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제일교회 ‘알박기’ 성공하나, 장위10구역 조합 570억 줄지 곧 결정

▲ 사랑제일교회가 570억 원에 이르는 보상금을 받아갈지 9월6일 열리는 총회에서 결정된다. 사진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지난 2020년 1월2일 구속영장이 기각된 이후 서울 종로경찰서를 나서는 모습.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서울 장위10구역 조합이 사랑제일교회에 보상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서울 장위10구역 재개발사업(2004세대)는 사랑제일교회에서 보상금 문제를 들어 철거에 반대해 분양일정이 밀렸다. 이에 조합은 사랑제일교회를 빼고 사업을 추진하려 했으나 이마저도 쉽지 않다. 
 
31일 도시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장위10구역 조합은 9월6일 총회를 열어 사랑제일교회에 보상금을 지급할지 여부를 결정한다. 

사랑제일교회는 조합에 570억 원 가량의 보상금을 요구하고 있다. 

사랑제일교회는 감정평가액(84억 원), 신축교회 건축비 등(63억 원), 대토보상(100억 원)을 고려하면 250억 원의 수준의 보상을 받을 수 있었지만 갑절 이상의 보상을 요구하고 있는 셈이다. 

이에 조합은 지난 2월 임시총회를 열고 사랑제일교회 제척안건을 통과시켰다. 총회에 참석한 조합원 380명 가운데 323명이 압도적으로 찬성에 표를 던졌다. 

하지만 사업 구역 한 가운데 있는 사랑제일교회를 제척하고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부동산시장 상황이 악화하고 있는 것도 한 요인으로 꼽힌다. 사랑제일교회와 합의를 마쳐 명도 집행이 끝나면 바로 일반분양을 진행할 수 있어 조합은 사업 속도를 높일 수 있다.

하지만 사랑제일교회를 빼고 사업을 진행하려면 인허가 절차부터 다시 밟아야 한다. 3~5년 더 걸릴 것이라는 전망도 있지만 기존 사항을 수정하는 수준으로 진행할 수도 있는데 그렇게 해도 1~2년 정도 사업이 늦춰진다. 부동산 시장의 흐름을 볼 때 이마저도 부담이 되는 게 현실이다.

이에 따라 조합은 사랑제일교회가 바라는 대로 보상금을 줘 비용을 아끼고 사업을 매듭짓는 쪽을 선택할 가능성이 커졌다.

조합은 타당성 조사를 통해 사랑제일교회를 빼고 사업을 추진하면 910억 원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했다. 공사가 지연되면서 대출이자가 680억 원, 개발 면적 감소에 230억 원의 손실이 난다는 것이다.

하지만 보상금을 주는 것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 오는 9월6일 열리는 총회에서 보상금을 주는 합의안이 부결되면 조합은 사랑제일교회를 제외하고 개발을 진행한다는 계획을 세워뒀다. 

총회에서 보상금을 주는 합의안이 의결되면 이미 나와있는 법원 판결은 의미가 없어진다.

장위10구역 재개발조합은 지난 2021년 5월 교회건물 명도소송 1심에서 이겼지만 사랑제일교회가 항소했다. 교회 측은 같은해 10월 2심에서도 패소하자 대법원에 상고했는데 대법원은 상고를 기각했다. 법원은 명확히 조합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이에 따라 조합이 사랑제일교회를 빼고 재개발을 진행하면 교회는 앞서 받아갔던 보상금 84억 원도 돌려줘야 한다.

하지만 사랑제일교회가 2020년부터 2021년 말까지 6차례에 걸친 법원의 강제 명도집행을 물리적으로 가로막았다. 조합이 보상금을 주기로 결정한다면 이른바 알박기에 성공해 큰 보상을 손에 거머쥐게 되는 것이다.

법원 판결도 무시한 알박기에 650명의 조합원의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고 시공사로 선정된 대우건설의 사업에도 차질이 발생하고 있다. 대우건설은 이 사업의 분양계획을 2020년까지 잡지 않다가 2021년에 넣었다. 하지만 사업 일정이 미뤄졌고 올해 3만 세대 분양계획에도 장위10구역은 포함되지 않았다. 

한편 사랑제일교회는 보상금 외에도 조합 측이 감정평가액 84억 원으로 교회를 해체하려 했다고 주장하면서 따로 피해보상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랑제일교회가 보상금을 받아가게 되면 재개발구역 내 종교시설에 특혜시비까지 불거질 것으로 예상된다. 

종교시설은 일반 조합원들과 마찬가지로 정비사업이 끝나면 부동산 가격 상승과 세대 수 증가에 따른 신도수 증가 등의 혜택을 누리게 된다. 

다만 종교시설이 이전을 하면 이전에 필요한 비용 전부를 조합이 전부 부담해야 한다. 서울시가 2009년 발표한 ‘뉴타운 등지의 종교시설 처리’ 방안에 따라 조합과 종교시설 사이 보상협의가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재정비촉진계획을 수립할 때 종교시설 존치 여부 등을 판단하고 이전으로 결정이 나면 현 종교시설 건물 연면적에 해당하는 건축비용뿐 아니라 이전비용 및 종교활동을 위한 임시장소까지 조합에서 감당해야 한다.

즉 종교시설은 어떠한 비용도 부담하지 않고 기존 건축물 규모의 새 건물을 받고 공사가 진행되는 동안 임시장소를 제공 받아 종교활동을 지속할 수 있게 되는 데 비용 부담은 커녕 사실상 혜택만 보는 셈이다. 

실제 지난 7월20일 서울 도시재생위원회에서 조건부 가결을 받은 동대문구 전농구역 재정비촉진계획은 종교시설 이전 문제를 놓고 사업추진에 차질을 빚기도 했다. 

롯데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 컨소시엄이 지난 6월 수주한 도마·변동4구역 재개발 조합은 협상에 오랜 시간과 비용이 요구되는 대규모 종교부지가 없어 인허가와 사업 지연 위기가 적다는 것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기도 했다.  

물론 종교시설이 재개발사업에서 터전을 잃고 강제로 쫒겨나는 사례도 없지 않다. 조합이 사업계획에서 종교시설에 대한 내용을 제외하거나 종교시설 분양을 진행하다가 보상을 주고 강제로 쫓아내기도 했기 때문이다. 

이는 도시정비법에 종교시설에 관한 내용이 없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종교시설과 협의를 진행한다고 하더라도 도시정비법령에 그 협의의 근거가 없어 종교시설 측에서 과도한 보상금을 요구하며 이주를 거부하는 경우도 빈번히 발생하고 있고 이에 대한 분쟁과 소송도 끊이지 않고 있다. 류수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