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유럽연합(EU)이 회원국 자율로 이뤄지던 바이오시밀러(생체의약품 복제약)의 교차처방을 공식적으로 허용하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유럽 각국에서 바이오시밀러 활용이 증가하면서 삼성바이오에피스와 셀트리온을 비롯한 바이오시밀러업체들을 위한 시장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유럽 바이오시밀러 교차처방 공식화, 삼성에피스 셀트리온 '파이' 커진다

▲ 유럽연합이 바이오시밀러의 교차처방을 정식으로 인정해 삼성바이오에피스, 셀트리온을 비롯한 바이오시밀러업체들이 수혜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


21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유럽의약품청(EMA)과 유럽의약품안전관리기구연합체(HMA)는 현지시각 19일 허가받은 바이오시밀러를 오리지널 의약품 및 성분이 같은 바이오시밀러와 교차처방할 수 있다는 성명을 공동으로 발표했다.

유럽연합 차원에서 교차처방을 허용하는 입장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유럽연합은 바이오시밀러 교차처방에 대해 별다른 규정을 두지 않고 산하 회원국들이 자체적으로 결정하도록 해왔다. 

EMA는 “2006년부터 바이오시밀러 86종을 승인한 뒤 15년 동안 철저히 검토한 결과 바이오시밀러는 오리지널 의약품과 효능, 안전성, 면역원성 측면에서 비슷했고 따라서 교환 가능하다”며 “환자와 의료인들이 암, 당뇨병, 류마티스 관절염과 같은 심각한 질병을 위한 치료 옵션에 더 폭 넓게 접근할 수 있게 될 것이다”고 말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와 셀트리온 등 바이오시밀러업체들 쪽에서 보면 이번 성명은 유럽시장 규모가 커지는 호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성명 이후에도 법적인 교차처방 결정권은 여전히 회원국들에 있다. 다만 유럽연합 최상위 규제기관이 바이오시밀러의 교차처방을 인정했다는 것은 국가별로 오리지널 의약품 대비 바이오시밀러 활용을 더 늘릴 근거가 마련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바이오시밀러를 비롯한 유럽 의약품시장에서는 국가 주도의 입찰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만큼 오리지널 의약품보다 저렴한 바이오시밀러의 도입이 확대될수록 국가 의료비 부담이 줄어든다.

국내 한 바이오기업 관계자는 “지금까지도 유럽에서는 임상 없이 바이오시밀러 교차처방이 가능했고 이는 유럽연합 회원국 자율로 이뤄졌다”며 “다만 유럽연합이 앞으로 바이오시밀러 활용도를 높이겠다는 제스처를 취한 만큼 업계 저변이 더 넓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유럽 현지에서도 공식적인 교차처방 허용 방침을 계기로 지역별 바이오시밀러 도입이 보다 유연해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엔카르나 크루즈 스페인바이오시밀러협회(Biosim) 총책임자는 현지 매체 디아리오파르마를 통해 “그동안 유럽연합과 정부의 입장이 명확히 일치하지 않아 오리지널 의약품 치료를 바이오시밀러로 교체할 때 의사결정이 불확실한 경우가 많았다”며 “이번 성명으로 바이오시밀러 사용이 늘어나 스페인 보건의료시스템(SNS) 예산을 절감하고 환자들이 더 나은 치료법에 빠르게 접근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독일의 경우 의료비를 절감하기 위해 당초 올해 8월부터 약국에서 바이오시밀러를 자동으로 교차처방하도록 하는 규정을 내놨으나 최근 관련 법안이 수정되며 교차처방 기준을 검토하는 데 1년을 더 들이게 됐다. 바이오시밀러의 안전성을 우려하는 의료계의 의견이 교차처방을 연기하는 방향으로 힘을 실은 것으로 알려졌다.

독일매체 독일약사신문(DAZ)은 “독일약사위원회(AMK)는 환자 안전과 약물 감시를 이유로 바이오시밀러 자동 교차처방을 거부하는 성명을 낸 바 있다”며 “이번 EMA 성명이 독일의 논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두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삼성바이오에피스와 셀트리온은 유럽에 다양한 바이오시밀러를 판매하고 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에타너셉트(제품이름 베네팔리)와 인플릭시맙(플릭사비)·아달리무맙(임랄디), 항암제 트라스트주맙(온트루잔트)·베바시주맙(에이빈시오), 안과질환 치료제 라니비주맙(바이우비즈) 등의 판매허가를 받았다.

셀트리온은 베바시주맙(베그젤마), 아달리무맙(유플라이마), 트라스트주맙(허쥬마), 인플릭시맙(램시마) 바이오시밀러에 더해 항암제 리툭시맙(트룩시마) 바이오시밀러에 관한 허가를 획득했다.

두 기업의 지역별 바이오시밀러 매출을 보면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유럽 비중이 더 크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8470억 원 가운데 70% 이상인 6066억 원을 유럽에서 냈다.

셀트리온의 바이오시밀러 해외 판매를 담당하는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지난해 유럽 매출 7821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체 매출의 43% 수준이다. 임한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