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유바이오로직스 창립을 주도하고 경영에 관여해온 핵심 임원이 이사회를 떠났다.

최대주주 바이오노트의 회장으로서 최근 유바이오로직스 이사로 선임된 조영식 에스디바이오센서 의장을 주축으로 하는 경영체제가 공고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유바이오로직스 창업공신 이사회 떠나, 바이오노트-조영식체제 굳어진다

▲ 김덕상 싸토리우스코리아바이오텍 대표가 22일 유바이오로직스 기타비상무이사에서 물러났다. 김덕상 대표가 서울고 동창회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바이오산업 동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서울고동창회 유튜브 영상 갈무리>


23일 유바이오로직스에 따르면 김덕상 싸토리우스코리아바이오텍 대표는 22일 유바이오로직스 기타비상무이사에서 물러났다.

유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김 대표는 최대주주인 바이오노트의 경영권 강화에 도움을 주고자 이사직을 퇴임하게 됐다”며 “현 경영진들의 긴밀한 협력 및 유바이오로직스·바이오노트 양사간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김덕상 대표는 제약바이오 관련 장비와 소모품, 서비스를 제공하는 독일 싸토리우스와 합작을 통해 2005년 싸토리우스코리아바이오텍을 설립한 뒤 회사를 이끌고 있다.

그는 2010년 설립된 유바이오로직스의 창립 멤버 중 한 명이기도 하다. 당시 국제백신연구소(IVI)는 글로벌 콜레라 백신 수요를 충당하기 위해 백신 개발 및 생산을 담당할 신규 기업을 물색하고 있었다. 

이 정보를 입수한 김 대표는 의약품 제조관리기준(GMP) 컨설팅업체 바이오써포트의 강호경 대표와 손잡고 백신 생산,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CMO) 등을 주력으로 하는 바이오기업을 세우기로 했다. 회사 운영을 맡을 전문가로는 한국생산기술연구원 바이오공정실에 근무하고 있던 백영옥 실장(현재 유바이오로직스 대표)을 영입했다.

김 대표는 유바이오로직스 설립 후 주로 기타비상무이사로 일하며 의사결정 및 경영자문을 담당했다. 2020년에는 기존 최대주주 바이오써포트를 이어 새로운 최대주주에 오르기도 했다. 

경영진과 마찰이 있었던 바이오써포트 대신 김 대표가 최대주주에 오름으로써 회사 경영이 안정될 것이라는 시선이 많았다. 김 대표를 비롯한 유바이오로직스 특수관계인은 2020년 말 기준 지분 11.05%를 보유했다.

이런 유바이오로직스의 지배구조는 지난해 하반기 큰 변화를 맞이하게 됐다. 꾸준한 장내매수로 유바이오로직스 지분율을 높여온 체외진단기업 바이오노트가 마침내 기존 주주들을 제치고 가장 많은 지분을 갖게 된 것이다.

바이오노트는 조영식 에스디바이오센서 의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기업으로 2020년부터 유바이오로직스와 코로나19 백신 개발을 함께하고 있다. 6월 말 기준 유바이오로직스 지분 16.72%를 보유하고 있다.
유바이오로직스 창업공신 이사회 떠나, 바이오노트-조영식체제 굳어진다

조영식 에스디바이오센서 이사회 의장(가운데)이 7월8일 열린 온라인 간담회에 참석해 미국 체외진단업체 메리디안바이오사이언스 인수합병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바이오노트는 당초 일반투자 목적으로 유바이오로직스 지분을 들고 있었으나 올해 2월 지분 보유목적을 변경하며 경영참가를 공식화했다. 그리고 3월 열린 정기주주총회에서 조영식 의장이 유바이오로직스 기타비상무이사로 선임됐다.

체외진단사업이 주력인 바이오노트가 유바이오로직스에 대규모로 투자한 까닭은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상장을 계기로 유바이오로직스를 통해 백신사업을 신사업으로 육성하기 위해서라는 게 제약바이오업계의 중론이다. 바이오노트는 6월 거래소에 코스피 상장예비심사 신청서를 냈다.

코스피 상장 가이드라인을 보면 상장신청인은 구매, 생산, 판매 등 주요 영업활동을 독자적으로 수행할 능력을 갖춰야 한다. 바이오노트는 지난해 매출의 80%를 에스디바이오센서에서 낼 정도로 실적을 상당히 의존하고 있어 새로운 매출원 확보가 필요한 상황이다.

유바이오로직스는 현재 경구용 콜레라 백신 분야에서 글로벌 1위 기업으로서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코로나19 백신, 장티푸스 백신 등 다양한 감염병 백신으로 포트폴리오를 확대하는 중이다. 보툴리눔톡신제제도 개발해 국내 진출을 앞두고 있다.

조영식 의장 등 바이오노트 측은 이같은 사업들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고 향후 바이오노트 주도의 새로운 아이템을 효율적으로 사업화하기 위해 이사회 차원의 의사결정 구조를 단일화할 필요성을 느꼈을 것으로 보인다.

유바이오로직스 지분도 바이오노트 측의 발언권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재편되고 있다. 

실제로 조 의장의 기타비상무이사 선임과 비슷한 시기부터 김덕상 대표는 보유하고 있던 유바이오로직스 지분을 순차적으로 정리하기 시작했다. 2020년 말 기준 5.65%였던 김 대표의 지분율은 기타비상무이사 퇴임 시점에는 2.66%까지 낮아졌다.

김 대표는 현재도 유바이오로직스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만 등기임원에서 물러난 만큼 앞으로는 유바이오로직스의 의사결정에 관여하지 않고 일반 주주로 남을 것으로 예상된다. 임한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