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채널Who] "만약 우리나라에 세상 사람들이 누구나 알고 인정하고 훌륭하다고 생각하는 소프트웨어 회사가 하나 있을 수 있다면 그것이 바로 우리 엔씨소프트라고, 우리만이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1997년 현대그룹을 뛰쳐나와 엔씨소프트를 설립한
김택진 대표가 한 말이다. 그는 이후로도 언젠가 세계가 인정하는 게임회사를 만들겠다고 입버릇처럼 말했다고 한다.
그러니 엔씨소프트가 왜 콘솔게임을 만드냐고 묻는 건 맞는 물음이 아닐 수 있다. 왜 지금 만드냐고 물어야 한다.
김 대표는 처음부터 대작 게임을 만들겠다는 의지로 가득 찬 사람이었다. 여건만 갖춰졌다면 진작에 만들었을 지도 모른다. 그가 낭만주의자이기 앞서 현실주의자였기에 엔씨소프트가 망하는 길로 구태여 들어서지 않았던 것 뿐이다.
콘솔게임, 특히 게임업계에서 트리플에이급 대작으로 부르는 대형 프로젝트는 그냥 만들어지지 않는다.
게임성은 물론 그래픽과 각본, 음악 등이 조화롭게 기획돼야 하며 방대한 리소스를 소화할 개발역량과 게임엔진도 갖춰야 한다.
수천억 원에 이르는 투자금을 조기에 회수하려면 게임만 팔아서는 쉽지 않기에 지식재산(IP)를 활용한 2차 저작물 사업도 강제된다.
당시의 대한민국은 인적 문화적 토대가 부실했고 국내 게임시장을 봐도 무료 온라인게임이 시장을 지배해 콘솔게임의 불모지로 인식됐다.
하지만 현재 엔씨소프트를 둘러싼 경영환경은 예전과 많이 다르다.
엔씨소프트부터가 리니지 만들기엔 아깝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국내 최고수준의 개발역량을 보유한 기업으로 성장했다.
또 한국이 웹툰과 드라마, 영화 제작에 있어 세계 최고 수준의 인력과 인프라를 갖춘 나라로 변모하면서 지식재산을 활용한 사업의 길도 열렸다.
김 대표가 엔터테인먼트, 콘텐츠 플랫폼 업계와 지속적으로 접촉해 협업 환경을 차근차근 준비해온 것은 물론이다.
국내 콘솔게임 시장도 커졌다. 2020년 기준 한국 콘솔게임 관련 매출이 처음으로 1조 원을 넘겨 제법 큰 내수시장(2023년 3조 원 예상)이 만들어졌다.
연간 매출이 2조 원에 이르는 엔씨소프트가 뛰어들기에 큰 시장은 아니지만 75조 원에 이르는 해외시장으로 가는 징검다리 역할은 톡톡히 해낼 것으로 보인다.
이제는 정말 글로벌시장에서 통하는 게임만 만들면 된다.
김 대표는 2013년 글로벌시장 진출을 염두에 두고 엔씨웨스트를 설립, 북미시장을 겨냥한 게임들을 지속 출시했고 글로벌시장을 공부했다.
엔씨소프트의 북미사업은 2020년까지는 적자를 냈지만 2021년부터는 흑자로 돌아서 궤도에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엔씨소프트가 북미에서 서비스한 랠름대랠름(RVR: 리니지처럼 크고 작은 길드와 길드가 격돌하는 게임) 게임 '길드 워' 시리즈의 흥행은 해외에서도 리니지의 아이디어가 통할 수 있다는 사실을 가르쳐줬다.
콘솔게임으로 가겠다는 김 대표의 말은 이런 자신감에서 나오는 것이다.
김 대표는 2022년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현재 엔씨소프트의 최우선 목표는 글로벌 게임회사로의 더 확고한 도약이다"며 "신작을 PC, 모바일에 이어 콘솔 플랫폼까지 확대 탑재해 엔씨소프트의 무대를 더 크고 넓은 세계로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세계가 인정하는 게임회사, 세계 사람들이 즐기는 대작게임이라는
김택진 대표의 꿈이 25년 만에 이뤄질까? 성공 가능성 하나만큼은 어느 때보다 높아 보인다. 조충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