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석 '질문' 대신 '축하' 받았다, 쿠팡 2분기 실적에 해외 증권사들 격려

▲ 쿠팡의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김범석 쿠팡Inc(쿠팡 모회사) 이사회 의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해외 애널리스트들의 축하부터 받았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범석 쿠팡Inc 이사회 의장 겸 최고경영자(CEO)가 쿠팡의 2분기 실적 발표 이후 해외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에게 들은 첫 번째 말은 축하 인사였다.

“좋은 결과에 감사하며 축하드린다.” “훌륭한 결과를 얻은 것을 축하한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결과가 실제로 매우 고무적이다.”

물론 이들은 쿠팡의 미래에 대해 의심의 눈초리를 완전히 거두지는 않았다.

하지만 ‘쿠팡이 지금처럼만 한다면 흑자를 낼 수도 있겠다’는 기대감을 드러냈다는 점에서 애널리스트들의 발언이 가지는 의미는 적지 않아 보인다.

한국시각으로 11일 오전 5시30분부터 진행된 쿠팡의 2분기 실적발표 관련 컨퍼런스콜에서 김 의장은 1분기에 이어 쿠팡의 미래를 낙관했다.

김 의장은 이 자리에서 “우리 고객집단의 지출은 계속 빠른 속도로 복합 성장하고 있으며 한국의 전체 이커머스시장의 성장 속도보다 배로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며 “더 많은 제품에서 고객 채택과 참여가 증가함에 따라 쿠팡의 플라이휠이 가속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플라이휠은 미국의 대표 이커머스기업인 아마존을 설립한 제프 베이조스 창업자가 제시한 전략으로 사업 확장에 한 번 속도가 붙으면 관성으로 계속 사업이 커지는 효과를 말한다.

눈에 띄는 장면은 김범석 의장이 쿠팡의 실적을 소개한 뒤 진행된 애널리스트 대상 질의응답 시간이었다.

첫 번째 질문 기회를 얻은 스탠리 양 JP모건 애널리스트는 “Thanks for the great results and congratulations.(좋은 결과에 감사하고 축하한다)”며 질문을 시작했다.

단도직입적으로 몇 가지 질문을 던졌던 과거와 달리 쿠팡의 2분기 ‘깜짝 실적’을 축하한 것이다.

다른 애널리스트도 마찬가지였다.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의 애널리스트도 모두 쿠팡의 2분기 실적을 우선 축하한 뒤 투자자들이나 본인들이 궁금해하는 지점들을 물었다.

그동안 진행됐던 쿠팡의 실적발표 관련 질의응답시간은 모두 쿠팡의 미래를 의심하는 날카로운 질문들로 시작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물론 이번 질의응답에서도 그런 질문들이 없지는 않았다.

애널리스트들은 쿠팡플레이의 기능과 콘텐츠 투자 등을 감안할 때 단기 수익성 측면에서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며 이를 수익화할 수 있는 방법을 가지고 있는지, 인플레이션 탓에 광고사업에서 부정적 동향이 감지되는지 등을 물었다.

하지만 여러 애널리스트가 동시에 “축하한다”며 말문을 연 것은 그만큼 쿠팡의 2분기 실적이 투자자들의 기대에 충족했다는 점을 격려하는 의미가 큰 것으로 여겨진다.

마지막 질문을 한 피티 밀리켄 도이체방크 애널리스트 역시 “좋은 결과다(Great results)”라며 “EBITDA(상각 전 영업이익) 이익을 보니 정말로 반갑다”고 했다.

김 의장을 향한 질문들도 ‘아픈 지점’보다는 ‘기대할 수 있는 미래’를 묻는 질문이 많았다.

예를 들면 “분기 실적을 정말로 어떻게 그렇게 많이 향상시켰나”라든지 “실제 잉여현금흐름이 플러스로 전환할 것으로 예상하는 시점은 언제가 될 것인지” 등이다.

김 의장은 이와 관련해 “쿠팡은 운영 효율성을 높이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며 “장기적으로 전체 비즈니스에서 7~10%, 또는 그 이상의 조정 EBITDA 흑자라는 장기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답했다.

이날 김 의장의 발언에서 눈에 띄는 또 하나의 지점은 이번 성과를 ‘계획된 적자’에서 거둔 결실이라는 뉘앙스를 풍긴 것이다.

그는 쿠팡의 2분기 실적과 관련해 여러 애널리스트들이 세부적 이유 등을 계속 질문하자 “제가 정말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여러분이 보고 있는 이러한 개선점들이 단 한 분기만에 만들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라며 “우리가 수많은 분기, 혹은 수 년 동안 노력해 만든 여러 프로그램이 현재 수치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사실상 막대한 투자가 동원된 '계획된 적자'가 있어서 이번 실적이 가능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물론 김범석 의장에게 과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일부 지표들은 쿠팡의 성장이 예전과 같은 가파른 기울기를 보이기 힘들다는 쪽을 가리키고 있다.

2분기 쿠팡의 활성 사용자 수가 1분기와 비교해 약 1.3% 감소했다는 점이 대표적이다. 여태껏 쿠팡의 활성 사용자 수가 직전 분기와 비교해 감소한 적은 없었다.

활성 고객이 한 분기에 지출하는 금액도 정체상태다. 고객 1인당 지출금액은 2021년 4분기에 283달러로 최대치를 찍은 뒤 올해 1분기 283달러, 2분기 282달러 등으로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 이커머스시장의 성장세가 전반적으로 둔화하는 상황에서 쿠팡이 여전히 두 자릿수의 매출 성장률(2분기 12%)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은 쿠팡에게 자신감을 주는 것으로 보인다.

시장 지배력을 강화해 한국판 아마존을 향해 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