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효 기자 kjihyo@businesspost.co.kr2022-09-02 16:5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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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조원태 대한항공 대표이사 겸 한진그룹 회장이 추석을 앞두고 그동안 속을 썩였던 집안 문제를 정리하며 한숨 돌리게 됐다.
호텔 매각을 통해 그동안 조 회장과 대립각을 세웠던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색을 지우게 됐을 뿐만 아니라 LX판토스의 한진칼 지분 매입 등을 통해서 이른바 ‘3자연합’과 경영권 분쟁의 여지도 사실상 모두 사라졌다.
▲ 조원태 대한항공 대표이사 겸 한진그룹 회장이 추석을 앞두고 그동안 속을 썩였던 집안 문제를 정리하며 한숨 돌리게 됐다. 사진은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겸 대한항공 대표이사. <대한항공>
이제 조 회장에게는 아시아나항공과 기업결합을 통해 ‘메가캐리어(초대형 항공사)’로 나아가는 일만 남았다.
2일 재계에 따르면 한때 한진그룹 가족싸움으로 번지며 그룹을 시끄럽게 했던 경영권 분쟁이 일단락됐다는 시선이 나온다.
한진그룹은 최근 제주칼호텔을 부동산개발회사에 950억 원을 받고 매각했다.
한진그룹은 2020년 자구책을 추진하면서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비주력사업을 매각한다는 방침을 내놓은 바 있다. 그때 비주력사업으로 분류된 게 호텔사업이다.
이후 한진그룹은 대한항공이 소유한 서울 송현동 부지와 왕산레저개발, 자회사인 칼호텔네트워크가 보유한 제주칼호텔 등을 팔아 현금을 확보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갑자기 찾아온 코로나19 위기에 그동안 호텔 매각이 지지부진했지만 최근 제주칼호텔 매각에 성공하면서 한진칼로서는 숨통이 트이게 됐다. 매각을 추진했던 송현동 부지도 지난해 토지주택공사와 매매 계약을 체결했다.
아직 왕산레저개발 매각은 남아있지만 최근 코로나19 엔데믹(방역 체계를 풍토병 체계로 전환)에 여행업황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어 앞으로 매각에 속도가 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호텔사업 매각은 한진그룹에게 재구무조 개선 이상의 의미가 있다.
한진그룹의 호텔사업은 앞서 조현아 전 부사장이 공들여왔던 분야다. 조 전 부사장이 ‘땅콩회항’ 논란 이후 칼호텔네트워크 등기이사 사장으로 경영에 복귀하기도 했다.
하지만 조 전 부사장이 사모펀드 KCGI, 반도그룹과 이른바 ‘3자연합’을 꾸리고 조원태 회장과 대립각을 세우면서 한진그룹에게 조 전 부사장은 지우고 싶은 인물이 됐다.
이후 한진그룹은 재무구조 개선 등을 위해 호텔 매각을 추진했고 이를 통해 조 전 부사장의 흔적을 지우려 한다는 해석이 나왔다.
조 전 부사장과 함께 조 회장 반대전선을 꾸렸던 ‘3자연합’도 해체되면서 향후 경영권 분쟁에 대한 여지도 사실상 사라졌다.
최근 3자연합 가운데 하나였던 반도그룹은 들고 있던 지분의 상당수를 매각했다.
반도그룹은 대호개발, 한영개발, 반도개발 등을 통해 한진칼 지분 17.02%(1136만1천 주)를 들고 있었다. 하지만 8월26일 이 가운데 상당수를 매각해 1일 기준 2.15%(145만6235주)의 지분만 남았다.
특히 LX판토스가 반도건설이 들고 있던 한진칼 지분 가운데 일부를 매입하면서 앞으로 조 회장의 든든한 우군이 생겼다는 분석이 나온다. LX판토스는 한진칼 지분 3.83%(약 256만 주)를 사들였다.
LX판토스는 대한항공과 항공물류사업에서 오래 협력한 이른바 ‘깐부’로 향후 다시 경영권 분쟁 등이 발생하더라도 조 회장의 우호세력이 될 가능성이 크다.
3자연합을 꾸렸던 KCGI도 올해 3월 한진칼 보유 지분 전량을 호반건설에 매각했다. 호반건설은 8월25일 기준 한진칼 지분 16.44%(6729만8130주)를 들고 있다. 호반건설은 조 회장에게 우호세력이 될 지는 불분명하지만 지분 취득목적을 '단순 투자'라고 밝혔다.
조 회장에게는 아시아나항공과 기업결합 승인이라는 과제만 남은 셈이이다.
현재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은 해외 경쟁당국의 심사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최근 호주에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을 두고 조건없는 승인으로 결론을 내리면서 향후 다른 해외 경쟁당국의 심사에도 긍정적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커졌다.
호주는 임의신고국가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을 위해 꼭 승인을 받아야하는 경쟁당국은 아니다.
하지만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에 반드시 승인이 필요한 필수신고국가인 미국, 유럽연합(EU)과 유사한 방식으로 기업결합 심사를 진행한다. 기업결합 전과 동일한 경쟁환경을 유지하기 위해 신규 항공사의 진입을 요구하는 방식이다.
이 때문에 미국과 유럽연합도 호주의 심사결과에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항공업계는 보고 있다. 특히 호주는 미국, 유럽연합과 심리적으로도 가까운 우방이라는 점에서 두 나라의 심사에 긍정적 영향 미칠 가능성 높다는 말이 나온다.
다만 조 회장이 기대한 대로 올해 안에 해외 경쟁당국에서 심사 결과가 나올지는 미지수다.
조 회장은 앞서 외신과 인터뷰 등을 통해서 올해 안에 합병 결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조 회장은 6월 항공전문지 ‘플라이트글로벌’과 인터뷰를 통해 “미국과 유럽연합 당국으로부터 늦어도 연말까지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 승인을 받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올해 2월 한국의 기업결합 승인 이후 나머지 필수신고국가 가운데 단 1곳도 심사 결과를 내놓지 않으면서 해를 넘길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대한항공은 필수신고국가인 미국, 유럽연합, 중국, 일본과 임의신고국가인 영국 경쟁당국로부터 아시아나항공과 기업결합 승인을 받아야 한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해외 경쟁당국이 요구하는 자료 등을 성실히 제공하며 심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김지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