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이수일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대표이사 사장이 올해 노조와 단체교섭에서 이중고를 겪고 있다.

강성으로 여겨지는 민주노총 아래 1노조를 대표노조로 선정하지 않고 사내 2개의 노조 모두와 협상을 진행했는데 이 전략이 오히려 악수가 된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한 지붕 2노조', 이수일 단체교섭 이중고

▲ 이수일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대표이사 사장이 올해 노조와 단체교섭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내 2개 노조와 단체교섭 협상을 원만하게 풀지 못하면 이 사장으로서는 하반기 실적 회복에 애로를 겪을 수밖에 없다.

5일 민주노총 금속노조 아래 한국타이어지회에 따르면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는 현재 사내 2개의 노조와 개별적으로 단체교섭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애초 한국노총 고무산업연맹 아래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노조가 1노조로 지난해까지 대표노조 자격으로 협상을 도맡았다. 하지만 올해 초 한국타이어지회가 조합원을 대거 확보해 1노조가 됐다.

한국타이어지회 소속 조합원은 전체 조합원의 약 60%,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노조 소속 조합원은 40%가량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경우 회사 측이 일반적으로 대표노조를 선정해 단체교섭을 진행한다. 하지만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는 두 개 노조와 모두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아무래도 민주노총 아래 한국타이어지회가 좀 더 강성으로 여겨지는 만큼 대표노조로 삼기에 부담스러웠던 것으로 풀이된다. 

나머지 40%가량 조합원이 소속된 한국노총 아래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노조와 협상을 따로 진행해 단체교섭 협상에서 부담을 줄여보고자 했던 셈이다.

현재 1노조인 한국타이어지회는 교섭결렬을 선언하고 부분파업을 이어가고 있는 반면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노조는 회사 측과 협상을 지속하고 있다.

한국타이어지회는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 요구안으로 임금 20만 원 인상과 임금피크제 TF(테스크포스), 글로벌 영업이익 5% 규모의 성과급, 수당 신설 등의 내용을 제시했다.

이수일 사장으로서는 사내 2개 노조와 개별적으로 협상을 진행하며 단체교섭에서 오히려 애를 먹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현재 2개 노조가 각자 활동하고 있는 만큼 각 노조가 더 많은 조합원 지지를 얻어 세력을 키우기 위해 경쟁적으로 요구수준을 높이며 강경한 태도로 협상에 임할 공산이 커졌다.

특히 올해 초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노조 소속 조합원들이 지난해 임금협상 결과에 실망해 대거 한국타이어지회로 옮겼던 만큼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노조로서는 조합원 설득을 위해 회사 측으로서 받아들이기 힘든 더욱 까다로운 협상조건을 내세울 수 있다는 시선도 있다.

올해 하반기 실적 반등을 꾀하고 있는 이 사장으로서는 자칫 생산 차질을 빚을 수 있는 난감한 상황에 놓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안그래도 올해 상반기까지 운송비와 원재료 가격 인상 등으로 수익성이 후퇴해 하반기 이를 만회해야 하지만 노조와 단체교섭이 장기화되면 수익성 확보가 쉽지 않아질 수 있다.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는 올해 2분기 연결기준으로 영업이익 1753억 원을 거둬 1년 전보다 6.3% 감소했다. 1분기에도 1261억 원의 영업이익을 내 2021년 1분기보다 32.2% 줄었다.

더구나 한국타이어지회는 7월 파업권을 확보해 이미 하루 4시간씩 부분파업을 진행하고 있다.

물론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노조가 회사와 협상을 진행하고 있어 현재까지는 생산에 큰 차질을 빚고 있지 않다. 

하지만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노조까지 교섭결렬을 선언하고 파업권 확보 수순을 밟는다면 이 사장으로서는 곤란한 상황에 놓일 수밖에 없다.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는 해외에도 생산거점이 있지만 대전과 충남 금산 공장의 생산규모가 가장 커 이를 전부 해외로 이전해 생산하기는 쉽지 않은 만큼 파업이 확대되면 생산공백이 커질 수 있다.

금산 공장은 1년에 타이어 최대 2400만 개를 생산할 수 있다. 단일 타이어 공장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다. 대전 공장도 1년에 2천만 개 이상을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하반기부터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 완화에 따라 신차용타이어 납품 확대가 예상되는데 생산차질이 발생하면 실적 회복뿐 아니라 기업 신뢰도에 찬물을 끼얹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대부분 완성차 회사들은 적기 생산체제를 갖추고 있어 납기일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노조 조합원 사이에서는 이수일 사장이 단체교섭 협상에서 별다른 실권이 없는 게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올해 취임한 조현범 한국앤컴퍼니그룹 회장이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사내이사도 겸직하고 있어 대표이사인 이 사장으로서 단체교섭에서 재량권의 발휘할 여지가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단체교섭 상견례 때 이 사장이 참석했지만 협상은 노무 담당임원에게 위임된 것으로 전해졌다. 장은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