옥에서 조 회장이 왕 회장을 만나 용선료 조정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고 긍정적인 답변을 이끌어냈다고 밝혔다.
한진해운 관계자는 로이드리스트의 보도와 관련해 "게리 왕 회장이 용선료 조정이 아닌 인하라는 보도에 대해 거부감을 느꼈던 것 같다"며 "시스팬과 여전히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스팬은 한진해운의 용선료 협상 상대 가운데 가장 중요한 곳으로 꼽힌다. 용선료 비중이 높은 데다 그동안 공공연히 용선료 협상에 부정적 입장을 밝혀왔던 곳이기 때문이다.
한진해운은 시스팬에게서 1만 TEU급 컨테이너선 7척을 빌려 운영 중이다.
시스팬은 5월에도 한진해운의 용선료 인하 요청에 대해 부정적 반응을 드러낸 적이 있다. 당시 외신을 통해 한진해운이 시스팬에 약 1160만 달러의 용선료를 연체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시스팬이 용선료 인하 불가 방침을 다시 한번 밝히면서 나머지 선주와 벌이고 있는 용선료 협상에서도 난항이 예상된다.
한진해운은 모두 22곳의 해외 선주와 개별적으로 용선료 협상을 벌이고 있다. 컨테이너 선주 12곳과 벌크 선주 10곳으로 이들로부터 빌린 선박은 컨테이너선 47척, 벌크선 13척 등이다.
한진해운이 목표 인하율로 30%를 내세웠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한진해운보다 먼저 용선료 협상을 진행한 현대상선의 용선료 인하율은 21.2%였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대상선도 전체 인하분 5300억 가운데 절반은 신주로 발행하고 나머지는 장기 채권화해 5년 동안 나눠 갚는 방식으로 조건을 내걸었다"며 "사실상 절반의 성공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