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허태수 GS 대표이사 겸 GS그룹 회장이 신사업 육성을 위한 인수합병(M&A) 의지를 내보이고 있다.
허 회장은 정유·에너지와 유통사업 중심인 GS그룹의 사업구조를 다변화하기 위한 핵심분야로 바이오 관련 사업을 꼽고 있는데 치과용 구강스캐너기업 메디트 인수에 적극적으로 나서 의료분야로도 신사업을 확장하는 데 고삐를 죌 것으로 예상된다.
▲ 허태수 회장이 GS그룹 첫 신사업 전략보고회에서 인수합병 의지를 내비치면서 메디트 인수에도 더욱 적극적으로 나설지 시선이 몰린다. |
7일 GS그룹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허 회장이 GS그룹 첫 신사업 전략보고회에서 인수합병의 중요성을 짚으면서 현재 진행되고 있는 메디트 인수전에 더욱 시선이 몰린다.
이날 GS그룹은 경기 포천시 GS리테일 워크숍센터에서 허 회장을 비롯해 주요 계열사 신사업 부문 임원 50여 명이 한자리에 모인 ‘GS 신사업 전략보고회’를 진행했다. GS가 신사업만을 주제로 전략보고회를 연 것은 2005년 그룹 창립 뒤 이번이 처음이다.
이 자리에서 허 회장은 “적극적 투자와 사업협력 개방형 혁신으로 신사업 생태계를 확장해 나가자”고 당부했다. 이와 함께 향후 신성장동력 확보를 위해서 적극적으로 인수합병을 추진하겠다는 방침도 공유했다.
투자은행업계에 따르면 GS는 글로벌 사모펀드운용사 칼라일그룹과 컨소시엄을 맺고 메디트 인수전에 뛰어들어 최근 적격인수후보(숏리스트)에 선정됐다.
적격인수후보에는 GS 컨소시엄과 글로벌 사모펀드 KKR, CVC까지 세 곳이 포함됐다.
그동안 GS가 신사업 확장에 보수적으로 접근해온 탓에 최대 4조 원에 이르는 몸값이 예상되는 메디트 인수를 놓고 GS의 인수의지가 어느 정도인지 시선이 엇갈렸다.
다만 허 회장이 GS그룹 첫 신사업 전략보고회라는 의미 있는 자리에서 인수합병을 강조하면서 메디트 인수전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커졌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메디트는 의료용 3차원(3D) 스캐너 제조와 판매사업을 위해 2000년 설립된 기업이다. 2019년 국내 사모펀드 유니슨캐피탈이 메디트 지분 55.86%를 인수했다.
매각 대상은 유니슨캐피탈이 보유한 메디트 지분 전부와 메디트 창업주인 장민호 전 고려대학교 기계공학과 교수 및 장 전 교수 일가가 보유한 지분 등을 포함한 지분 100%다. 투자은행업계에서는 메디트 인수 가격은 3조 원에서 최대 4조 원까지 거론된다.
메디트는 구강스캐너 분야에서 글로벌 시장점유율 3위권으로 파악된다.
메디트 실적은 유니슨캐피탈에 인수될 2019년 매출 722억 원, 영업이익 361억 원에서 2021년 매출 1906억 원, 영업이익 1032억 원으로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GS그룹이 정유·에너지와 유통사업을 넘어 바이오사업으로 사업 다각화에 공을 들이고 있다는 점은 허 회장이 바이오와 인접한 의료기업 메디트 인수에 공격적으로 임할 가능성이 큰 이유로 꼽힌다.
GS그룹은 기존 에너지사업과 연계할 수 있는 재활용 등 순환경제 분야와 함께 바이오를 신성장동력으로 육성하고 있다.
게다가 지난해에는 보수적 투자 기조를 깨고 바이오기업 휴젤 인수에 3천억 원을 투자하며 기존 사업 분야를 벗어난 신사업 추진을 위한 인수합병에 시동을 걸었다.
GS는 지난해 국내 사모펀드 IMM인베스트먼트, 글로벌 전문투자펀드 CBC그룹, 중동 국부펀드 무바달라의 투자회사 등과 함께 1조7천억 원 규모의 휴젤 지분 43.24% 인수에 성공했다.
보툴리눔톡신 국내 1위 기업인 휴젤에 이어 메디트 인수에 성공한다면 신성장동력으로 의료사업 분야를 확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GS가 컨소시엄을 맺어 휴젤을 인수했고 메디트 인수전에도 칼라일그룹과 손을 잡고 있는 것은 새로운 사업 분야로 진출하는 데 위험을 분산하기 위한 방편으로 풀이된다.
허 회장은 대규모 인수합병뿐 아니라 스타트업을 향한 소규모 투자에도 의욕을 보이고 있다.
GS는 올해 초 공정거래법 개정에 맞춰 국내 지주회사 가운데 처음으로 기업형 벤처캐피털(CVC, Corporate Venture Capital) GS벤처스를 설립했다.
기업형 벤처캐피털은 금융회사가 아닌 일반 법인이 대주주인 벤처캐피털을 말하며 자체 증자나 40% 이내에서 외부자금을 유지해 스타트업 등에 투자하는 사업구조를 갖고 있다.
GS벤처스는 설립 뒤 6월 신기술사업금융업 등록, 7월 첫 펀드 조성에 이어 한 달여 만인 현재까지 모두 5개에 이르는 스타트업에 투자를 실행했다.
GS벤처스는 앞으로도 바이오, 기후변화 대응, 자원순환, 스마트건축 등 분야의 스타트업을 발굴해 GS그룹의 신사업 개발에 더욱 속도가 날 수 있게 하는 첨병 역할을 하게 된다.
GS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전화통화에서 “메디트 인수와 관련해 아직 정해진 것은 없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장상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