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커홀릭, 마흔에 은퇴하다] 덜 쓸 결심, 절약이 이룬 소박한 경제적 자유

▲ 외식, 배달 음식 대신 직접 요리하면 식비도 줄이고 건강도 챙길 수 있다. <캐나다홍작가>

[비즈니스포스트] 워커홀릭이었다가 마흔에 은퇴해서 캐나다 이민 생활 중이다. 경제전문가나 투자전문가는 아니지만 조기 은퇴 경험자로서 소박한 경제적 자유를 이루는 데에 도움이 되었던 두 조건을 말해보고자 세 번째 칼럼을 쓴다.

이 조건들을 갖춰놓은 덕에, 미세먼지를 피해 은퇴하고 이민가겠다는 큰 결심을 비교적 쉽게 실행에 옮길 수 있었다. 

첫째는 자동 수익으로 생활비 파이프라인 만들기이다. 생활비 파이프라인을 만든다는 것은 내가 직접 노동을 하지 않아도 월세나 배당금 저작권 수익 등의 자동 수익이 들어오는 구조를 갖추는 일이다.

모아놓은 은퇴자금을 매달 조금씩 빼 쓰며 0을 만드는 식의 불안한 은퇴 계획과는 다르다. 투자 귀재 워렌 버핏도 “잠자는 동안에도 돈이 들어오는 방법을 찾아내지 못한다면 당신은 죽을 때까지 일을 해야만 할 것이다"라며 이런 수익 구조를 강조했다.  

부동산 투자가 흔한 한국에서는 월세 수익이 자동 수익의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다. 투자원금 및 월세도 물가상승률 이상으로 오르기 때문에 초기에 갖춰놓은 안정성은 계속 유지될 수 있다.

물론 자산 관리를 위한 공부나 전략 짜기 등의 수고는 필요하지만, 은퇴 전에 주 수십 시간을 일하던 것에 비하면 여유롭다.

둘째는 전보다 덜 쓰면서도 만족스러운 삶을 사는 데 익숙해지기인데, 이 두 번째 조건을 이루면 첫째 조건이 더 쉬워진다는 이점이 있다. 한 달 생활비가 500만 원인 사람과 150만 원인 사람의 은퇴자산 최저기준선은 크게 다르기 때문이다.

‘많이 쓰며 살기 위해 십 년 이십 년 더 오래 일할 것인가, 적게 쓰면서도 잘 지낼 방법을 터득해서 빨리 은퇴할 것인가’, 이 두 갈림길에서 후자를 택한 사람들의 은퇴가 더 쉬울 수밖에 없다.

물론 적은 자산을 가지고도 투자처나 투자 방법에 따라 큰 수익을 낼 수는 있다. 하지만 은퇴 뒤에는 도박하듯 고수익 고위험 투자를 하기보다는 연 5~10% 정도의 안정적 수익을 내는 저위험 투자를 선호하게 된다.

돈은 벌고 모으기는 어려워도 잘못된 투자로 한 번에 날리기는 쉽기에, 더 이상의 큰 수입원이 없는 은퇴자로선 안정적인 투자 선을 지키는 것이 마음 편하다.

이런 안정적인 투자로 생활비 파이프라인을 만든다는 가정하에, 생활비를 크게 줄일 수 있다면 한국가구 평균 자산인 5억 원 정도로도 은퇴가 가능해진다.

연 2500만~5천만 원 정도의 수익이면 절약하면서 1인이나 2인 가구가 생활할 만하기 때문이다. 필자도 이런 이들의 한 예이다.

100만 원이 넘는 캐나다 거주 월세를 제외하면 세금 공과금 보험료 등을 포함한 한달 생활비가 70만 원 정도로 적어서 소박한 은퇴자금으로도 생활이 된다. 매달 일부를 여유자금으로 남겨서 주식에 재투자도 하고 있다. 

조기 은퇴에 대한 글이나 영상에는 가끔 굉장히 부정적인 댓글들이 달리기도 한다. ‘30억도 없으면서 무슨 배짱으로 조기 은퇴냐?’라는 게 요지이다.

물론 모두가 바라는 대로 수십억 원을 가지고 호기롭게 은퇴할 수 있다면야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그런 조기 은퇴자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1인 기준 자산 30억 원은 경제 계층 중 부자로 불리기 시작하는 자산 액수이다. 이런 기준만 고집하면 적당한 때에 은퇴하고 내 시간의 온전한 주인이 되는 삶을 사는 일이 점점 불가능해진다. 

조기 은퇴를 꿈으로만 남길 것인지, 계획으로 만들 것인지는 은퇴 가능 자산을 얼마로 잡을 수 있는지에 달려있다.

조기 은퇴자 중에는 위의 비난이나 걱정과는 달리 5억 원 정도로 실제 은퇴를 하고 잘 지내는 사람들도 꽤 많다. 필자를 포함한 이런 이들의 공통점이 무엇인지 아는가? 바로 소비 다이어트에 성공했고 그걸 즐길 줄 안다는 것이다.

소비하기, 물건 소유하기에 대한 생각의 전환을 이루고 나면 전보다 덜 쓰면서도 오히려 더 만족하는 삶을 살 수 있다. 내 통장만을 위해서 절약하는 것이 아니라 환경을 생각하며 덜 사게 되고, 자본주의 물질주의 소비주의를 당연시하던 자신을 성찰하면서 덜 사게 되고, 건강히 먹고 살고자 배달 음식이나 외식을 끊고 직접 요리하게 된다.

조기 은퇴자나 조기 은퇴를 추구하는 요즘 세대들 중에는 건강한 삶, 환경, 미니멀리즘 등을 추구하는 비슷한 생각을 가진 이들이 의외로 많다. 

필자의 경우에도 사 먹는 돈, 사 입는 돈, 이 두 가지 소비를 거의 안 하는 것만으로도 한달에 100만 원 넘는 생활비를 줄이고 있다.

은퇴 전에는 길거리 오가며 편의점에서 군것질 거리를 사느라 일이만 원씩 허투루 쓰기도 했고, 전자책이 아닌 종이책 넘기는 맛만 고집하느라 연간 백만 원 이상의 책값을 쓰기도 했다.

비싼 옷이나 가방을 산 적은 없지만 싼 물건을 많이 사면서 일하는 스트레스를 풀기도 했다. 주 100시간씩 일하는 워커홀릭이었기에 배달 음식이나 반찬가게, 외식 등이 익숙했다. 데이트비나 사교 활동비도 많이 쓴 편이다. 
 
[워커홀릭, 마흔에 은퇴하다] 덜 쓸 결심, 절약이 이룬 소박한 경제적 자유

▲ 지역 농장에서 딸기 수확 중, 한 바구니 가득이 겨우 1달러다. <캐나다홍작가>

하지만 지금은 소유한 물건들을 줄이며 미니멀리즘을 추구하려 노력하고, 은퇴 후 시간이 많으니 식재료비 싼 캐나다 물가 덕을 보면서 한 달 30만 원으로 풍족하고 건강하게 먹고 지낸다.

욕망하는 순간 클릭 몇 번으로 곧바로 배달되고 주문되는 쇼핑 앱, 배달 앱들도 다 지웠다. 비슷한 생각을 하는 지인들을 선택해 만나니 아끼고 덜 쓰면서도 즐거운 모임이 가능해졌다.

음료나 도시락을 만들어 주변 공원이나 바닷가로 소풍 다니고, 무료 행사가 많은 지역 특성도 적극 활용하고 있다. 바닷가 관광지 소도시에 살다 보면 여름 내내 축제이고, 계절마다 볼거리들이 많다.

철마다 과일이나 채소를 수확 체험으로 아주 싼값에 사오곤 한다. 은퇴 후 시간이 많고 마음에 여유가 넘치기 가끔 하는 이런 일이 고되지 않고 즐길 거리가 된다.

요즘은 시대가 좋아서 한 달 만 원꼴 정도로 무제한 읽고 보는 게 가능한 플랫폼들이 많다. 무료로 공부할 수 있는 국가 지원 시스템, 동영상 채널 등도 많다.

캐나다는 이민자들에게 평생 무료 영어 공부나 문화행사 등을 지원하는 기관들이 잘 갖춰진 편이라서 이곳을 통해 다양한 취미 활동들을 해오고 있다. 이민 전에 살던 제주도에도 은퇴한 외지인들이 많은 신도시 지역은 시가 지원하는 무료 문화 강좌들이 다양했다. 손품 발품을 팔면 이런 요즘 시대의 장점을 충분히 즐길 수 있다. 큰돈 안 들이고도 놀고 쉬고 배우며 즐기기가 가능한 것이다.

극도로 가난하던 인생 초반 이십 년간 억지로 하던 절약은 고됐다. 하지만 시간 부자인 조기 은퇴자의 삶을 살기 위해 능동적으로 택한 절약, 만족과 철학을 동반한 이 절약은 고되거나 부끄럽지 않다.

절제하는 나 자신에게, 자신을 건강히 돌보고 환경도 생각하는 스스로에게 자긍심을 느끼게도 된다. 절약이 즐겁고 보람까지 있으니 계속 추구하게 된다. 덜 쓰면서도 더 만족하는 삶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절약이 괴롭다면 권하기 어렵다. 하지만 자신만의 절약 명분, 절약의 즐거운 이유를 찾는다면 실행은 쉬워진다.

이런 생활 습관, 삶의 철학은 은퇴 전에는 돈을 더 모으게 도울 것이고, 은퇴 기준 자산액을 낮춰 은퇴 시기를 앞당길 것이고, 은퇴 후에는 큰돈 들이지 않고도 잘 쉬고 즐기며 살게 할 것이다. 조기 은퇴를 생각해 보면서 이 칼럼을 읽고 있는 여러분들의 즐거운 절약, 능동적인 절약을 신나게 응원하고 싶다. 캐나다홍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