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앞으로 집주인은 전세계약을 맺은 뒤 바로 매매나 근저당권 설정 등을 할 수 없게 된다. 임차인의 대항력을 보호해 재산상 피해를 입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국토부는 1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임차인 재산 보호와 주거안정 지원을 위한 전세사기 피해 방지방안을 발표했다. 최근 악의적 전세사기 사례가 급증하고 있는 데 따른 대책이다.
▲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1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전세사기 피해 방지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이날 대책을 발표하면서 “정부가 전세사기를 확실히 뿌리 뽑기 위해 피해를 미리 예방하고 범죄자는 일벌백계한다는 원칙 아래 이번 대책을 마련했다”며 “더 이상 전세사기 범죄로 가정이 망가지는 비극이 일어나지 않도록 정부가 가진 모든 역량을 동원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전세사기 피해 방지방안은 크게 임차인의 법적권리 강화와 피해 예방, 지원 등 세 부문으로 나눠 마련됐다.
임차인의 법적 권리 강화를 위해서는 우선 올해 4분기 최우선 변제금액 상향을 추진한다.
현재 주택임대차보호법령에 따르면 임차인은 담보설정 순위와 관계없이 보증금 가운데 일정 금액을 우선 돌려받을 수 있는 최우선 변제금액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이에 따라 임차인은 서울의 경우 5천만 원, 과밀억제권역은 4300만 원, 광역시는 2300만 원, 그 외 지역은 2천만 원까지 최우선으로 변제받을 수 있다.
임차인의 대항력도 보강한다.
정부는 임차인의 대항력 효력이 발생할 때까지 임대인이 매매나 근저당권 설정 등을 하지 않는다는 특약을 계약서에 명시하도록 주택임대차 표준계약서를 개선하기로 했다.
임차인의 대항력이 전입신고 다음날 발생하는 점을 악용해 집주인이 임차인 대항력 발생 전에 주택을 매도하거나 근저당을 설정해 임차인의 보증금 보호가 취약해지는 사례를 막기 위해서다.
전세사기 예방 부분에서는 임대인과 임차인의 정보격차 해소에 중점을 뒀다.
임차인이 적정한 전세가격이나 임대인의 세금체납 여부 등에 관한 정보를 파악하지 못하는 정보 비대칭의 상황에서 전세사기 피해 위험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에 전세계약 때 임차인이 확인해야 할 주요 정보들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자가진단 안심전세 앱(가칭)’을 2023년 1월에 내놓는다.
또 임차인이 계약 전에 임대인의 체납 사실이나 선순위 보증금 등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서류를 요청하면 임대인이 의무적으로 제공하도록 제도를 개선한다.
정부는 매월 실거래 정보를 바탕으로 아파트와 빌라 등의 전세가율을 전국은 시군구 단위, 수도권은 읍면동 단위로 공개하고 보증사고 현황과 경매낙찰 상황도 제공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신축빌라 등 시세를 확인하기 어려운 주택을 대상으로 한 공정한 가격산정체계도 마련하기로 했다.
마지막으로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도 확대한다.
정부는 9월 전세사기 피해자를 대상으로 금융서비스, 임시거처 마련, 임대주택 입주, 법률상담 안내 등을 원스톱으로 제공하는 전세피해 지원센터를 시범적으로 설치해 운영한다.
이후 주택도시보증공사 지사나 주거복지센터 등 지역거점을 활용해 전세피해 지원센터를 늘려가기로 했다.
2023년부터는 주택도시기금을 활용해 전세사기 피해 임차인에 1%대 초저리 자금대출도 지원한다.
이 밖에도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보증료 추가지원, 전세사기 피해자를 위한 긴급거처 제공 등을 추진하고 전세사기 단속, 처벌도 강화한다.
정부는 이날 발표한 대부분의 대책을 올해 안에 이행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법률 개정이 필요한 사안들은 늦어도 2023년 시행될 수 있도록 국회와 긴밀히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