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미래에셋그룹이 고금리와 고물가 등 경제상황 악화에도 불구하고 대규모 부동산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가파른 금리인상 영향으로 사업성 악화를 우려하는 시선도 나오지만 미래에셋그룹은 '장기투자' 원칙 아래에서 관련 거래의 완주 의지가 굳건한 것으로 보인다.
 
미래에셋그룹 대규모 부동산 투자 적극, 고금리 고물가에도 투자의지 확고

▲ 미래에셋그룹이 고금리, 고물가 등 악재에도 장기투자 원칙 아래에서 대규모 부동산 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다. 서울시 중구에 위치한 미래에셋 센터원빌딩. <미래에셋그룹>


21일 미래에셋그룹에 따르면 3분기 안에 서울 여의도 국제금융센터(IFC) 인수를 마무리한다는 계획을 세워뒀다.

여의도 IFC는 국내 핵심 업무지구인 여의도에 위치한 입지조건에 더해 공실률이 1%대에 불과한 우량 부동산으로 꼽힌다. 

이에 따라 IFC의 몸값은 4조 원을 넘겼으며 이는 국내 부동산업계에서 사상 최대 규모에 해당한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5월11일 IFC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는데 4조1천억 원에 이르는 IFC 인수대금 가운데 2조1천억 원을 대출로 조달하고 2조 원을 지분출자를 통해 조달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미래에셋그룹은 미래에셋증권 등 계열사로부터 2조 원 규모의 투자확약을 이끌어 내며 IFC 인수를 향한 굳건한 의지를 보여줬다. 뿐만 아니라 거래가 무산됐을 때 이행보증금 반환을 포기하는 조항까지 내걸기도 했다.
 
다만 이와 같은 미래에셋그룹의 인수 의지에도 불구하고 가파른 금리상승으로 자금 모집에 어려움을 겪을 수도있다는 우려가 시장에서는 나온다.

IFC 인수전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지난해 말 1%에 불과했던 국내 기준금리는 최근 2.25%까지 치솟았다.

기준금리가 급격히 오르면서 미래에셋그룹이 부담해야 하는 IFC 인수대금 조달비용도 덩달아 상승하게 됐다.

문제는 기준금리가 더 오를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미래에셋그룹이 더 높은 수익률을 보장해줘야 외부로부터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한국은행은 7월13일 사상 최초로 기준금리를 한번에 0.5%포인트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했다. 시장에서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이 연말까지 계속 진행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IFC 인수가 급격한 금리인상이라는 악재를 마주하고 있다면 미래에셋그룹이 추진하고 있는 전남 여수시 경도 해양관광단지 조성사업은 금리인상과 물가상승이라는 이중고를 극복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경도 해양관광단지 조성사업은 사업비만 1조5천억 원에 이르는 대규모 부동산 개발사업이다. 6성급 및 4성급 호텔과 콘도, 골프장, 대형 쇼핑몰, 워터파크, 해상케이블카, 마리나 등을 짓는 계획이 포함됐다.

미래에셋그룹은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통해 경도 개발사업 자금을 조달하고 있는데 금리인상에 더해 건설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면서 사업성이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시멘트, 철근 등 각종 원자재 비용 상승뿐만 아니라 인건비도 상승하는 등 인플레이션 영향으로 부동산 PF시장도 침체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건설투자 디플레이터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10.4% 올랐다. 지난해 1분기 건설투자 디플레이터 상승률은 3%대에 불과했는데 3분기에는 11.8%까지 치솟으며 역대 최고치를 새로 쓰기도 했다.

건설투자 디플레이터는 외부요인을 제거한 실질 건설물가 상승률을 보여주는 지표다.

경도 개발사업에 호텔, 쇼핑몰 등 건설이 포함되는 만큼 건설물가 급등은 사업비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앞서 경도에 레지던스를 건립하는 문제를 두고 지역 시민단체로부터 '투기'라는 비난의 목소리가 나온 바 있다. 

이에 미래에셋그룹은 올해 1월 투기 의혹을 씻어내기 위해 경도에 레지던스 건립과 함께 호텔, 해수풀, 해상케이블카 등의 관광시설 조성도 동시에 진행하겠다며 정면돌파에 나섰다.

지난해부터 건설 물가가 급격히 상승하고 있음에도 여러 건의 건설 작업을 동시에 진행하겠다는 뜻을 밝히며 미래에셋그룹이 사업 완주 의지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후 미래에셋그룹은 올해 6월 광양만권경제자유구역청으로부터 경도 레지던스 건립에 대한 최종 허가를 받았다. 

미래에셋그룹이 경제상황의 어려움 속에서도 대규모 부동산 투자를 밀고 나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동안 미래에셋그룹은 '장기투자' 원칙을 내세워 국내 투자 문화를 바꾸는 데 일조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특히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이 창업 초기부터 장기투자 원칙을 지켜왔던 만큼 장기적 관점에서 진행하는 투자 계획에 당장 큰 변화를 주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거시경제 불확실성이 확대되며 고금리와 고물가 추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이와같은 장기투자 원칙을 고수하며 대규모 투자를 밀고나가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와 함께 단기적 변동성을 이유로 장기투자 원칙을 번복하면 신뢰도가 떨어져 향후 초대형 투자를 추진할 수 없다는 판단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현실적으로 미래에셋그룹의 자금력과 최근까지 실적이 견조해 관련 투자들을 충분히 소화해 낼 수 있다는 내부적 판단도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박안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