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재 기자 piekielny@businesspost.co.kr2022-09-26 15:3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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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외국인투자자가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역전(미국 기준금리가 한국보다 높아지는 것)과 달러화 강세 흐름에 따라 코스피시장에서 주식을 많이 던지고 있다.
코스피 외국인투자자 비중(시가총액 기준)이 2009년 7월13일 이후 약 13년 만에 20%대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지만 외국인투자자의 셀코리아 흐름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커 보인다.
▲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투자자는 9월 들어 코스피시장에서 국내 주식을 많이 순매도하고 있다. 사진은 뉴욕증권거래소(NYSE) 트레이더 모습. <연합뉴스>
26일 한국거래소 정보데이터시스템에 따르면 23일 종가 기준 코스피 전체 시가총액 1804조5천억 원 가운데 외국인투자자는 552조4246억 원어치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유비중은 30.61%로 집계됐다.
코스피에서 외국인투자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22일에는 30.38%까지 낮아졌다. 2009년 7월27일 30.37% 이후 약 13년2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외국인투자자는 7월과 8월에는 국내 주식을 많이 담았지만 9월 들어 다시 대거 순매도하고 있다.
외국인투자자는 9월 들어 직전 거래일인 23일까지 15거래일 동안 13일과 19일 이틀을 빼고 코스피시장에서 주식을 모두 순매도했다. 이 기간 코스피시장 순매도 규모는 1조9994억 원에 이른다.
외국인투자자는 7월과 8월에는 코스피시장에서 각각 2조5천억 원, 3조8천억 원 규모의 주식을 순매수했다.
원/달러 환율 강세 흐름에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역전이 더해지면서 외국인투자자의 코스피 이탈에 기름을 부은 모양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21일(현지시각)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통해 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결정했다. 이에 따라 미국의 기준금리 상단은 3.25%로 한국의 기준금리인 2.50%를 크게 넘어섰다.
한국과 미국 기준금리 역전은 기본적으로 국내 주식시장에서 외국인투자자의 매도 압력을 강화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원화보다 안전자산으로 여겨지는 달러화를 쓰는 미국의 기준금리가 더 높은 만큼 외국인투자자들이 국내에 자금을 둘 요인을 약화시키기 때문이다.
올해 들어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가 역전된 것은 7월 말~8월 말에 이어 2번째다.
당시 외국인투자자는 국내 주식을 순매수했는데 지금은 그때와 상황이 다르다는 평가가 나온다.
우선 기준금리 차이가 당시에는 0.25%포인트에 그쳤으나 지금은 0.75%포인트로 확대됐다.
또한 당시에는 8월 말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역전 현상이 해소될 것으로 예상됐고 무엇보다 9월 이후 물가상승률이 잡히면서 연준이 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조절할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연준은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에서 3연속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결정했고 2022년과 2023년 말 기준금리 전망치를 높여 잡으며 시장의 기대에 찬물을 부었다.
연준이 고강도 긴축을 이어갈 것을 예고한 상황에서 한국은행이 다음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올리지 않으면 한동안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역전 현상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행은 올해 10월12일과 11월24일 금융통화위원회를, 미국 연준은 11월1~2일과 12월13~14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 인상 등 통화정책 방향을 결정한다.
현재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역전 상황은 원/달러 환율 수준도 한 단계 높이며 국내 증시에 부담이 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가 역전된 22일 13년6개월 만에 1400원을 넘긴 뒤 빠르게 고점을 높이고 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9.7원 오른 1419.0원에 개장한 뒤 1420원까지 넘어섰다. 원/달러 환율이 1420원을 넘어선 것도 2009년 3월31일 이후 약 13년6개월 만이다.
최근 20년 사이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역전 시기를 보더라도 외국인투자자는 국내 주식시장을 빠져나간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은행이 최근 발간한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 따르면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가 역전된 것은 지금껏 1999년 6월~2001년 3월, 2006년 8월~2007년 9월, 2018년 3월~2020년 2월 등 모두 3차례인데 이 중 최근 두 번의 사례에서 외국인투자자의 자금이 빠져나갔다.
외국인투자자는 2006년 8월~2007년 9월과 2018년 3월~2020년 2월 각각 263억 달러와 84억 달러 규모의 주식을 순매도했다. 같은 기간 국내 채권은 568억 달러와 487억 달러어치를 순매수했다.
채권 투자와 비교해 주식 투자가 위험성이 높은 점 등이 종합적으로 외국인투자자의 투자심리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한국은행은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차이만으로는 외국인투자자 자금이 빠져나간 것은 아니라고 바라봤다.
한국은행은 “최근 한미 간 정책금리 역전에도 외국인 투자자금이 큰 폭으로 순유출될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며 “주식시장과 관련해서는 외국인의 포트폴리오 조정이 상당 부분 진행됐고 올해 상반기 주가가 이미 큰 폭의 조정을 받았다는 점도 추가 유출 가능성을 제한하는 요인으로 들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한국은행은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역전과 별개로 찾아올 수 있는 경기침체 등 글로벌 경제위기는 외국인투자자의 자금 이탈을 가속화할 수 있는 요인으로 꼽으며 경계를 당부했다.
한국은행은 “향후 미국 연준의 긴축 속도 가속 및 긴축 강도 강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확전, 중국의 경기부진 심화 등 위험요인이 더해져 글로벌 금융시장 여건이 예상보다 악화한다면 대부분의 신흥국은 물론 한국에서도 외국인 자금유출이 확대될 수 있다”고 바라봤다.
한국은행 분석 결과 과거 외국인 증권자금의 대규모 유출은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역전보다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15년 중국 금융불안, 2020년 코로나19 위기 등 세계경제에 큰 이벤트가 발생했을 때 이뤄졌다.
글로벌 경제위기가 외국인투자자 자금 유출의 주요 변수라는 것인데 과거 사례를 보면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역전 이후에는 어김없이 한국에 경제위기가 찾아왔다.
1999년 기준금리 역전 때는 이미 IMF 외환위기를 겪고 있었고 2006년 8월~2007년 9월과 2018년 3월~2020년 2월 기준금리 역전 이후에는 1년 안에 각각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2020년 코로나19 위기를 겪었다.
증권업계에서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 이후 시작된 미국의 고강도 긴축 상황이 향후 글로벌 경기위기로 이어질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바라보고 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날 ‘신용위험 시작이 영국인가?’ 리포트에서 “파운드화 가치가 급락하고 영국국채 금리가 급등하는 등 우려했던 영국 리스크가 현실이 되고 있다”며 “비관적으로 볼 때 달러화 지수는 2001년 고점 수준을 경신할 가능성도 있는데 이런 강달러 상황은 궁극적으로 글로벌 금융시장과 경제에 또 다른 위기를 촉발할 도화선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