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기업공개(IPO) 시장의 최대어로 꼽혔던 호텔롯데 상장이 사실상 무산됐지만 호텔롯데와 비슷한 시기에 IPO를 준비했던 기업들은 미소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마치 개봉이 예정된 흥행대작이 돌연 상영 취소되자 관객들의 발길을 기대하는 다른 영화사들의 입장과 흡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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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복수 녹십자랩셀 대표이사 부사장. |
코스닥 상장을 앞둔 세포 치료제 개발업체 녹십자랩셀은 16일까지 일반공모청약을 진행한 결과 800대 1의 청약 경쟁률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청약 증거금으로만 2조9천억원이 몰렸다.
롯데그룹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본격화된 뒤인 13~14일 수요예측을 진행한 중국기업 로스웰인터내셔널의 경우 578곳의 기관이 수요예측에 참여해 386.96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공모가는 밴드 상단인 3200원으로 정해졌다.
이보다 앞서 신약 원료의약품(API) 위탁생산(CMO)업체인 에스티팜도 9~10일 기관 수요예측을 진행한 결과 717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호텔롯데와 공모일정이 겹쳐 수급이 불리할 것으로 우려했던 공모주들로서는 오히려 전화위복의 기회를 잡은 셈이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기업 자체의 가치도 충분히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 만 하지만 호텔롯데의 상장철회에 따른 반사이익을 무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호텔롯데에 투자하기 위해 대규모 자금을 준비했던 공모주 펀드 등이 몰려 6월 수요예측에 나선 공모주들이 예상 외의 호황을 누리고 있다”고 전했다.
향후 기업공개를 준비 중인 기업들도 수혜를 누릴 것으로 보인다.
코스피 상장을 앞둔 부동산신탁 전문기업 한국자산신탁은 23~24일 기관 수요예측을 거쳐 30일과 7월 1일 공모주 청약에 나선다.
대유위니아는 27~28일 수요예측과 7월 4~5일 청약을 거쳐 코스닥에 입성한다.
최근 한 홍보 대행업체는 기업공개를 앞두고 6월 말 진행 예정인 기업설명회(IR) 장소를 당초 계획했던 것보다 넓은 곳으로 바꾸기로 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호텔롯데가 상장을 철회하면서 원래 생각했던 것보다 IR에 기관투자자들이 많이 몰릴 것 같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재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