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헌 동서그룹 회장이 올해도 아들인 김종희 전 동서 상무에게 실탄을 두둑히 챙겨줬다. 그룹의 지주회사격인 동서의 현금배당을 통해서다. 김 전 상무는 이번 배당금으로 동서의 지분을 늘리며 경영권 승계에 한 발짝 더 다가갈 것으로 보인다.
28일 금융감독원 등에 따르면 동서그룹은 2013년도 결산배당으로 주주들에게 총 546억원의 현금배당을 실시하기로 했다. 배당가능주식수는 9927만주, 1주당 배당금은 550원(액면가 500원)이다.
|
|
|
▲ 동서그룹이 화끈한 배당금으로 경영승계를 위한 자금을 만들고 있다. |
동서의 주식을 23%를 보유하고 있는 김상헌 동서그룹 회장은 올해 126억원의 배당금을 가져가게 됐다. 동서 지분 20% 소유하고 있는 동생 김석수 동서식품 회장도 110억원의 배당금이 예상된다. 경영3세 중에는 동서의 지분 9%를 가지고 있는 김종희 전 동서 상무가 52억원의 배당금을 챙기게 됐다.
동서는 30%에 가까운 높은 배당성향을 유지해왔으나 특히 2010년 이후 배당성향을 크게 높였다. 동서의 지난해 배당성향은 48.27%로 2012년 43.17%보다 5% 이상 증가했다. 동서는 2010년 이후부터 배당성향을 40%대로 올린 후 지난해에는 50% 가까이 끌어올렸다. 3년 새 10%가량 늘어난 셈이다.
이런 동서 행보의 바탕에 김 회장의 경영권 승계 의도가 깔렸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동서가 배당성향을 40%로 높이기 시작한 시기와 김 전 상무의 지분이 급격히 늘어난 시점이 일치하기 때문이다.
같은 기간에 김종회 전 동서 상무의 동서 지분율 역시 가파르게 증가했다. 2000년대 초까지 1% 남짓에 머무르던 김 전 상무의 동서 지분율은 그가 30대에 들어선 2004년 조부인 김재면 동서그룹 명예회장으로부터 동서 지분을 물려받으며 확대되기 시작했다. 본격적인 지분율 확대는 부친인 김 회장을 통해 이뤄졌다. 2011년 4월 김 전 상무는 김상헌 회장으로부터 주식 80만주(2.70%)를 증여받으며 지분을 5%이상 소유한 주요주주로 올라섰다. 이를 포함해 2011~2012년까지 그는 김 회장으로부터 3차례에 걸쳐 4%가 넘는 지분을 물려받았다.
이런 식으로 김 전 상무가 동서의 지분율을 늘이며 2003년~2012년까지 10년간 동서로부터 받은 배당금은 116억원에 이른다. 일각에서는 김 전 상무가 배당금을 통해 김 회장으로부터 증여받은 주식에 대한 증여세를 내거나 추가 지분을 취득하는 데 쓰였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동서그룹의 가장 유력한 후계자로 꼽히는 김 전 상무는 지난해 2월 동서 상무직을 돌연 사임하며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다. 그러나 그는 동서 지분을 9% 이상 소유해 다른 동서그룹 오너 3세들이 1~3%대 지분을 보유한 것에 비해 월등히 앞서 있다.
동서는 국내 최대 커피 업체인 동서식품(50%)을 비롯해 동서유지(48%), 대성기계(48%), 대성기계(48%) 등 동서그룹 주요 계열사의 지분을 절반 가량 보유하고 있다. 사실상 동서그룹의 지주회사다. 따라서 동서 지분을 충분히 확보하면 그룹의 경영권을 가질 수 있는 구조다.
그런 맥락에서 김 전 상무의 동서 지분율은 의미가 크다. 그가 동서그룹의 경영권에 누구보다도 가까이 있다는 것을 나타내기 때문이다. 올해 김 전 상무가 받게 될 52억원의 배당금 역시 동서 지분 확보로 이어질지 업계가 주목하는 이유다.
배당성향: 회사가 당기순이익 중 주주에게 얼마를 배당금으로 돌려주었는지 나타내는 지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