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갑, 현대중공업 3년 연속 노조 파업 겪나  
▲ 권오갑 현대중공업 사장(오른쪽)과 백형록 현대중공업 노조위원장이 지난달 10일 현대중공업 2016년 단체교섭 상견례자리에서 악수하고 있다. <뉴시스>

현대중공업 노조가 파업을 추진하고 있다. 노조가 파업에 들어갈 경우 현대중공업은 2014년부터 3년 연속 파업을 겪게 된다.

현대중공업은 19년 연속 무파업을 이어왔으나 공교롭게도 권오갑 현대중공업 사장이 취임한 후 매년 파업이 반복되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 노조는 15일 대규모 집회를 연 뒤 17일 임시대의원대회에서 쟁의발생을 결의한다. 이후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과반수 이상 찬성을 확보하면 합법적으로 파업에 돌입할 수 있다.

노조는 소식지를 통해 “현대중공업 자본은 대량해고와 분사 등 고용불안으로 회사를 망하는 길로 이끌고 있다”며 “단체교섭 승리와 고용안정 쟁취를 위해 강도 높은 투쟁을 준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중공업은 노조가 올해도 파업에 나설 경우 2014년과 2015년에 이어 3년 연속 파업을 맞게 된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2014년 11월까지 임단협에서 회사와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서 파업했고 지난해에도 8월까지 임금협상에 실패하자 파업을 벌였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1994년 파업 이후 19년 동안 무파업을 이어왔다. 현대중공업 노조가 20년 만에 파업을 재개한 것은 공교롭게도 권오갑 사장의 취임과 시기가 겹친다.

권오갑 사장은 2014년 9월 현대중공업 사장 겸 그룹기획실장에 선임됐다. 권 사장은 취임사에서 “노사의 편가르기를 그만두고 회사를 정상궤도로 올려놓겠다는 의지로 다시 시작하자”고 강조했다.

권 사장은 현대오일뱅크에서 보여준 안정적인 노사관계를 현대중공업에서 재현할 것이라는 기대를 받았다. 

권 사장은 본사 정문에서 출근하는 직원들과 악수하며 위기 극복을 위해 힘을 모아줄 것을 당부했다. 또 취임 후 세달 동안 구내식당에서 직원들과 함께 식사하는 등 근로자들과 거리를 좁히기 위해 애썼다.

하지만 노조와 임단협 협상은 수월하지 않았다. 2014년 임단협에서 임금인상을 두고 시각차가 줄어들지 않자 노조는 파업 절차에 돌입했고 권 사장은 노조의 무기한 파업투표가 위법이라며 불법파업에 대응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내비쳤다. 결국 노사간 대립 속에 파업이 진행됐고 임단협은 연내 타결되지 못했다.

권 사장이 인력 구조조정에 나서면서 노사관계는 더욱 악화했다. 권 사장은 취임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사무직 1500명에 대한 희망퇴직을 진행했고 이어 여직원에 대한 희망퇴직도 받았다. 노조는 이에 대해 임단협을 무시하고 정리해고에 나섰다며 반발했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지난해 강성 집행부가 들어선 뒤 조선업종 노조연대를 주도하는 등 회사에 대한 투쟁수위를 높였다.파업 시점도 8월로 앞당겼다.

권오갑 사장은 최근 창사 이래 처음으로 생산직을 포함한 2천 명 규모의 희망퇴직을 했다. 여기에 초과근무수당 폐지와 사업부 분사 등 강도 높은 경영정상화 방안을 추진하고 있어 노조의 반발이 크다. 올해도 파업을 피하기 어려워 보이는 이유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권오갑 사장과 최길선 회장 등 부실경영을 이끈 무능 경영진은 자아비판과 함께 명예퇴진을 선언해야 한다”며 권 사장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