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황각규 롯데그룹 정책본부 운영실장. |
롯데그룹이 재계순위 5위까지 덩치를 키울 수 있었던 것은 활발한 인수합병(M&A) 덕분이었다.
검찰이 롯데그룹의 인수합병 과정에서 비자금이 조성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신동빈 회장의 지원을 받아 롯데그룹 인수합병을 주도해온 황각규 정책본부 운영실장(사장)이 검찰수사와 관련해 어떤 행보를 보일지 주목된다.
14일 검찰과 업계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검찰은 롯데그룹 정책본부를 비자금 의혹의 열쇠로 보고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정책본부는 사실상 롯데그룹의 ‘컨트롤타워’인데 이곳에서 실세 역할을 하는 인물이 바로 황 사장이다.
정책본부는 이인원 부회장이 총괄하고 있지만 국내외 인수합병을 전담하고 계열사를 조율하는 인물들은 대부분 황 사장 라인으로 짜여져 있다.
롯데그룹은 그동안 인수합병과 관련해 신동빈 회장이 ‘큰 그림’을 그리면 이후 핵심적인 작업은 황 사장이 사실상 주도해 온 것으로 전해진다. 황 사장이 ‘M&A의 귀재’라는 별칭으로 불리기도 하는 이유다.
검찰은 롯데그룹 비자금 조성 과정에서 롯데케미칼이 큰 역할을 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는데 황 사장은 바로 롯데케미칼 출신이다.
황 사장은 서울대 화학공학과를 졸업한 뒤 1979년 호남석유화학(현 롯데케미칼)에 입사했는데 1990년 후계자 수업을 위해 호남석유화학에 상무로 온 신 회장과 인연을 맺고 승승장구했다.
황 사장은 엔지니어 출신답게 석유화학산업의 구조를 훤히 꿰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롯데케미칼은 해외에서 원료를 들여오는 계열사를 통해 매입가를 띄워 자금을 빼돌렸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데 검찰은 이 과정에서 황 사장이 주도적인 역할을 했는지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케미칼은 석유화학 무역업을 하는 협력업체 A사의 홍콩 법인을 통해 동남아시아산 석유화학원료를 구입하는 과정에서 해외 계열사인 일본 롯데물산을 동원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롯데케미칼이 이런 방식으로 2010년부터 최소 3년 동안 300억원대 해외 비자금을 조성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이 14일 롯데케미칼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한 것도 이런 정황을 포착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검찰은 롯데그룹의 지배구조를 소상하게 알고 있는 황 사장이 계열사들 간 거래로 위장한 비자금 조성에도 개입했는지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수사 결과 롯데케미칼 등이 비자금을 조성한 것으로 드러날 경우 황 사장은 수사의 중심에 설 수밖에 없게 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롯데케미칼이 신 회장의 ‘경영수업 요람’이었다는 점도 주목하고 있다. 비자금 조성 혹이 구체적으로 확인된다면 신 회장이 “몰랐다”고 해명한다 해도 형사책임을 면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얘기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검찰의 칼끝이 궁극적으로 롯데그룹 오너 일가를 조준하고 있지만 그 전에 핵심측근들을 먼저 치지 않겠냐는 말이 나돌고 있다”며 “핵심인사 중 황 사장이 가장 먼저 검찰의 소환을 받게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재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