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이어 SK 미국 반도체 투자에 중국 반발, “속임수에 당해선 안 된다”

▲ 중국 관영매체가 SK그룹의 미국 반도체 투자 계획에 반발하는 내용의 논평을 내놓았다. SK하이닉스 중국 우시 반도체 생산공장.

[비즈니스포스트] 삼성전자에 이어 SK그룹이 미국에 반도체 관련된 대규모 투자를 추진하는 점을 두고 중국 관영매체가 강력하게 반발하는 의견을 내놓았다.

미국 정부가 한국에 약속한 대로 장기간 꾸준한 지원을 제공할 가능성은 낮은 반면 중국은 한국과 긴밀한 협력 관계를 장기간 유지할 수 있다는 주장도 앞세웠다.

중국 글로벌타임스는 27일 논평을 통해 “한국과 반도체기업들이 미국의 속임수에 당해서는 안 된다”며 “바이든 정부의 반도체 협력 제안은 설득이나 압박에 더 가까워 보인다”고 보도했다.

글로벌타임스는 SK그룹이 앞으로 반도체를 비롯한 주요 산업에서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벌이겠다는 계획을 내놓은 점을 두고 비판했다.

바이든 정부가 삼성에 이어 SK그룹의 반도체 투자를 적극 유도한 것은 한국 정부를 압박하기 위한 수단 가운데 하나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은 일본과 대만이 참여하고 있는 반도체 동맹에 한국도 포함해 4개 국가 연합체를 구축하겠다는 목표를 두고 있다. 한국 정부에 8월까지 참여 여부를 확정해 달라고 요청한 상태다.

삼성과 SK 등 대기업이 잇따라 미국에 투자를 늘리면서 바이든 정부의 도움을 받는다면 한국 정부도 미국과 거리를 더 좁히게 될 수밖에 없다.

글로벌타임스는 바이든 정부의 최근 움직임이 결국 세계 반도체산업 주도권을 확보하고 중국을 반도체 공급망에서 소외시키겠다는 의도를 두고 진행되고 있다고 바라봤다.

미국 정부는 의회 통과를 앞두고 있는 반도체 지원법을 통해 삼성전자 미국 공장 투자에 대규모 인센티브를 약속했고 SK그룹에도 적극적 지원을 제공할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타임스는 미국 정부가 이처럼 한국 기업의 투자를 이끌어내기 위해 약속한 지원 계획을 장기간 꾸준히 지속할 가능성은 낮다며 한국 측에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미국이 세계 반도체산업을 주도할 만한 여력을 갖추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이런 방식을 통해 세계 반도체시장에서 중국을 고립시킨다면 세계 경제 발전을 방해할 수 있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특히 한국은 반도체 수출량의 약 60%를 중국에 의존하고 있는 만큼 중국과 관계를 유지하는 데 신경을 쓸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글로벌타임스는 중국 관영매체 특성상 정기적으로 내놓는 논평에 중국 정부의 입장을 전면적으로 반영하고 있다.

이번에 한국 기업들의 미국 반도체 투자를 비판하는 글을 선보인 것은 결국 미국 정부와 한국의 반도체 협력 강화에 그만큼 큰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글로벌타임스는 한국과 미국의 협력 강화가 중국의 한국 반도체 수출 제한 등을 의미하지 않는다며 최근 변화에 공격적으로 대응하기보다 다소 온화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중국이 현실적으로 한국 반도체 수입에 의존하지 않고 단기간에 반도체 자급체제를 구축하는 일은 불가능하다는 판단 때문으로 분석된다.

글로벌타임스는 “중국이 반도체산업 육성에 속도를 내는 것은 다른 국가와 협력 단절을 의미하지 않는다”며 “미국이 중국을 배제하려 할수록 중국은 한국과 더 긴밀하게 힘을 합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중국이 지금과 같이 자체적으로 반도체 기술력과 생산 능력을 빠르게 확보해 나간다면 한국 반도체기업들의 수출 및 중국 생산공장 운영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충분하다.

미국이 글로벌 반도체 패권 장악을 노리며 중국을 계속 견제한다면 중국이 반도체산업에서 차지하는 영향력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경고도 나왔다.

글로벌타임스는 “지난 수 년 동안 미국의 압박은 결국 중국 반도체산업 발전 속도를 높이는 직접적 원인을 제공했다”며 “중국은 한국과 일본에 더 중요한 협력 상대가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