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국 반도체 견제 ‘묘수’ 찾았나, 장비 넘어 소프트웨어 규제 시동

▲ 미국 정부가 중국에 반도체장비뿐 아니라 반도체 개발 및 양산 검증에 쓰이는 소프트웨어 규제를 추가로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중국 SMIC 반도체 생산공장.

[비즈니스포스트] 미국이 중국 반도체산업 성장을 더 강력하게 견제할 방법을 찾기 위해 반도체장비 등 하드웨어를 넘어 반도체 개발에 필수로 쓰이는 소프트웨어 규제를 도입할 채비를 갖추고 있다.

소프트웨어 수출 제한조치는 중국의 반도체 개발 능력을 근본적으로 약화하고 양산체계 구축 난이도를 크게 높일 잠재력이 있다는 점에서 매우 큰 영향을 불러올 수 있는 조치로 분석된다.

3일 프로토콜 보도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는 반도체 설계에 필요한 소프트웨어 및 인공지능 기반 개발도구의 중국 수출을 차단하는 조치를 도입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프로토콜은 미국 유력 정치매체 폴리티코 계열의 IT전문지다.

바이든 정부는 현재 소프트웨어 수출 규제 도입으로 뚜렷한 방향성을 잡고 행정관리 및 예산국을 통해 세부 사항을 조율하는 단계를 진행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규제 대상에 포함되는 소프트웨어는 반도체 설계를 자동화하는 도구와 생산라인을 구축하기 전 검증을 거치도록 하는 EDA 도구 등으로 전해졌다.

지멘스와 시놉시스, 카덴스 등 주요 기업이 전체 시장을 주도하고 있기 때문에 일부 업체의 중국 수출을 막는다면 해당 규제가 효과적으로 적용될 수 있다.

시놉시스는 프로토콜을 통해 미국의 수출 정책에 따라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이미 관련 기업들과 미국 정부 사이에 어느 정도 소통이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 정부는 그동안 SMIC 등 중국 주요 반도체기업을 대상으로 첨단 반도체공정 도입에 필요한 장비 수출을 제한하는 등 하드웨어 측면의 규제에 집중해 왔다.

중국이 장비 수급 문제로 반도체 생산체계 구축에 어려움을 겪는다면 자연히 세계 반도체시장에서 차지하는 영향력도 낮아질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그러나 네덜란드 ASML을 비롯한 장비업체의 반발로 규제 강도를 높이기 쉽지 않았고 효과도 그다지 크지 않았던 만큼 바이든 정부가 전략을 바꾸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 SMIC는 자체 기술로 14나노 미세공정 반도체 양산에 성공한 데 이어 지난해부터 7나노 반도체 기술도 확보해 중국 내수시장에서 고객사 제품을 위탁생산하고 있다.

메모리반도체기업 YMTC는 128단 3D낸드 생산을 시작해 애플 등 대형 고객사를 확보하면서 중국 정부의 반도체산업 육성 노력에 중요한 성과를 마련했다.

반도체장비 특성상 구형 제품을 활용해도 반도체 설계 측면에서 신기술을 도입해 경쟁력을 키울 여지가 남아 있기 때문에 연구개발 측면에서 타격을 주기는 쉽지 않다.

중국 일부 반도체기업은 핵심 장비를 중고로 사들이는 사례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정부의 규제가 이런 형태의 거래를 원천적으로 방지하는 일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반면 미국 정부가 검토 중인 소프트웨어 규제는 중국의 반도체 설계 기술 발전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훨씬 더 효과적 대응 방법으로 꼽힌다.

중국 기업들이 반도체를 개발한 뒤 이를 문제 없이 양산할 수 있을지 검증하는 일도 매우 어려워지는 만큼 기술 발전이 실제 반도체 생산 확대로 이어지는 일도 쉽지 않다.

미국 상무부는 프로토콜을 통해 “중국을 대상으로 한 수출 규제 효과가 극대화될 수 있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며 “동맹 국가와 규제를 위한 협력도 강화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중국에 가장 먼저 적용되는 소프트웨어 수출 규제 대상은 GAA(게이트올어라운드) 공정에 활용되는 개발도구로 알려졌다.

GAA는 반도체 트랜지스터의 구조를 변경해 전력효율 및 성능을 끌어올릴 수 있는 기술로 삼성전자가 최근 세계 최초로 개발한 3나노 미세공정에 적용됐다.

대만 TSMC와 인텔 등 경쟁 반도체기업은 물론 중국 업체들도 중장기적으로 파운드리사업 경쟁력 확보를 위해 GAA 기술 연구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중국이 앞으로 수 년 뒤에 상용화를 추진할 기술까지 대상에 포함하면서 미국 정부의 규제가 중국 정부의 반도체산업 육성 의지를 꺾도록 하려는 의도로 분석된다.

미국 정부는 램리서치와 KLA의 반도체장비 중국 수출 규제를 강화하는 등 소프트웨어 측면의 수출 제한과 동시에 기존의 장비 수출 규제도 동시에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