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한국은행의 기준금리인상으로 은행을 제외한 제2금융권인 카드사, 캐피털사, 보험사, 저축은행 등의 한숨도 깊어지고 있다. 

카드사나 캐피털사 등은 채권을 발행하거나 다른 금융기관으로부터 차입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데 코로나19 사태를 지나며 이미 신용등급 등 자금조달 여건이 나빠진 상황에서 금리까지 올라 비용 부담이 계속 커지고 있다. 저축은행도 금리상승기에 저신용자 등 취약한 차주들의 부실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  
 
금리상승에 제2금융권은 한숨만, 카드 캐피털 저축은행 수익성 악화 우려

▲ 이복현 금융감독원 원장이 8일 저축은행중앙회에서 14곳 저축은행장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14일 금융권과 증권업계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한국은행이 올해 남은 3차례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계속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13일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두 번은 더 금리가 올라가더라도 긴축이라고 표현하기는 어렵지 않나 생각한다”며 “연말 기준금리가 2.75~3.0%까지 오를 것이라고 보는 시장의 시선은 합리적이다”고 말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올해 8월25일, 10월12일, 11월24일 등 3번 더 열린다.

한국은행은 13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 인상하는 ‘빅스텝’을 사상 처음으로 단행했다.

은행은 금리상승으로 예대마진이 커지는 효과를 볼 수 있지만 은행을 제외한 제2금융권은 금리상승으로 자금조달 비용이 늘어나고 대출 부실화가 커질 수 있어 수익성과 건전성 악화의 우려가 클 것으로 보인다.

특히 카드사나 캐피털사는 은행과 달리 수신 기능이 없다. 운영자금 대부분을 채권 발행을 통해 조달하는데 기준금리가 오르면 채권 금리도 상승해 자금조달 비용 부담도 커진다.

나이스신용평가가 6월 내놓은 ‘신용카드사 2022년 상반기 정기평가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카드사가 올해 1~5월 발행한 채권의 평균 금리는 3.2%로 2022년 만기 도래가 예정된 채권의 평균 금리(2.0%)보다 1.2%포인트 높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카드사는 금리 상승에 따라 장기적으로 조달비용이 과거보다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는 신용카드사의 수익성의 주요 하방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국내 전업 카드사 7곳은 모두 장기 신용등급 AA급 수준을 방어하고는 있다. 다만 지금과 같이 빠른 금리상승기에는 아무래도 시장 점유율이 더 높은 카드사가 비용부담을 상쇄할 여력도 큰 만큼 수익성 방어에 좀 더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4월 기준으로 카드사별 시장 점유율은 신한카드, KB국민카드, 삼성카드, 현대카드, 우리카드, 롯데카드, 하나카드 등 순으로 높다. 

장기 신용등급은 신한카드, 삼성카드, KB국민카드가 AA+ 등급, 현대카드와 우리카드, 하나카드는 AA등급, 롯데카드는 AA- 등급이다.

캐피털사는 카드사와 비교해 신용등급도 낮고 시장 경쟁도 더 치열해 자금조달 부담이 더욱 클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신용평가는 7월 내놓은 ‘2022년 상반기 정기평가 결과 및 하반기 산업별 전망’ 보고서에서 “금리 상승은 캐피털사 업계 전반의 조달비용률 상승을 이끌 것으로 예상된다”며 “특히 자체 조달 능력이 열위에 있는 신용등급 A급 이하 업체는 조달 안정성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바라봤다. 

한국신용평가는 그러면서 오케이캐피탈 및 BBB급 캐피털사를 주요 모니터링 대상 업체로 꼽았다.

오케이캐피탈은 신용등급은 A-이지만 영업자산 가운데 부동산 비중이 지나치게 높고 모회사의 지원 여력이 제한적이라는 점에서 주요 모니터링 기업으로 선정됐다.

한국신용평가가 낸 신용등급을 기준으로 한국자산캐피탈, 에이캐피탈, DB캐피탈, 무림캐피탈, 웰컴캐피탈 등이 1분기 기준 BBB급 신용등급을 보유하고 있다.

저축은행은 카드사, 캐피털사와 달리 수신 기능을 갖추고 있지만 신용도가 낮은 차주들이 많아 부실 발생이 우려된다. 

나이스신용평가는 7월 낸 ‘저축은행 2022년 상반기 정기평가’ 보고서에서 저축은행 산업 전반의 수익성이 저하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금리 상승에 따라 이자비용 부담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저축은행 대출의 대부분은 고정금리로 구성되어 있어 시중 이자율 상승분을 반영하는 데 시차가 존재한다”며 “시중은행 대비 열위한 저축은행의 차주 신용도를 고려할 때 시중금리가 빠르게 상승하는 국면에서 자산건전성 저하 및 대손비용 증가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 원장은 8일 14곳 저축은행장과 만나 “최근 국내 경제 상황과 맞물려 한계에 다다라 취약한 차주를 중심으로 부실 발생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과도한 자산 성장을 자제해 달라”고 말했다. 차화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