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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철수 국민의당 상임 공동대표가 지난 2월 11일 서울 마포구 당사에서 열린 공정경제 태스크포스(TF) 발족식에서 전문가들을 소개하고 있다. 오른쪽 끝이 채이배 의원인데 당시엔 공인회계사 신분이었다. <뉴시스> |
재벌 오너들이 경영권 승계에 공익법인을 활용하는 데 대해 제동을 거는 논의가 20대 국회에서 본격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채이배 국민의당 의원이 공익법인에 기부한 대기업 주식의 의결권을 제한하는 방안을 제기했다.
채 의원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을 직접 거명했다.
채 의원은 2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정책회의에서 “공익법인이 공익활동을 위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주식을 기부받고 그 주식에서 배당수익이나 자본이득을 취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의결권을 행사해 경영권을 승계하거나 유지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며 “주식 한도를 늘리거나 줄이는 문제와 별개로 의결권 제한 부분에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채 의원은 이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최근 공익재단 이사장을 맡았고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도 금호재단을 활용하는 등 여러 가지 우려가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해 5월 삼성생명공익재단과 삼성문화재단 이사장에 오르며 그룹 승계 작업을 본격화했다.
삼성생명공익재단은 2월 삼성그룹이 순환출자고리를 해소하는 과정에서 삼성물산 주식 200만주(지분 1%,3천억 원 상당)를 사들였다. 삼성물산은 삼성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회사로 이 부회장이 최대주주다.
삼성물산의 주식을 삼성생명공익재단이 사들인 것은 이 부회장이 삼성그룹 지배력을 더 공고히 하기 위해 우호지분을 확보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도 금호산업 경영권을 되찾는 과정에서 공익재단을 활용했다.
박 회장은 지난해 말 특수목적법인(SPC) 금호기업을 지주사로 세운 뒤 금호산업 지분 매입에 공익법인인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400억 원)과 죽호학원(150억 원)의 지원을 받았다.
금호기업은 시가보다 약 3배나 비싼 가격에 금호산업 지분을 인수했는데 당시 경제개혁연대는 “공익법인을 이용해 박 회장의 지배력을 강화하고 회사에 손해까지 끼쳤다”며 박 회장 등을 검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은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과 학교법인 죽호학원이 당초 설립 취지나 사업 목적과 달리 박 회장 개인의 그룹 지배권 확보에 이용됐다”고 주장했다.
20대 국회에서 공익법인에 기부한 주식에 대해 의결권 제한이 본격적으로 추진될 경우 삼성그룹이나 금호아시아나그룹의 경우처럼 공익재단을 활용한 경영권 승계나 장악 시도는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채 의원은 공인회계사 출신으로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 경제개혁연구소 연구위원 등으로 활동하며 국내 대기업의 지배구조에 대해 꾸준히 연구해왔다.
그는 특히 재벌개혁에 관심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는데 국민의당 내부에서는 ‘재벌 저격수’, ‘제2의 김기식’ 등의 별칭으로 통한다.
채 의원은 ‘재벌 저격수’로 불리는 것에 대해 “기업을 규제하고 옥죄자는 것이 아니라 공정한 원칙을 마련하자는 것”이라며 “이를 통해 경영진이 법을 지키도록 만들어 기업가치와 주주가치를 보호하고 나아가 한국경제의 경쟁력을 높이고자 하는 데 목적이 있다”고 밝혔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재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