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이 미국 주도의 반도체 동맹에 참여하면 '득보다 실'이 클 수 있다는 중국언론의 분석이 나왔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반도체 생산공장. |
[비즈니스포스트] 한국이 미국 정부의 요구에 따라 미국과 한국, 대만과 일본이 참여하는 반도체 동맹에 참여한다면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클 수밖에 없다는 중국언론의 주장이 나왔다.
중국 관영매체 글로벌타임스는 18일 논평을 내고 “미국이 주도하는 반도체 동맹은 한국의 전략적 이해관계와 상충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국이 미국의 압박을 이기지 못해 8월 말까지 반도체 ‘빅4’ 국가 연합에 참여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데 이를 두고 딜레마에 빠지고 있다는 것이다.
글로벌타임스는 한국이 반도체 연합에 참가하지 않는다면 미국의 정치적 압력은 물론 반도체 소재 수입 비중이 높은 일본에서 수출 제한 등 영향에 놓일 가능성이 있다고 바라봤다.
미국 시스템반도체기업들이 삼성전자와 같은 한국 반도체기업을 대상으로 거래를 축소하는 등 압박을 더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그러나 한국이 반도체 연합에 참가한다면 반도체 최대 수입국인 중국 정부와 관계가 멀어져 한국 반도체기업들의 실적에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약점을 안고 있다.
지난해 한국 반도체 수출액 가운데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48%, 금액은 690억 달러(약 91조 원)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글로벌타임스는 한국 정부가 이런 점을 고려할 때 미국의 손을 잡고 반도체 연합에 참가할 지 여부에 큰 고민을 안게 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중국이 한국과 외교적으로 거리를 두게 된다면 자국 반도체산업 육성 노력에 더 힘을 실어 중장기적으로 한국 반도체산업을 더욱 위협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미국은 한국과 대만, 일본이 참여하는 범국가적 반도체 연합을 구축하고 반도체 공급망 관리 등 측면에서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그러나 이는 사실상 중국 반도체산업을 견제하는 데 주요 국가들이 힘을 합쳐 대응하겠다는 목표를 두고 추진되고 있다.
한국이 미국을 포함한 국가들과 동맹을 구축해 손을 잡으려면 결국 중국과 적대적 관계에 놓이는 일을 감수해야만 하는 셈이다.
글로벌타임스는 “만약 중국 정부가 한국 반도체기업의 공급을 예측하거나 신뢰하기 어렵다고 판단한다면 자체적으로 반도체를 생산하려는 욕구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고 보도했다.
중국이 자국 반도체기업을 대상으로 막대한 연구개발 및 투자 지원을 통해 한국을 비롯한 글로벌 경쟁국가 기업을 뛰어넘으려는 목표에 더 힘을 실을 수 있다는 의미다.
최근 세계 여러 국가에서 자체적으로 반도체 공급망 구축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할 때 이런 변화는 이례적이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글로벌타임스는 “세계 반도체 공급망 단절로 이득을 볼 수 있는 국가는 없다”며 “한국과 같은 국가도 미국의 전략에 따르기보다 폭넓은 협력을 고려해야 할 때”라고 바라봤다.
한국이 미국 주도의 반도체 연합에 참가하는 대신 중국과 반도체 공급 관계를 안정적으로 계속 유지해야 한다는 권고를 내놓은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