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현대오토에버가 지난해 현대엠엔소프트와 현대오트론을 흡수합병 뒤 신설한 차량 소프트웨어(SW) 사업부문을 빠르게 키우고 있다.

특히 현대오토에버는 올해 자율주행 레벨3 상용화에 발맞춰 차량 소프트웨어 플랫폼 사업을 확대해 현대자동차그룹 핵심 계열사로 위상을 다져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차량 소프트웨어 성장세 현대오토에버, 자율주행 타고 그룹 핵심으로 도약

▲ 현대오토에버는 올해 자율주행 레벨3 상용화에 발맞춰 차량 소프트웨어 플랫폼 사업을 크게 키워 현대차그룹 핵심 계열사로 위상을 다질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은 현대오토에버 기업홍보 영상 갈무리.


5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현대오토에버 차량 소프트웨어 사업부문의 성장세는 하반기에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오강호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현대오토에버 차량 소프트웨어 부문은 하반기 현대차그룹 자동차 판매 확대에 따른 내비게이션 매출 확대와 전장 수요 증가에 따른 소프트웨어 플랫폼 '모빌진' 탑재 확대로 실적이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현용 현대차증권 연구원도 "자율주행 및 커넥티드카 확산에 따라 차량 소프트웨어 매출 비중이 모빌진을 중심으로 급격하게 확대될 것이다"고 말했다.

현대오토에버의 2분기 차량용 소프트웨어 매출은 1년 전보다 37% 증가했다. 지난해 4월 3사 합병 뒤 분기 900억 원 수준이던 차량 소프트웨어 매출액은 올해 2분기 1200억 원대에 이르러 전체 매출 가운데 20% 비중에 육박했다.

현대오토에버 차량용 소프트웨어 부문의 주요 제품은 차량 소프트웨어 플랫폼인 모빌진과 지도, 내비게이션 소프트웨어 등으로 구성된다.

모빌진은 제어기 애플리케이션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의 효율적 구동을 지원하는 국제 표준 '오토사' 기반의 소프트웨어 플랫폼이다. 

스마트폰으로 치면 하드웨어를 일반 소비자가 쉽게 사용하기 위해 안드로이드, iOS 등 운영체제(OS)가 있는 것처럼 자동차의 전장 분야에서는 차량용 소프트웨어 플랫폼이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다.

모빌진은 2016년 그랜저를 시작으로 국내 주요 완성차 업체 및 부품 업체에 적용돼 왔는데 올해 안에 국내에서 실현될 자율주행 레벨3의 상용화는 모빌진 적용 기반을 더욱 확장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오토에버는 현대, 기아, 제네시스 차량의 자율주행 레벨3 기능 구현을 위해 특화 개발된 '현대차ADAS 표준소프트웨어 플랫폼(모빌진AD)'을 지난해 하반기 제네시스 GV60에 처음 적용한 데 이어 올 하반기 G90 등 앞으로 30여 차종에 적용할 계획을 갖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연내 G90 업데이트를 통해 레벨3 자율주행을 상용화하고 2024년까지 적용 차종을 20종으로 확대할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현대오토에버는 모빌진 적용범위를 자율주행뿐 아니라 다른 자동차부품으로 넓힐 계획이다.  

현재 모빌진은 전자편의장치, 자율주행에 적용되고 있으나 이를 2025년까지 파워트레인 전동화, 인포테인먼트 등 다양한 부품으로 확대할 계획을 세웠다. 

서정식 현대오토에버 대표이사는 과거 기관투자자 대상 투자설명회에서"차량용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확대하고 클라우드 기반 차량 연동 서비스를 중점 사업으로 육성하겠다"며 "현재는 약 10개 차종에 적용된 모빌진을 2024년까지 현대차그룹의 모든 차종으로 확대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클라우드 기반 차량 연동 서비스와 관련해서는 커넥티드카(인터넷에 연결되는 차량)가 증가하면서 관련 소프트웨어 플랫폼 수요도 크게 늘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커넥티드카 대수가 지난해 1억8천만 대에서 2024년 3억5천만 대로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같은 기간 현대차그룹이 생산하는 커넥티드카도 400만 대에서 1300만 대로 3배 이상 증가해 현대오토에버가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오토에버는 자율주행과 커넥티비티 등 신기술 및 고성능 반도체가 적용된 제어기에 최적화된 차세대 소프트웨어 플랫폼인 '모빌진 어댑티브' 개발을 올해 완료하고 2024년 적용할 계획을 세웠다.

현대오토에버의 OTA(무선업데이트) 기술도 성장 전망을 밝히는 부분이다. 자율주행처럼 발전속도가 빠른 기술을 도입하기 위해서는 기존 소프트웨어를 최신 소프트웨어로 업데이트할 수 있는 OTA 기술이 필수적이다.

OTA는 크게 소프트웨어 업데이트(SOTA)와 펌웨어 업데이트(FOTA)로 나뉜다. SOTA는 내비게이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등의 업데이트로 소비자들에게 익숙하지만 FOTA는 차량에 적용된 여러 제어기를 업데이트하는 기술로 지난해 GV60에 최초로 적용됐다.

그에 따라 GV60은 OTA를 통해 전기차 주요 부품인 전기차 통합 제어장치, 브레이크, 스티어링 휠, 전자제어 서스펜션 등 차량 전반에 걸친 성능 및 기능 개선을 할 수 있다.

자동차의 특정 기능을 무선 업데이트 하는 방식을 통해 구독형 사업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소비자는 취향에 맞는 최신 기술을 이용할 수 있고 기업은 고객 이탈을 방지하고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현대오토에버는 구독형 사업 분야의 연평균 매출을 18%씩 성장시켜 2026년 전체 매출 가운데 비중을 23%(8300억 원)까지 끌어올릴 계획을 갖고 있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차량 소프트웨어 플랫폼 경쟁력이 결정되는 시점을 앞으로 2년 안팎으로 보고 있어 현대오토에버가 갖추는 차량 소프트웨어 경쟁력이 현대차그룹 핵심 경쟁력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장대석 한국자동차연구원 선임연구원은 현대오토에버 블로그에 올린 칼럼을 통해 "대부분의 완성차 회사가 통합형 OS를 적용해 소비자가 그 결과물을 비교하게 되는 시점은 2024년 전후로 예상된다"며 "이때까지의 시간은 자동차산업에서 미래차 OS 경쟁을 위한 골든타임이며 결과물 완성이 늦어지는 기업은 향후 미래차 경쟁에서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