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피고인과 피고를 구분하는 법정 드라마, 변호사가 '탐정'이 아니라 법리 구성을 놓고 싸우는 법정 드라마는 정말 오랜만이다. 팟변(파트너 변호사)이 너무 천사라는 것을 빼고는 고증으로는 흠 잡을 데가 없다.”

최근 종영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보고 내뱉은 한 현직 변호사의 감상이다. 
 
좋좋소부터 우영우와 신병까지, K-드라마 새 성공방정식은 '현실고증'

▲ 19일 종영한 ENA의 수목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변호사들의 업무와 일상을 잘 그려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경험이 있는 사람에게는 공감을, 문외한에게는 신선함을 줄 수 있는 ‘현실 고증’이 K-드라마의 새로운 성공 방정식으로 떠오르고 있다.

현실 고증을 내세운 드라마를 앞세워 좋은 성적을 내고 있는 대표 주자는 단연 ENA다. ENA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변호사들의 공감을 끌어낸 데 이어 웹드라마 ‘신병’을 통해 군 생활에 대한 남성들의 공감을 이끌어내며 연타석 홈런에 성공했다.

특히 신병은 원작 애니메이션의 제작자이자 드라마 작가로 참여한 장삐주가 직접 겪은 에피소드를 활용하면서 군필 남성들의 공감을 자아내고 있다. 

신병을 재밌게 봤다는 한 남성 시청자는 “분명히 장르가 코미디인데 보다보면 트라우마가 살아나는 재밌는 경험을 할 수 있다”며 “병영 내 부조리 뿐 아니라 소위 ‘고문관’에 대한 묘사도 충실하다는 점이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것 같다”고 말했다.

고문관이란 부대 내 생활에 적응하지 못해 답답함을 유발하는 병사들을 뜻하는 군대 내 은어다. 

JTBC의 ‘나의 해방일지’ 역시 공감을 앞세워 흥행에 성공한 드라마다. 나의 해방일지는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문제들에 더해 출퇴근에 왕복 세 시간이 넘게 걸리는 경기도민의 애환을 현실적으로 그려냈다는 평가를 받으며 흥행에 성공했다.

TV드라마 뿐 아니라 유튜브 등의 동영상 플랫폼을 활용해 방송되는 ‘웹드라마’ 역시 공감을 키워드로 무장하고 있다.

유튜브 채널 ‘이과장’을 통해 공개된 ‘좋좋소(좋소좋소좋소기업)’이 그 대표적 사례다. 

좋좋소는 첫 편의 영상 소개에서부터 ‘유명 유튜버 ’곽튜브‘님의 실제 사연을 각색한 내용입니다’라는 문구를 통해 현실에서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에피소드들임을 강조한 ‘극사실주의’ 웹드라마다. 

이 웹드라마는 국내 전체 기업 종사자 가운데 82.7%를 차지한다는 중소기업 종사자들의 공감을 이끌어 내는데 성공해 1화가 업로드된지 2주 만에 100만 조회수를 달성하는 등 ‘좋좋소 열풍’의 주인공이 됐다. 시즌3까지 유튜브 콘텐츠였으나 인기에 힘입어 시즌4부터는 OTT플랫폼인 왓챠 오리지널 드라마로 제작됐다.

한쪽에서는 드라마의 트렌드가 ‘응답하라 시리즈’로 대표되는 ‘추억’에 대한 공감에서 현실에 대한 공감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실제로 응답하라 시리즈를 3연속 성공시킨 tvN 역시 최근에는 슬기로운 의사생활, 우리들의 블루스, 술꾼도시여자들 등 현실에 대한 공감을 내세운 드라마를 통해 드라마 명가로서 지위를 이어가고 있다.

반대로 공감을 내세웠음에도 불구하고 현실을 잘 반영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으며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한 드라마도 있다. JTBC의 ‘클리닝업’과 tvN의 ‘별똥별’이 대표적 작품이다. 

클리닝업은 주식 투자라는 소재를 통해 시청자들의 공감을 노렸지만 캐릭터가 지나치게 작위적이고 비호감이라 공감하기 어렵다는 비판을 받으며 최고 시청률 3.015%로 좋은 성적을 내지 못했다. 

별똥별 역시 연예인들의 뒤를 책임지는 매니지먼트 업계라는 신선한 소재를 내세웠지만 매니지먼트 업계의 현실을 제대로 다루지 못했다는 비판과 함께 최고 시청률 1.792%로 흥행에 실패했다.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