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5월 독일에서 열린 세계 최대 에너지저장장치(ESS) 전시회 'ees Europe 2022'에 중국 배터리 업체 CATL의 부스가 설치돼 있다. |
[비즈니스포스트] 세계 최대 전기차 배터리 업체 CATL이 올해 안에 인산망간철리튬 배터리를 양산하는 것을 준비하고 있으며 중국 전기차 및 배터리 업체 비야디 등도 연구개발에 집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망간 함유량을 높인 배터리는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SK온 등 한국 업체가 중국의 저가 리튬인산철(LFP) 배터리에 대항할 카드로 떠올랐으나 중국 업체들의 선제 공격에 기회를 빼앗길 수도 있다.
14일 중국 매체 레이트포스트는 중국 배터리 업체 CATL과 신왕다, 이브에너지 등 업체가 상반기에 이미 인산망간철리튬 배터리의 중간 테스트를 마무리했다고 단독 보도했다.
해당 세 곳 업체는 전기차 업체에 샘플을 보내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레이트포스트는 "CATL의 경우 올해 하반기에 인산망간철리튬 배터리를 양산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강조했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전기차와 배터리를 모두 생산하는 업체인 비야디는 올해 초부터 인산망간철리튬 재료를 소량 구매하면서 내부적으로 개발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다른 중국 배터리 업체 고션하이테크도 지난 6월에 인산망간철리튬 배터리 관련 특허를 공개했다.
고션하이테크 관계자는 레이트포스트에 “현재 기술 개발 단계에 있고 명확한 양산 계획은 세우지 않았다”고 전했다.
중국 업체가 망간 함유량을 높인 인산망간철리튬 배터리 개발에 이처럼 힘을 쏟는 것은 원가를 절감할 수 있고 이미 한계에 부딪힌 에너지 밀도를 더 높일 수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코로나19가 발생한 뒤 전기차 수요는 커졌는데 코발트와 리튬 가격이 급등한 데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장기화되고 배터리 핵심 소재 가격이 더 뛰어 배터리 원가도 상승했다.
망간은 다른 원재료에 비해 가격이 저렴하고 아직까지 배터리에 쓰이는 함유량도 많지 않다.
중국 매체 IT지가에 따르면 LFP 배터리의 경우 에너지 밀도를 더 올릴 수 없는 한계에 도달했지만 망간 함유량을 높인 인산망간철리튬 배터리는 전압 효율이 좋아 에너지밀도가 현재보다 15% 높아질 수 있고 배터리 셀의 안전성을 높여준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도 지난 3월 독일 브란덴부르크주 기가팩토리 개소식에서 “망간의 잠재력은 무궁무진하다”며 “테슬라는 배터리셀 에 더 많은 망간을 사용할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고 밝힌 적 있다.
때문에 망간 함유량을 높인 인산망간철리튬과 같은 ‘하이망간’ 배터리는 중국의 저가 LFP 배터리를 대응할 카드로 떠올랐다.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SK온 등 한국 배터리 업체 입장에서 보면 하이망간 배터리를 상용화할 수 있다면 원가 절감, 배터리 경쟁력 확보와 더불어 중국이 장악하고 있는 저가 LFP 배터리 시장을 비집고 들어갈 수 있다.
하지만 CATL이 확실하게 올해 안에 인산망간철리튬 배터리를 양산하기 시작한다면 한국 배터리 업체들은 시장을 먼저 확보할 수 있는 기회를 뺏기게 된다.
중국 매체 팽배신문에 따르면 비야디 측은 인산망간철리튬 배터리 연구개발 보도와 관련해 “여러 원재료로 연구개발을 하고 있다”고 답했다.
CATL은 “M3P 배터리를 연구개발하고 있지만 인산망간철리튬은 아니다”며 “구체적 정보는 모두 공시를 기준으로 한다”고 밝혔다.
M3P 배터리는 올해 2월 쩡위췬 CATL 회장이 한 공식석상에서 우연히 언급한 연구개발 단계에 있는 배터리의 프로젝트 명칭이다.
당시 인산망간철리튬이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자 CATL은 “엄연히 말하자면 인산망간철리튬은 아니고 다른 원료들도 들어간다”고 설명했다. 노이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