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건설사들이 저유가의 여파로 상반기에 해외수주 실적이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건설사들은 올해 초 경제제재 조치가 해제된 이란을 중심으로 수주를 늘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가시적인 효과는 하반기가 돼서야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건설사, 저유가 여파로 상반기 해외수주 급감  
▲ 정수현 현대건설 사장(왼쪽), 이해욱 대림산업 부회장.
해외건설협회는 13일 기준으로 올해 해외건설 수주액이 모두 141억3837만 달러를 기록했다고 14일 밝혔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수주액이 40% 감소한 것이고 2012년 이후 4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2014년부터 이어진 저유가 여파가 아직까지 해외수주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해외건설협회 관계자는 “최근 국제유가가 상승하고 있지만 아직 산유국들이 채산성을 따져보고 있어 실제 발주로 이어지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과거와 달리 상반기에 대형 프로젝트가 없었던 것도 수주가 부진했던 원인”이라고 말했다.

국내 건설사들이 과거 중동 등에서 수주실적 중심으로 무리한 수주를 펼쳤지만 현재 수익성이 있는 사업 위주로 프로젝트를 선별해 수주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바꾼 점도 수주물량이 줄어든 원인으로 꼽힌다.

지역별로는 중동지역의 수주액이 66억6천만 달러에 그쳐 지난해보다 44% 감소했다. 중남미지역의 수주액은 13억1300만 달러로 지난해와 비교해 68.4% 줄었다.

태평양·북미지역(13억6104만 달러)과 아프리카지역(5억1050만 달러)의 수주액은 지난해보다 각각 302.7%, 112.9% 늘어났지만 중동과 중남미지역의 수주액 감소폭을 만회하지는 못했다.

하반기에 수주가뭄이 다소 해소될 것으로 기대된다.

국내 건설사들은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라크 등 중동과 에콰도르 등 중남미에서 발주가 진행되고 있는 대형 프로젝트를 수주하는데 공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림산업이 5월 이란에서 가계약을 체결한 19억 달러 규모의 박티아리 수력발전사업은 본계약 체결이 이른 시일 내에 가시권에 들어올 것으로 보인다.

현대건설은 에콰도르에서 퍼시픽 정유공장 프로젝트를 수주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공사비가 모두 100억 달러로 에콰도르 역사상 최대 규모다.

최근 국제유가가 상승세를 타고 있는 점도 수주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해외건설협회 관계자는 “국제유가가 배럴당 50~60달러 수준을 유지한다면 산유국들이 플랜트 발주를 재개할 가능성이 있다”며 “하반기 수주를 장담하기는 어렵지만 상반기보다는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