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재 기자 piekielny@businesspost.co.kr2022-08-31 14:4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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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정부와 론스타와의 국제소송 10년이 상처뿐인 선방으로 끝나가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외환은행 매각을 둘러싼 한국 정부와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의 6조 원대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과 관련해 세계은행 산하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의 판단이 나오면서 한국 정부와 론스타 사이 질긴 악연의 또 다른 한 챕터가 끝나가고 있다.
한국 정부 입장에서는 론스타 측이 청구한 금액보다 크게 줄어든 배상 청구서를 받았지만 그동안 치른 사회적 비용이 만만치 않고 향후 배상금 역시 세금으로 지급된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상처뿐인 선방’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31일 정치권과 법조계에 따르면 한국 정부가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의 이번 판정에 따라 론스타에 줘야 하는 배상금과 이자는 약 3천억 원이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 론스타사건 중재판정부는 이날 오전 론스타에 2억1650만 달러(약 2900억 원)을 배상하라는 판정문을 한국 정부에 보냈다.
론스타 측이 청구한 배상액 46억7950만 달러(약 6조3천억 원)의 4.6% 수준이지만 여기에 200억 원 규모의 지연이자를 더하면 배상금은 3100억 원가량으로 늘어난다.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는 2011년 12월부터 배상금을 모두 지급하는 날까지 미국 국채 수익률의 이자를 지급하라고 결정했는데 한국 정부는 이자비용을 185억 원가량으로 추정했다.
▲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 론스타사건 중재판정부는 31일 론스타에 2억1650만 달러를 배상하라는 판정문을 한국 정부에 전달했다. 사진은 2003년 11월3일 외환은행 노조원들이 본점에서 이사회 소집을 반대하며 대주주인 론스타의 투명경영을 촉구하는 모습. <연합뉴스>
이번 판결은 론스타가 2012년 11월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에 한국 정부를 제소한 지 10년 만에 나왔는데 한국 정부와 론스타의 인연은 이보다 10년 더 앞선 2003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론스타는 미국 택사스주 댈러스에 본사를 둔 사모펀드로 2003년 외환은행 지분 51.02%를 1조4천억 원가량에 인수하며 국내에 이름을 알렸다.
이후 2007년 HSBC와 5조9천억 원대의 외환은행 지분 매매계약을 맺었으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으로 무산됐고 2012년 하나금융지주에 외환은행 지분을 약 3조9천억 원에 넘기며 외환은행 투자에서 손을 털었다.
론스타는 외환은행을 인수한 뒤 매각대금과 배당금 등을 포함해 약 4조7천억 원의 이익을 낸 것으로 알려지며 ‘먹튀’ 논란이 일었는데 외환은행을 하나금융에 매각한 그해 한국 정부를 상대로 6조 원대 투자자-국가 간 소송을 제기하며 또 다시 논란의 중심에 섰다.
한국 정부의 매각 승인 지연으로 HSBC에 5조9천억 원을 받고 팔았어야 할 지분을 하나금융에 3조9천억 원에 넘겨 손해를 봤고 이와 관련한 부당한 과세로 피해를 봤다는 것이 소송의 주된 이유였다.
이후 2013년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 아래 중재판정부가 구성되며 바로 심리절차가 시작됐지만 심리가 길어지고 2020년 의장중재인 변경 등의 우여곡절을 거쳐 소송 제기 10년 만에 첫 판정이 나왔다.
시장에서는 론스타 측이 청구한 6조3천억 원 가운데 4.6%가량인 2900억 원에 대한 배상 책임만 인정된 만큼 한국 정부가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론스타에 물어줘야 하는 이자 포함 3천억 원이 넘는 배상금은 모두 세금에서 나오는 만큼 상처만 남았다는 평가가 더욱 우세하다.
여기에 한국 정부가 2012년 론스타의 소송 제기 이후 지금껏 세금으로 쓴 관련 변호사 비용만 50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정부가 론스타와 불필요한 소송에 휘말리지 않았다면 쓰지 않아도 되는 세금 3500억 원을 지출하게 된 셈이다.
론스타가 2003년 외환은행 인수 뒤 유발한 사회적 갈등에 따른 크고 작은 사회적 비용을 더하면 론스타에 외환은행을 넘기면서 한국 사회가 입은 손실은 더욱 커진다.
산업자본인 론스타는 외환은행을 인수하는 단계부터 대주주 자격 논란이 크게 일었고 이와 관련한 불법 매각, 부실 매각, 헐값 매각 시비 등이 뒤따르며 감사원 감사와 검찰 조사까지 진행됐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은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론스타는 외환은행을 인수해 매각하는 과정에서 5조 원에 달하는 이익을 얻어 간 것으로도 모자라 혈세 4천억 원까지 손에 넣게 됐다”며 “이번 중재재판 결과가 론스타의 청구금액보다 적다는 이유로 마치 우리 정부가 승소한 것처럼 다뤄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한국 정부는 이와 관련해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의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이의제기를 하기로 결정했다.
▲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31일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서 론스타 사건 판정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이날 정부과천청사에서 론스타 사건 관련 브리핑을 열고 "론스타에 피같은 세금을 한 푼도 유출해선 안 된다"며 "적극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의 판정과 관련해 국내 기획재정부 출신 고위 관료들이 책임을 질지도 관심사다.
기재부 출신 고위 관료들에게 론스타는 청문회 등에서 항상 꼬리표처럼 붙어 다니며 큰 부담이 됐던 사안이다.
이번 정부에서도 한덕수 국무총리, 추경호 경제부총림 겸 기획재정부 장관,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등의 인사청문회 과정에서도 론스타 관련 질문들이 나왔다.
한덕수 총리는 2003년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 당시 론스타 법률대리를 맡은 김앤장 법률사무소 고문을 지냈고 추경호 부총리와 김주현 위원장은 2011년 론스타가 하나금융과 외환은행 지분 매각을 협상할 당시 금융위원회 부위원장과 사무처장을 맡았다.
김주현 위원장은 7월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론스타 사태와 관련한 책임론이 나오자 “어떤 상황이든 책임을 질 게 있으면 지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장혜영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론스타 중재판정 결과 관료와 투기자본은 살고 국민은 죽었다”며 “윤석열 정부의 한덕수 국무총리와 추경호 경제부총리를 포함해 론스타 사태에 책임이 있는 사람들에 대한 청문회를 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10년 만에 나온 중재판정 결과는 론스타 사건의 끝이 아니라 시작을 의미한다”며 “이제 책임이 있는 사람들에게 그 책임을 확실히 물어 다시는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한재 기자
국제통상적 관점에서 보더라도 ICSID는 투자자 보호를 위해 만들어진 제도로서 시작부터 한국한테 절대적으로 불리한 지형이었는데, 미국 초대형 펀드를 상대로 국제무대에서 96% 방어해냈다면 한국 정부로서는 사실상 완승이나 마찬가지다 더욱이 소수의견으로 한국 정부의 책임이 전혀 없다는 의견까지 이끌어 냈다면 이건 쾌거라고 보아도 무방하다 (2022-08-31 16: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