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해운의 유동성 위기가 심각하면서 용선료 인하 협상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사실상 한진해운 경영권에 손을 뗐지만 한진해운 회생을 위해 유동성 위기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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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
3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한진해운의 유동성 위기가 용선료 인하 협상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한진해운은 당장 가용할 수 있는 현금이 부족한 상황에 처해 있다.
한진해운은 캐나다 선박회사에 약 138억 원의 용선료를 연체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진 데 이어 운용하던 선박이 용선료 미지급을 이유로 해외에 억류되는 상황도 발생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이런 상황이 한진해운이 벌이고 있는 용선료 인하 협상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일부 해외선주는 한진해운이 먼저 밀린 용선료를 갚아야 협상을 진행할 수 있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진해운은 용선료 협상에서 성과를 거둬야 채권단과 자율협약을 지속할 수 있다. 결국 용선료 협상결과에 사활이 달려있는 셈인데 당장 밀린 돈을 갚지 못하면 협상조차 하지 못할 수도 있다.
한진해운은 이른 시일 안에 현금을 마련할 수 있는 방법이 마땅치 않다. 채권단은 제시한 조건이 갖춰져야 한진해운을 지원할 수 있다는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한진해운이 직접 자산 매각 등을 통해 유동성을 확보하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
이런 상황에서 조양호 회장이 한진그룹 계열사를 동원하거나 사재를 출연하는 방식으로 한진해운을 지원할 가능성이 일각에서 제기된다.
조 회장은 한진해운의 경영권을 잃은 것과 다름없지만 한진해운의 경영정상화 과정을 채권단에게만 맡겨 놓기 어려운 처지에 놓여 있다. 조 회장이 한진해운의 부실경영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는 목소리는 여전히 높다.
조 회장이 한진그룹 계열사를 동원해 또다시 한진해운을 지원하는 데는 큰 부담이 따른다.
대한항공과 한진칼 등 계열사는 그동안 한진해운 유상증자에 참여하고 지분과 상표권을 사들이는 방식으로 한진해운에 1조 원이 넘는 자금을 투입했다.
이 때문에 조 회장이 사재를 털어 한진해운을 지원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진해운이 자율협약에 돌입하는 과정에서 조 회장의 사재출연 가능성은 계속 제기됐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현대상선의 회생 과정을 돕기 위해 300억 원의 사재를 투입한 것처럼 조 회장도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한진해운이 용선료 인하협상에서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라도 단기적 자금부족을 해결해야 하는 상황에서 그 방법은 조양호 회장이 나서는 것밖에 없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헌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