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장 겸 대표이사 사장이 반도체 경기 사이클에 관계없이 꾸준히 투자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경계현 사장은 7일 오전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과거 삼성전자의 반도체 투자 패턴을 보면 호황기에 투자를 많이 하고 불황기에 투자를 적게 하는 경향이 있었다”며 “하지만 이제는 경기 사이클이 빨라지면서 불황기에 투자를 줄인 것이 호황기에 좋지 않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불황에도 반도체 투자 더 늘린다, 첨단 파운드리도 자신감 보여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장 겸 대표이사 사장(사진)이 7일 반도체 경기 사이클에 관계없이 투자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경 사장은 “이제 업앤다운에 의존하는 투자보다 꾸준한 투자가 더 맞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며 “물론 시장의 좋고 나쁨에 따라 조절은 하겠지만 기본적인 투자 방향은 시황과 무관하게 일관적으로 진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경계현 사장은 '소통왕'이라는 별명처럼 삼성전자의 경영 현안과 관련한 기자단의 질문에 솔직하게 대답하며 삼성전자가 맞이한 과제와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 등을 자세하게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2015년 평택캠퍼스 부지를 선정해 현재까지 약 100조 원을 투자해 세계최대 반도체 공장을 구축하고 있다.

2017년 6월 낸드플래시와 D램을 생산하는 평택 1라인이 가동한 것을 시작으로 2022년 7월에는 낸드플래시와 D램,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까지 담당하는 평택 3라인이 가동에 들어갔다.

삼성전자는 해외 설비투자도 확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170억 달러(약 22조 원)를 투자해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파운드리 2공장을 건설을 추진하고 있는데 이르면 올해 안에 착공식이 열릴 것으로 전망된다.

경계현 사장은 “(최근의 지정학적 긴장으로) 이번에 테일러에 짓고 있는 새 공장에 대해서 고객들이 굉장히 관심이 많다”며 “테일러 공장 때문에 삼성전자 파운드리와 사업을 같이 하자는 고객도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향후 미국 외에 유럽 등으로 투자를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미국 정부가 현지에 반도체공장을 건설하는 기업에 520억 달러(약 68조 원)의 보조금을 지원하는 내용의 반도체지원법을 통과시킨 것과 같이 유럽연합(EU)은 2030년까지 430억 달러를 투입하는 반도체법 제정에 나섰다.

경 사장은 “미국 외에 글로벌 지역 투자는 현재로서 확정한 것은 없지만 다방면으로 지켜보고 있다”며 “시장의 변화를 보면서 필요하면 투자를 진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설비뿐만 아니라 연구개발(R&B) 투자도 확대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삼성전자는 최근 낸드플래시와 D램 등 오랫동안 ‘초격차(따라올수 없는 격차)’를 유지했던 메모리반도체 사업에서 경쟁사들로부터 추격을 당하고 있다.

D램업계 3위인 미국 마이크론은 2021년 6월 세계 최초로 14나노 D램 양산에 성공하며 삼성전자의 ‘초격차’ 전략을 흔들기 시작했다.

또 낸드플래시에서는 마이크론에 이어 SK하이닉스까지 삼성전자보다 먼저 200단 이상의 제품을 먼저 양산하며 삼성전자에게 큰 위협이 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말 200단 이상의 낸드플래시 제품을 출시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경계현 사장은 메모리반도체 경쟁력과 관련해 “5년 전만 해도 메모리반도체에서 경쟁사와 격차가 많이 있었는데 줄어든 것은 사실”이라며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연구개발(R&D) 투자를 예전보다 적게 했던 영향이 크다”고 진단했다.

경 사장은 “이제 이유를 알고 있으니 연구개발에 신규 투자를 더 집행해 격차를 늘려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 불황에도 반도체 투자 더 늘린다, 첨단 파운드리도 자신감 보여

▲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생산라인 모습. <삼성전자>

경 사장은 파운드리와 관련해서도 문제점을 인식하고 개선방안을 찾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실리콘밸리의 여러 관계자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니 삼성전자 파운드리에 대한 평판이 그렇게 좋지 않았다”며 “파운드리는 메모리와 달리 커미트먼트(책임) 사업이기 때문에 우리가 제품을 제공하지 못하면 고객사는 망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경 사장은 “마치 호텔 사업처럼 캐파(생산능력)를 먼저 확보하고 고객을 유치하되 장기적인 전략적 파트너십이 중요한데 삼성전자가 그 부분에서 다소 부족했다”며 “전체 매출 1등이 아니라 내용적인 1등을 달성할 수 있는 방법을 여러 가지로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3나노 파운드리 공정과 관련해서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삼성전자는 세계 최초로 기존 핀펫 대신 게이트올어라운드(GAA) 신공정을 3나노부터 도입해 6월부터 양산을 시작했는데 아직 수율과 고객사 등이 공개되지 않아 어느정도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지 파악되지 않고 있다.

반면 대만 TSMC는 삼성전자보다 3개월 늦은 9월부터 핀펫 기반의 3나노 양산을 시작했지만 수율이 80%에 이른다고 공개했고 애플 등 대형 고객사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 사장은 “3나노 첫 제품(3GAE)을 만들기 시작했고 2023년 양산을 목표로 2세대(3GAP)를 개발하고 있는데 고객들이 2세대에 대한 기대가 크다”며 “4~5나노는 경쟁사보다 개발이 뒤처진 것이 사실인데 고객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3나노는 삼성전자가 TSMC보다 빠르게 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4~5나노도 성능이나 가격 등의 측면을 지속적으로 개선하고 있어 2023년 말이 되면 삼성전자 파운드리의 모습이 지금과는 크게 달라져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