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미국 정부가 삼성전자와 대만 TSMC 등 기업을 대상으로 반도체 지원법 시행에 따른 인센티브를 앞세워 무리한 요구를 내놓을 가능성이 크다는 중국언론의 예측이 나왔다.
해당 반도체기업들이 중국에 투자나 거래를 하기 어렵도록 강력한 제재조치를 도입하거나 미국 정부에 반도체 기밀 정보를 제공하라며 압박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 미국 정부가 반도체 지원법을 시행하며 삼성전자와 대만 TSMC 등 대상 기업에 기밀정보 제공 등 무리한 요구를 할 수 있다는 중국언론의 보도가 나왔다. 삼성전자와 대만 TSMC 반도체 생산공장. |
중국 관영매체 글로벌타임스는 19일 “미국 반도체 지원법은 공공의 이익을 해치는 일”이라며 “전 세계 반도체산업이 ‘한 배’를 타고 있었지만 이제는 관계가 불안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글로벌타임스는 미국 바이든 정부가 반도체 지원법을 시행하면서 공정한 경쟁의 원칙을 훼손하고 있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미국 반도체 지원법은 현지에 반도체 생산시설 또는 연구센터를 설립하는 기업에 수십 조 원 규모의 막대한 보조금과 세제혜택 등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이는 전 세계 반도체산업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높이고 해외 국가에서 반도체 수입에 의존을 낮추는 자급체제를 구축하겠다는 목표 아래 추진되고 있다.
글로벌타임스는 미국 정부가 특정 산업에 이런 방식으로 육성 전략을 주도하는 일이 매우 이례적이라며 그만큼 중국과 경쟁을 크게 의식하고 있는 행보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삼성전자와 TSMC 등 반도체 보조금 지원 대상으로 꼽히는 기업들이 법안에 따라 중국 투자 등에 관련해 큰 제약을 받게 된다는 점이 핵심 근거로 제시됐다.
글로벌타임스는 “미국 정부는 해당 기업들이 약 10년 동안 중국에 자유롭게 투자할 수 없도록 하는 강력한 ‘가드레일’을 앞세우고 있다”며 “독재주의에 가까운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미국 정부가 이런 방식으로 국제 무역관계를 해치면서 국제무역기구(WTO)에서 정립한 공정한 무역 원칙을 훼손하고 있다는 비판도 이어졌다.
중국과 경쟁을 지나치게 의식한 나머지 미국 정부가 자유로운 시장경쟁과 글로벌화 등 그동안 앞세우고 있던 중요한 가치를 뒷전으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와 TSMC가 반도체 지원법에 수혜를 입게 된다면 한국과 대만이 곧 미국의 식민지와 같은 처지에 놓일 수 있다는 비판도 이어졌다.
미국 정부가 과거 삼성전자와 TSMC를 향해 반도체 고객사와 재고물량 등 기밀정보를 요구하며 압박을 했던 것처럼 앞으로 이들 기업에 더 많은 정보를 요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글로벌타임스는 “미국 정부는 이들에게 필요한 정보를 얻어낼 수 있는 많은 수단이 있다는 점을 강조해 왔다”며 “반도체 지원법에 포함된 이런 독소조항이 반도체산업에 해를 끼칠 것”이라고 바라봤다.
전 세계 반도체시장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중국과 거리를 두려는 미국 정부의 노력이 국가 이미지는 물론 경제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이어졌다.
글로벌타임스는 보스턴컨설팅그룹 보고서를 인용해 “미국 정부가 중국과 무역관계를 단절한다면 미국 기업 매출의 약 37%가 줄어드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며 “반도체산업에서 중국과 거리를 두려는 미국의 시도는 전 세계 모두를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