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현대차와 기아 차량이 미국에서 10대들의 절도 범죄 표적이 되고 있다.

최근 틱톡 등 소셜네트워크(SNS)를 통해 현대차와 기아 차량을 절도하는 방법을 담은 영상까지 퍼져나가면서 미국에서 판매 확대를 이어가고 있는 현대차와 기아의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나온다.
 
'기아 보이즈' 극성에 미국서 현대기아차 도난 늘어, 브랜드 신뢰에 부담

▲ 미국에서 현대차와 기아의 차량을 훔치는 범죄가 늘어나고 있다. 사진은 이른바 '기아 보이즈'가 차량을 훔쳐서 달아나는 장면. 유튜브 tommy G 채널의 자료화면 갈무리.


4일 폭스9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미네소타주의 주도인 세인트폴 당국은 올해 상반기 이 지역에서 현대차 212건, 기아 256건의 차량 절도가 발생한 것으로 집계했다. 

2021년 전체 절도 피해건수와 비교해 현대차는 584%, 기아는 1300% 증가한 수치다. 미시간주에 있는 도시 그랜드래피즈에서도 올해 상반기 발생한 차량 절도 피해 중에 현대차와 기아의 비중이 45%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뿐 아니라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 일리노이주 시카고, 일리노이주 세인트루이스, 테네시주 멤피스 등에서도 올해 들어 현대차와 기아 차량을 대상으로 한 절도범죄가 늘어난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차와 기아 차량의 절도 확대 문제는 애초 위스콘신주 밀워키에서 불거졌는데 미국 전역으로 확대되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밀워키 경찰당국 등에 따르면 이 지역에서 지난해 도난된 차량은 1만479대로 전년보다 2배 가까이 늘었다. 이 가운데 현대차와 기아의 차량 비중이 약 70%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처럼 미국 여러 지역에서 현대차와 기아 차량 도난이 급증하는 것은 자칭 ‘기아 보이즈’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차량을 훔치는 영상을 틱톡이나 인스타그램에 올리면서 미국 10대들 사이에서 이를 따라하는 사례가 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특히 틱톡에서는 현대차와 기아 차량을 훔치는 일에 '기아 챌린지'라는 이름까지 달았는데 현대차와 기아로서는 현지에서 브랜드 이미지 관리에 부담이 커지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의 차량이 절도의 주된 대상이 되는 이유는 다른 완성차업체의 차량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훔치기 쉽다는 인식이 확산된 데 따른 것이다. 

미국 언론에서는 2021년 이전에 생산된 현대차와 기아 차들에 도난방지 장치인 '이모빌라이저'가 부착돼있지 않다는 점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이모빌라이저는 자동차 디지털키에 내장된 암호가 내부 전자장치 암호와 일치해야 시동이 걸리도록 하는 장치를 말한다.

기아의 2011년식부터 2021년식 일부 모델과 현대차의 2015년식부터 2021년식 일부 모델에 이모빌라이저 장치가 없어 짧은 시간에 차량에 시동을 걸 수 있는 허점이 널리 알려진 것이다.

기아 보이즈가 올린 영상에 USB충전 케이블로 시동을 걸 수 있는 방법 등이 소개되면서 범죄 건수가 급증하고 있다.

현대차미국판매법인과 기아미국판매법인 모두 자사 차량을 대상으로 하는 절도범죄가 늘어나고 있는 것은 인지하고 있다.

현대차미국판매법인은 성명서를 통해 "지역 자동차 절도의 증가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며 "우리 고객과 지역 사회의 안전과 복지는 앞으로도 계속 우리의 최우선 과제로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아미국판매법인도 "현재 2022년형부터 기아의 모든 차량에는 엔진 이모빌라이저가 기본 장착되어 있다"며 "미국에서 판매되는 모든 기아 차량은 연방 자동차 안전 표준을 충족하거나 이를 넘어선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미국에서 현대차와 기아를 대상으로 하는 차량 절도범죄 건수가 늘어가면 현지에서 힘들게 쌓은 브랜드 이미지가 흔들릴 수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더구나 운전면허가 없는 10대 청소년들이 차량을 훔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교통사고 등 추가적 문제를 일으키는 점도 이런 시선에 힘을 보탠다.

미국은 현대차와 기아의 주요 시장으로 꼽힌다.

현대차는 북미 지역에서 2분기에 모두 24만1천 대, 기아는 18만2천 대를 팔았다. 이 기간 현대차그룹의 주요 해외시장 가운데 가장 많은 차가 팔렸다.

특히 미국은 판매가격이 높은 SUV(스포츠유틸리티 차량)가 많이 팔리는 곳이자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자동차시장이다. 그런 점에서 현대차와 기아로서는 이 지역에서 브랜드 이미지 관리에 더욱 각별히 신경써야 할 필요성이 크다.

하지만 이런 차량 절도 범죄가 확산된다면 미국 소비자들 사이에서 현대차와 기아를 향한 신뢰가 떨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현재 미국에서 일부 소비자들은 현대차와 기아를 상대로 차량 도난 범죄와 관련해 집단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KMBC뉴스에 따르면 미주리와 캔자스에 거주하고 있는 현대차와 기아 차주들은 제조사가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차량에 의도적으로 도난방지 장치를 설치하지 않았다며 연방법원에 집단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변호사는 해당 언론과 인터뷰에서 “많은 자동차를 판매하고 있는 제조업체가 일반적 도난방지 장치를 포함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놀랐다”며 “이모빌라이저가 없어 훔치기 쉽기 때문에 범죄자들의 표적이 됐다”고 주장했다. 장은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