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미국 증시가 전반적으로 저평가된 상태처럼 보이는 ‘착시현상’을 투자자들이 주의해야 한다는 월스트리트저널(WSJ)의 분석이 나왔다.
에너지와 광물 등 일부 종목의 주가가 크게 저평가되면서 주요 증시 지표에 변화를 주도하고 있는 만큼 증시 전체가 비슷한 상태에 놓여 있다고 바라보는 일은 위험하다는 것이다.
▲ 미국 증시가 여전히 고평가 상태에 놓여 있다는 점을 투자자들이 유의해야 한다는 월스트리트저널의 분석이 나왔다.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
19일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미국 증시에 상장된 주요 에너지기업 및 광물업체 실적 전망을 두고 낙관적 분위기가 퍼지면서 증권사들이 내놓는 전망치도 높아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시장 조사기관 레피니티브 분석을 인용해 S&P500 지수에 포함된 상장기업의 올해 순이익 전망치가 지난해보다 약 8% 늘어나는 수준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나 주요 에너지기업 및 광물업체를 포함하는 에너지 분야 종목을 제외하면 S&P500 지수 포함 기업의 올해 순이익은 지난해보다 약 1% 늘어나는 데 그칠 것으로 예상됐다.
에너지를 제외한 다른 종목 기업들의 올해 실적이 대체로 부진한 수준에 그칠 것이라는 의미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해당 데이터를 고려할 때 미국 증시 고평가 여부를 판단하는 핵심 지표인 순이익 전망 대비 주가 비율에 다소 오류가 발생하고 있다고 바라봤다.
현재 S&P500 포함 기업들의 순이익 전망 대비 주가비율은 18배 정도에 불과하다. 올해 초 약 22배 수준을 보였던 점과 비교하면 현재 크게 저평가되고 있다는 의미다.
그러나 월스트리트저널은 에너지 종목을 제외한 순이익 전망 대비 주가비율이 20배 정도라며 미국 증시가 전반적으로 저평가 국면에 들어섰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에너지 종목의 주가가 크게 저평가되면서 전체 증시가 평균적으로 저평가된 것처럼 보이는 ‘착시현상’을 주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S&P500 지수에서 에너지 종목이 차지하는 비중도 연초 대비 상당히 높아졌다며 해당 기업들의 주가만 저평가되고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고 바라봤다.
투자자들이 최근 S&P500 전체 순이익 전망 대비 주가비율을 보고 전체 증시가 저평가됐다고 판단해 저가 매수 전략을 고려하는 일은 위험하다는 것이다.
아마존 주가는 현재 순이익 전망 대비 80배, 테슬라 주가는 56배 정도로 증시 전체 평균보다 훨씬 고평가된 상태에서 거래되고 있다는 점이 근거로 제시됐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전체 순이익 전망 대비 주가비율 지표는 하나의 참고용 도구에 불과하다는 점을 투자자들이 인식해야 한다”며 “종목별 불균형이 유독 커진 상황”이라고 보도했다.
현재 미국 증시 상장기업 실적 전망에 인플레이션과 경기침체 가능성 등 영향이 온전히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도 투자자들이 주의해야 하는 요소로 꼽혔다.
증권사들이 여전히 기업들의 내년 실적 반등에 큰 기대를 걸고 있기 때문에 주요 지표만을 봤을 때는 미국 증시가 현재 저평가된 상태에 놓였다고 착각할 수 있다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상장기업 실적이 본격적으로 경기침체 등 영향에 타격을 받는다고 가정한다면 미국 증시는 여전히 고평가된 상태로 분석된다”며 “순이익 전망 대비 주가비율은 현재 그다지 유용하지 않은 지표라고 파악할 수 있다”고 전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