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3일 한국은행 브리핑실에서 이날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회의 결과에 대해 설명한 뒤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금리를 한두 번 더 올려도 긴축으로 보기 어렵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3일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한꺼번에 0.5%포인트 인상하는 ‘빅스텝’을 한국은행 역사상 처음으로 단행한 뒤 기자간담회에서 한 말이다.
13일 한국은행 안팎에 따르면 이 총재가 빅스텝을 시행하고도 추가적으로 금리를 인상할 수 있다는 여지를 남기면서 올해 한국은행이 얼마까지 기준금리를 올릴 것인지 관심이 쏠린다.
올해 하반기 기준금리 인상 여부를 결정하는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는 8월과 10월, 11월까지 모두 3차례 예정돼 있다.
이 총재는 남은 금융통화위원회에서도 기준금리를 추가적으로 인상해 나갈 수 있다고 시사했다.
이 총재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국내 물가 흐름이 향후 몇 달간 지금보다 높은 수준을 보인 후 점차 완만히 낮아지는 상황 하에서는 금리를 당분간 0.25%포인트씩 점진적으로 인상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대내외 여건 변화로 인플레이션이 더 가속되거나 이와 달리 경기둔화 정도가 예상보다 커진다면 정책 대응의 시기와 폭도 달라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시장은 이 총재가 올해 기준금리를 최대 연 3%까지 인상할 것으로 바라본다.
글로벌 투자은행(IB) JP모건은 한국은행이 올해 연 3%까지 기준금리를 올릴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박석길 JP모건 금융시장운용부 본부장은 6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한국은행이 올해 남은 세 번의 금융통화위원회에서 0.25%포인트씩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예상했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8월과 4분기에 각각 0.25%포인트씩 기준금리가 올라 연말 기준금리는 연 2.75%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김명실 하이투자증권 연구원도 8월과 10월, 11월 중에 2차례에 걸쳐 0.25%포인트씩 기준금리가 인상돼 연말 기준금리는 2.75%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이 총재도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시장의 기준금리 전망치인 연 2.75~3%에 대해 “현재까지의 물가 상승률 등을 봤을 때에는 합리적이다”고 평가했다.
이 총재는 고물가와 고환율을 고려해 빅스텝을 단행한 만큼 물가와 환율을 안정화하기 위해 금리인상 기조를 연말까지 이어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통화위원회는 이날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당분간 6%를 웃도는 오름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하기도 했다.
금융통화위원회는 향후 통화정책방향을 설명하며 “높은 물가상승세가 지속되고 광범위해졌으며 단기 기대인플레이션도 크게 높아지고 있어 당분간 고물가 상황 고착을 막기 위한 선제적 정책 대응이 더욱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격차를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이 총재는 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늦출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도 기준금리를 빠르게 올리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기준금리가 미국보다 낮아지면 외국인 투자자들이 더 많은 이익을 찾아 자금을 빼낼 수 있어 한국은행은 한국과 미국 기준금리의 역전을 막거나 역전기간을 최소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 미국보다 높은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한국 기준금리의 적정수준을 찾고 때에 따라서는 격차를 미리 벌릴 필요도 있다.
시장에서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28일 예정된 연방공개시장회의(FOMC)에서 6월 회의에 이어서 0.75%포인트를 올리는 ‘자이언트스텝’을 다시 한번 단행하는 결정을 내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마이클 페롤리 JP모건 분석가는 연방준비제도가 7월 연방공개시장회의에서 기준금리를 1%포인트까지 인상할 가능성이 있다는 예측을 내놓기도 했다.
올해 연말 기준금리가 시장의 예상과 같이 3%대 가까이 인상된다면 가계와 기업의 이자 부담은 한층 무거워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오르면 가계의 연간 이자 부담은 3조3천억 원씩 늘어난다.
대한상공회의소가 13일 발표한 ‘한미 정책금리 역전 도래와 시사점’에 따르면 기준금리가 1%포인트 인상되면 기업의 이자 부담 규모는 7조8천억 원 정도 증가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게다가 기준금리 인상으로 경기침체 우려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물가를 잡기 위한 급격한 금리 상승은 소비 심리를 억제해 경제 둔화를 불러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최근 글로벌 경제흐름을 진단하며 물가상승과 경기침체가 동시에 나타나는 스테그플레이션의 우려도 나온다.
이럴 경우 기준금리 인상은 경기침체를 가중시킬 수 있기 때문에 이 총재로서는 정책결정의 딜레마에 이를 수 있고 많은 변수를 살피며 신중한 결정을 해야만 할 것으로 보인다.
이 총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번 금리인상으로 취약 부문의 어려움이 가중될 수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며 “금리인상 과정에서 어려움이 커지는 취약 부문에 대해서는 정부와 함께 중앙은행도 선별적 지원방안을 찾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조승리 기자