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한남2구역 재개발조합이 불법 홍보를 철저히 막는 '홍보공영제' 실행에 나섰다.

건설사들의 과열 홍보전을 막고 입찰제안서 구성에 공을 들이도록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한남2구역 재개발사업이 2006년 도입됐지만 제대로 뿌리내리지 못하고 있는 홍보공영제의 모범사례가 될지 주목된다.
 
불법 홍보금지 내건 서울 한남2구역 재개발조합, ‘홍보공영제’ 모범 될까

▲ 한남2구역 재개발조합이 홍보공영제 실행에 나서고 있어 홍보공영제의 모범사례가 될지 주목된다 .사진은 서울 한남2구역 재정비촉진구역 조감도. <서울시>


5일 한남2구역 재개발조합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조합은 오는 9월23일 시공사 입찰을 마감한다. 

대우건설과 롯데건설은 각각 하이엔드 브랜드를 내걸고 입찰하겠다는 계획을 세워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물산, 포스코건설이 참여할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반면 현대건설은 이번 입찰에 참여하지 않는다. 

앞서 지난 3일 열린 현장설명회에 삼성물산, 대우건설, 롯데건설, 포스코건설, 현대건설이 참석해 흥행을 예고했다. 

한남2구역 재개발사업은 서울 용산구 보광동 273-3번지 일원에 1537세대(임대 238세대 포함) 규모의 공동주택 및 부대복리시설을 짓는 것이다. 예상 공사비는 7908억 원 수준이다. 

조합이 3.3㎡당 공사비 770만 원으로 확정하면서 대형건설사들의 관심이 뜨겁다. 최근 오른 건설자재값 등을 고려해도 이 정도 공사비는 높은 수준이다. 제값을 치러 좋은 아파트를 짓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뜨거운 수주전이 예고되는 만큼 조합은 홍보공영제를 엄격하게 적용할 것으로 보인다.

한남2구역 재개발조합 관계자는 "공정한 법과 원칙에 따라 홍보관을 운영해 조합원의 의사를 적극 반영한 시공사를 선정하겠다"고 말했다. 조합은 건설사들의 홍보활동을 홍보관 등으로 한정하고 몇 차례 개최되는 설명회를 통해 홍보기회를 제공할 방침을 정해둔 것으로 전해졌다. 불법 과열홍보를 막아 불필요한 잡음이 나지 않도록 사전에 차단하려는 뜻으로 풀이된다. 

홍보공영제는 건설교통부(현 국토교통부)에서 지난 2006년 도입한 제도로 시공사의 홍보활동의 과열, 혼탁을 방지하기 위해 시공사들의 홍보활동을 조합이 관리하도록 하는 것이다. 

불법 홍보를 차단하고 사업을 투명하게 진행해 괜한 홍보 비용을 아끼고 입찰제안서로 경쟁할 수 있도록 유도하겠다는 것이 도입 배경이다.

사실 이 제도는 전국 도시정비사업장에 모두 적용되고 있다. 서울시의 공공지원 시공자 선정기준 23조에 부정행위 단속 신고센터를 운영해야 한다는 조항이 있고, 국토교통부가 고시한 정비사업 계약업무 처리기준 34조에도 이런 내용이 포함돼 있다.

이 제도가 제대로 시행되면 개별 건설사의 홍보가 금지되고 조합이 운용하는 홍보요원 이외에는 조합원 대상으로 개별 접촉조차 할 수 없다. 홍보요원도 조합에서 선발하고 시공사는 자료만을 통해 홍보에 나서게 된다. 

요컨대 조합이 홍보에 관한 모든 권한을 지니게 되고 시공사는 조합에서 허용한 범위 안에서만 홍보활동을 벌일 수 있다.

도시정비업계 관계자는 “홍보공영제를 떠나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도 시공사가 조합원 개별 홍보와 만남이 금지돼 있다”며 “홍보공영제를 강조하는 사업지는 상징적으로 조금 더 강한 제제를 가하겠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한남2구역 재개발조합이 이번에 홍보공영제의 내실 있는 운영에 나선 것은 한남3구역 재개발사업이 반면교사가 된 듯하다.

국토교통부와 서울시는 2019년 11월 한남3구역 재개발사업의 입찰에 참여한 현대건설, 대림산업(현 DL이앤씨), GS건설 등 3개 건설사들이 재산상 이익을 조합 측에 약속했다고 보고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기도 했다. 해당 사건은 무혐의 처분이 내려졌다. 

한남2구역 재개발 조합은 이런 사태를 막기 위해 힘을 쏟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홍보공영제가 여러 '빈틈'이 있어 제대로 실현될지 여부는 지켜봐야 한다는 시선이 나온다.

우선 홍보공영제는 조합 집행부와 특정 건설사의 결탁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 홍보요원도 특정 건설사의 편에 설 수 있으며 절감된 홍보비가 조합원에게 환원될지 여부도 제대로 알기 어렵다. 

다시 말해 시공사와 결탁한 조합이 다른 시공사들의 홍보기회를 제한할 수 있고 조합이 홍보요원에게 특정 시공사를 집중적으로 홍보하라는 지시도 가능하다는 뜻이다. 

시공능력평가나 주택 브랜드 가치에서 밀리는 시공사들은 조합이 허용한 장소와 시간에 맞추려면 제대로 홍보를 하기 어렵다는 불만이 전해지기도 했다. 제대로 된 홍보 기회조차 얻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런 우려가 현실이 된 사례들이 여럿 있다. 대표적으로는 두산건설이 2020년 1월 수주한 서울 신사1구역 재건축사업이 있다. 

당시 두산건설과 금호산업(현 금호건설)이 치열한 수주전을 벌였다. 2020년 1월4일 열린 시공사 합동 홍보설명회에서 금호산업의 홍보영상만 20분가량 상영됐지만 두산건설에서 준비한 영상은 당일 이사회로부터 상영불가 결정을 받았다. 

이에 당시 조합 집행부와 금호산업의 유착설이 떠돌기도 했다. 

현대건설이 2017년 수주한 방배5구역에서도 잡음이 일었다. 당시 조합은 공사비 문제와 관련해 GS건설, 포스코건설, 롯데건설로 구성된 컨소시엄을 해지하고 새 시공사를 찾았다. 

이에 삼성물산이 유력하게 거론됐는데 조합이 3.3㎡당 공사비를 488만 원에서 505만 원으로 올리는 방안을 검토해 유착설이 나돌았다. 결국 삼성물산은 조합에 입찰포기 의사를 전달했다.

최근 도시정비 수주전이 대형건설사의 압도적 우위로 끝나거나 단독입찰에 따른 수의계약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많아 한동안 제대로 된 경쟁입찰이 없었다. 이에 과열 홍보를 둘러싼 갈등이 제대로 나타나지 않았다. 

그런데 조만간 서울 흑석2구역 재개발, 방배동 신동아 재건축, 방화5구역 재건축, 울산 B-04구역 재개발사업 등에서 대형건설사들의 격돌이 예고돼 있다. 이에 한남2구역 재개발사업이 홍보공영제의 모범사례가 될지 도시정비업계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류수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