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이 화학사업을 확대하는데 온힘을 쏟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삼성그룹으로부터 화학계열사를 인수해 화학사업의 수직계열화를 구축한데 이어 해외기업을 인수하는데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미국 화학기업인 액시올을 인수하기 위한 의향서를 3일에 제출했다고 7일 밝혔다.

  롯데케미칼, 미국 화학기업 인수전에 뛰어들며 몸집 불리기  
▲ 허수영 롯데케미칼 사장.
롯데케미칼은 “액시올을 인수하면 기존 올레핀과 아로마틱사업과 더불어 가성소다와 염소, 폴리염화비닐(PVC)사업까지 확대해 다변화된 제품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수 있을 것”이라며 “글로벌 종합화학기업으로서 면모를 갖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액시올은 소금을 전기분해해 석유화학 기초원료를 생산하는 사업을 하는 미국 화학기업이다. 주력제품으로는 PVC, 비닐클로라이드모노머(VCM), 에틸렌디클로라이드(EDC) 등이 있다.

롯데케미칼은 2014년부터 액시올과 미국에서 합작사업을 진행하며 협력관계를 구축했다.

롯데케미칼은 애초 2014년 2월 액시올과 지분율 50:50으로 에탄분해시설을 건설하는 합작사업을 진행하기로 기본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지난해 액시올의 재무상황이 나빠지자 롯데케미칼은 지분을 90%로 크게늘려 최종계약을 체결했다.

액시올이 최근 미국 화학기업인 웨스트레이크로부터 적대적 인수합병(M&A)을 당할 위기에 처하자 롯데케미칼이 결국 액시올을 통째로 인수하기로 마음먹은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는 “롯데케미칼이 액시올의 적대적 인수합병에 대한 백기사 역할을 하기 위해 액시올 인수에 참여했다”고 보도했다.

웨스트레이크는 2011년에 이어 올해 4월에 다시 액시올을 적대적 인수합병 대상으로 선정하고 경영권을 위협하고 있다. 현재 웨스트레이크는 액시올에 인수금액으로 약 16억4천만 달러(1조9천억 원)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액시올은 회사의 가치와 비교해 인수금액이 충분하지 않다며 주주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도록 제3의 파트너를 찾아나서겠다고 밝혔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에탄크래커사업에서 액시올과 오랜 기간 협력해왔던 사실을 고려하면 액시올이 웨스트레이크보다는 롯데케미칼에 우호적인 것은 사실”이라며 “이번 인수가 잘 마무리되면 현재 진행하고 있는 에탄크래커 합작사업의 성공 가능성이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액시올은 17일 이사회를 열고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기로 했다.

액시올은 지난해 매출 33억6천만 달러, 영업손실 8억1천만 달러를 냈다. 하지만 2010년부터 2014년까지는 5년 연속으로 연평균 2억 달러의 영업이익을 냈다. 자산규모는 45억4천만 달러 수준이다.

롯데케미칼이 이번 인수에 성공하면 매출액이 연간 20조 원 이상을 기록해 글로벌 12위권의 종합화학회사로 거듭나게 된다. LG화학과 비슷한 수준이다.

문제는 롯데케미칼의 재무여력이다. 롯데케미칼은 삼성그룹과 화학 3개사 빅딜을 마무리한 지 몇달 지나지 않았다. 롯데케미칼이 롯데정밀화학과 롯데BP화학, 롯데첨단소재를 인수하는데 사용한 자금은 2조8천억 원에 이른다.

한국기업평가와 한국신용평가, 나이스신용평가 등은 롯데케미칼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

한국기업평가는 "롯데케미칼은 2018년까지 미국 에탄분해시설 프로젝트 등 투자 부담이 있는 상태에서 삼성 화학계열사를 인수하며 약 2조8천억 원의 대금 지급부담이 추가됐다”며 “재무안정성이 현재 신용도를 훼손할 정도로 악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평가했다.

만약 롯데케미칼이 액시올 인수에 본격적으로 나선다면 2조 원 이상의 자금이 추가로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롯데케미칼은 액시올 인수여력이 충분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현재 연간 2조 원 이상의 현금을 창출하고 있다”며 “액시올 인수는 자체보유 현금과 다양한 자금조달 방안을 고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